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소장 흉기 살해한 입주자대표…법원에 모인 탄원서 630부 [그해 오늘]

살해 전 ‘변호사 선임’ 검색, 신변정리
범행 후 도주…1시간 30분 만에 자수
법정서 “계획 살인은 아니었다” 주장
징역 17년→징역 20년, 대법 상고 기각
  • 등록 2024-02-25 오전 12:00:00

    수정 2024-02-29 오후 8:50:44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2021년 2월 25일 인천지법은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60대 남성에 대한 탄원서 수백여장이 제출됐다고 밝혔다. 관리소장을 흉기로 살해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의 엄벌을 탄원하는 내용이 630부에 걸쳐 담긴 것이었다. 한 사람의 죽음에 이토록 많은 이들이 뜻을 함께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
90초 만에 피해자 흉기로 찔러 살해

사건이 발생한 날은 2020년 10월 28일이었다.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였던 A씨는 이날 집에 있던 흉기를 가방 안에 넣고 관리사무실을 찾아갔다. 이후 관리소장 B(당시 53세)씨와 짧게 대화하던 중 격분해 그를 바닥에 넘어뜨리고 흉기로 목을 수차례 찔렀다.

A씨가 관리사무소에 들어가고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90초. 피해자는 반항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범행에 노출되고 말았다.

B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A씨는 범행 직후 아파트 화단과 신발 밑창에 B씨의 피가 묻은 과도를 닦은 뒤 도주했고 사건 1시간 30분 만에 경찰서를 찾아가 자수했다.

A씨는 B씨를 위협하기 위해 흉기를 들고 관리사무소를 찾아갔다고 했지만 그가 계획 범행을 세운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었다.

범행 사흘 전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변호사 선임비용’, ‘변호사 추천’ 등을 여러 차례 검색하고 변호사와 통화한 기록이 조회된 것이었다. 또 A씨가 범행 전날 평소 내원하던 병원에서 혈압약 두 달 치를 처방받고 자신의 사업자등록증을 찍은 사진 파일을 동생에게 전송하는 등 신변 정리를 시도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선미 경기도회장, 황장전 대한주택관리사협회 회장, 김학엽 대구시회장(왼쪽부터)이 2020년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택관리사 인권 보호 대책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法 “범행 반성 없이 피해자 탓으로 돌려”

조사 결과 A씨는 평소 아파트 관리비 사용을 두고 B씨와 갈등을 겪었고 그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매달 받던 ‘입주자 대표 활동비’ 18만원을 늘려달라는 요구와 피해자의 집에 자신을 초대해 달라는 요청을 거절당했다는 등 이유에서였다.

오히려 A씨가 제기한 관리비 의혹에 대해서는 B씨가 숨지기 전 외부 기관에 회계 감사를 의뢰했었고 이 과정에서 횡령 정황은 발견되지도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B씨 유가족과 주택관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가해자에 대한 엄벌과 갑질 문화를 타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택관리사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결정한 일을 집행하는 총책임자이지만 위탁업체에 용역을 맡기는 구조로 고용이 이뤄져 열악한 근무 환경이나 잦은 민원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재판에 넘겨진 A씨 측은 “흉기로 피해자를 찌른 사실은 인정하지만 계획 살인은 아니었다”며 “횡령 부분을 착각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미리 준비한 흉기를 이용해 짧은 시간 동안 피해자를 여러 차례 강하게 찔렀고 계획적으로 살해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이어 “피고인은 자수한 뒤 반성하지 않고 범행 원인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며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고 피고인은 유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줬다”고 판시했다.

A씨 측과 검찰은 쌍방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왜소한 여성인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한 점, 사소한 동기로 범행을 계획·실행한 점,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1심의 형량은 너무 가볍다”며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후 대법원이 A씨의 상고를 기각하며 형이 확정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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