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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빵빵하게 부풀어오른 반질반질한 조형물이 보인다. 어린아이쯤은 뛰어올라도 끄떡없을 듯한 쿠션이다. 오른쪽 귀퉁이에 바람막이 튜브가 박힌 걸로 보아 조형물 안을 채운 건 공기일 터.
그중 ‘비에카 데코라치오네’(Bieca Decorazione·2018)는 1971년부터 제작해온 연작 중 최근작. 이탈리어로 ‘순수한 장식’이란 뜻이란다. 작품명에 든 ‘장식’처럼 실제 실내공간을 꾸밀 수 있는 오브제가 특징. 작가는 상업화해가는 예술 형태에 반발해 벽에 걸린 모든 것을 ‘순수한 장식’이라고 여겼단다. 하지만 그보단 말이다. 작가가 직접 숨을 불어넣어 부풀렸다니 그 자체로 순수의 정점을 찍은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