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점심 없어…정부가 찍어누른 전기요금 정상화해야"

[만났습니다]①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정책적으로 억제하는 현 전기요금은 정상 아냐"
"'요금은 요금, 복지는 복지'로 풀어야 낭비 줄여"
"이미 공기청정기 구매 등 적잖은 환경비용 지불중"
"요금 높여 효율 개선하면 전체 공기 깨끗해질 것"
  • 등록 2019-12-02 오전 6:00:00

    수정 2019-12-02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윤순진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이사장이 1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이제라도 전기요금에 미세먼지나 기후변화,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 등 사회·환경 비용을 제대로 반영해야 합니다.”

윤순진(52)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최근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너무 낮다”며 이렇게 말했다. 시민 입장에선 어떤 요금이든지 인상을 거론하는 건 불편한 얘기다. 윤 교수는 그러나 오랜 기간 정부 억제로 왜곡된 현 전기요금체계 개편은 더는 미룰 수 없는 문제라며 전기요금 정상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현재 산업부 소속 공공기관인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윤 교수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이렇게 밝혔다

그는 “전기요금은 생산원가나 송·배전 비용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고 용도에 따라서만 나뉜다”며 “전기사용 효율성을 왜곡하는 정부의 정책 결정과 인위적 개입을 줄이고 수요-공급이 만나는 곳에서 시장 가격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전력(015760)공사(이하 한전)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중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전은 많은 분야에서 전기요금이 원가 미만으로 떨어진 만큼 합리적인 개편작업을 거쳐 지속 가능한 요금체계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요금인상을 전제로 한 개편이다. 반면 정부는 산업 경쟁력 약화, 물가인상 부담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어 추진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음은 윤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전기요금 ‘정상화’ 필요성을 줄곧 언급해 왔다. 정상화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

△전기 생산원가는 요금에, 전기 생산에 따른 사회·환경비용은 세금에 각각 반영해야 한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정책적으로 억제하고 있어 정상이 아니다. 너무 낮다. 사회·환경적 비용은 물론 원가조차 제대로 반영이 안 된다. 전기 관련 세금도 전력산업기반기금이라고 해서 3.7%만 준조세인 기금 형태로 내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사회·환경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 전기 소비 효율 개선을 위한 투자나 의지를 만들 수 없다.

-전기요금이 너무 낮아서 사람들이 전기를 아끼지 않는다는 뜻인가

△단순 절약과 효율 개선은 다르다. 절약은 서비스의 질과 관계없이 단순히 전기 소비량을 줄이는 것이지만 효율 개선은 서비스의 질은 유지하면서 투입량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려면 투자를 통한 과학기술 발전이 필요한데 전기요금이 너무 낮으면 동기부여가 잘 안 된다. 소비자가 소비효율 1등급 가전을 사도록 유도하려면 1등급 가전을 살 때 이득을 볼 유인이 필요하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윤순진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이사장이 1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리 전기요금 체계는 매우 복잡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상화’해야 할까

△현 전기요금 체계는 용도별로 주택·일반·산업·농업·교육·가로등용 6개로 나뉘고 또 여기서 사용량이나 고·저압, 계절·시간대별로 다르다. 이 과정에서 생산원가나 송·배전 비용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고 용도에 따라서만 나뉘는 것이다. 전기사용 효율성을 왜곡하는 정부의 정책 결정과 인위적 개입을 줄이고 수요-공급이 만나는 곳에서 시장 가격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한전은 요금제 외에도 연 1조원이 넘는 다양한 특례할인 제도를 운영한다

△전기요금은 전기요금 대로 가고 특례할인 같은 현 제도는 복지로 푸는 게 맞지 않을까 한다. 그래야 전기를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복지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론 낭비 요소가 없어야 한다. 현재 전기 생산의 약 40%는 석탄화력발전, 30%는 원자력발전이다. 이는 기후변화 위기와 원전 위험으로 이어진다. 발전 방식을 재생가능에너지로 바꾸려 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전기 소비를 놔둔 채 전환만을 추진하는 건 경제적이지 않다.

-전기 낭비의 예를 든다면

△농업부문이 힘든 건 사실이지만 그 문제를 전기요금 할인으로 푸는 게 맞을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농사용 전기요금이 너무 낮다 보니 전기 사용이 날로 늘고 있다. 시설 내 온도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가온 재배나 수막재배, 저온저장시설 등이 대표적이다. 전기 난방도 갈수록 늘고 있다. 전기는 큰 전환 손실을 감수하고 우라늄이나 석탄을 가열해 생긴 열 에너지로 만드는데 이렇게 만든 전기를 다시 열로 바꿔 쓰는 건 낭비다. 산업용 전기도 마찬가지다. 철강회사들이 고철을 녹이기 위해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로 방식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기요금이 낮다 보니 열을 만드는 데에도 전기라는 최고급 에너지를 쓰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전기만 많이 먹고 일자리도 창출 못 하는 자동화 데이터센터를 국내에 유치하려는 것도 마찬가지다.

-요금 인상을 반가워할 대중은 없다.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일례로 소비자는 이미 미세먼지 때문에 적지 않은 비용을 내고 있다. 마스크를 사고 공기청정기를 구입한 뒤 전기를 사용해 가동하고 그 안의 필터를 교체한다. 이 대신 고효율 제품을 사고 전기요금에 사회·환경비용을 반영한다면 (전기생산에 드는 화석연료 발전을 줄여)전체 공기를 깨끗하게 해 본인의 건강은 물론 지구의 기후위기 극복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태양광·풍력발전도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와 지역 주민과의 갈등을 유발한다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은 중앙집중형이던 기존 대규모 발전시설과 달리 전국적으로 퍼진 분산형 체계이다보니 갈등이 늘어날 수 있다. 지역 주민으로선 없던 발전시설이 들어오니 당연히 반발한다. 태양광 패널의 중금속 오염처럼 잘못된 정보 문제다. 그러나 환경에 훨씬 더 민감한 선진국도 이를 수용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갈등을 풀 해법이 있다면

△지역 주민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설득·대화해야 한다. 외지인이 투자해서 이익을 가져간다면 지역 주민은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다. 사업 추진단계에서부터 주민이 참여·주도하게 하고 그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가치를 공유하면서 이익을 나눈다면 수용성도 자연스레 커질 것이다.

윤순진 교수는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이사장 △한국기후변화학회 이사 △서울대 사회학과 학사 △미국 델라웨어대학교 대학원 도시문제와 공공정책학 석사 △델라웨어대학교 대학원 환경에너지정책학 박사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윤순진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이사장이 1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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