아들 시신 두고 '정관 복원' 수술 예약...반성문은 없었다 [그해 오늘]

  • 등록 2024-05-27 오전 12:02:30

    수정 2024-05-27 오전 12:02:3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불쌍한 아빠를 보호해주세요. 동생을 구원해주세요”

8년 전 오늘, 2016년 5월 27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원영이 사건’ 첫 공판에서 또 다른 피해자인 원영이 누나(당시 10)가 쓴 이 같은 내용의 기도문이 소개됐다.

원영이 실종 당시 쓴 것으로, 누나의 변호인은 “아이는 재판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모르고 있지만 피고인에 대한 원망보다는 연민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원영이 누나는 자신을 학대한 피고인이자 친아버지 신모(당시 38) 씨에게 이런 마음을 갖고 있었던 반면, 신 씨는 첫 공판 직전까지 단 한 차례도 반성문을 쓰지 않았다.

유가족은 “신 씨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 이유를 원영이 친모와 계모에게만 돌리고 있다”며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모르고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원영이 친부와 계모 (사진=연합뉴스)
신 씨는 사건의 피해자이자 친아들인 고 신원영(사망 당시 7)이 계모 김모(39) 씨로부터 2년여간 상습 폭행당하는 것을 보고도 묵인했다. 김 씨가 2016년 1월 부부싸움 뒤 화풀이로 원영이에게 락스를 들이부어 화상을 입히자 신 씨는 아들을 구하는 대신 찬물을 끼얹고 그대로 화장실에 방치했다.

원영이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엄마”를 부르며 신음했지만 신 씨와 김 씨는 저녁 내내 방에서 술과 함께 족발을 먹으며 모바일 게임에만 열중했다.

결국 원영이는 그 이튿날인 2월 1일 숨진 채 발견됐고, 둘은 시신을 베란다에 10일간 방치했다가 같은 달 12일 경기도 평택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원영이는 사망 당시 또래 아이들보다 한참 작은 키 112.5㎝, 몸무게 15.3㎏에 불과한 기아 상태였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신 씨는 원영이가 사망한 지 이틀 뒤 한 비뇨기과에 전화해 “과거 정관수술을 했는데 복원할 수 있느냐”고 문의한 뒤 3월 수술을 예약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신 씨는 “아내(김 씨)의 몸을 빌려 원영이가 다시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며 “이름도 원영이로 지으려 했다”고 변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경은 둘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부작위 살인죄를 적용했으나 무기징역은 선고되지 않았다.

검찰은 김 씨와 신 씨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는 징역 20년과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2심은 1심에서 인정하지 않은 정서적 학대 등까지 모두 유죄로 보고 김 씨의 형량을 징역 27년, 신 씨를 17년으로 높였다.

이들은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지난 2017년 4월 13일 원심을 확정했다. 원영이가 사망한 지 437일만이다.

사진=연합뉴스
원영이 사건은 신 씨가 원영이의 초등학교 입학유예 신청을 내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관련 심의를 위해 “아이를 데려와야 한다”는 학교 측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아이가 없어졌다”는 등 변명을 늘어놓다가 경찰 수사 끝에 학대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건 이후 초중등 학교 예비소집일에 불참한 아동에 대해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하지만 원영이 사건처럼 자녀나 손자 등을 살해하는 ‘비속 살인’에 대한 가중 처벌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모나 조부모를 살해하는 존속 살해가 최소 7년 징역 이상의 가중 처벌되는 것과 달리, 비속 살해는 별도 규정이 없이 아동학대처벌법 위반과 형법상 살인죄만 적용된다. 이 때문에 얼마나 발생하는지 정확한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실정이다.

비속 살해도 가중 처벌하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여서 관련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법원은 2016년 8월 원영이 사건 1심 재판 직후 원영이 누나에 대한 친부의 친권을 박탈했다.

이후 친권·양육권 변경 신청 사건을 심리해 같은 해 10월 친부의 친권과 양육권을 친모로 변경하고 친부의 면접교섭권은 전면 배제하도록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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