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증권사 `생일 축하주문`을 아시나요

  • 등록 2007-06-21 오전 7:15:00

    수정 2007-06-21 오전 7:15:00

[이데일리 박호식기자] "오늘이 생일? 내가 쏜다"

언제부터인가 기관투자가와 증권사간에 재미있는 풍습이 생겼다. 꽤 오래전부터다. 증권사 생일격인 창립기념일이 되면 기관투자가들이 선물을 거하게 쏜다. 그날만은 생일을 맞은 증권사에 주식약정을 몰아주는 것. 기관들은 평소 증권사에 대해 시장전망 능력, 서비스 질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철저하게 실적에 따라 주문을 나눠준다. 하지만 생일날만은 다르다. 한 증권사에 주문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생일을 축하해 준다.

증권사들은 생일이 다가오면 부산해진다.

손님(기관투자가)들에게 어떤 기념품을 선물해야 할까부터 고민은 시작된다. 그 선물은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우리 생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줄 편지다. 그래야 생일을 기억하니까. 너무 비싸도 안된다. 성의없다고 핀잔은 듣지 말아야 하지만,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주려면 가격이 적당해야 한다. 많이 동원되는 선물은 우산, 책상에 올려놓는 다이어리, 시계 등이며 요즘은 골프대중화 추세에 맞춰 골프공도 인기가 많다. 영양제가 동원되기도 한다. 기념품을 받은 기관투자가들은 생일날을 기억해 아침부터 주문을 쏴준다. 어떤 증권사는 생일날 받은 약정이 한달 약정의 절반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이 `축하주문`을 놓고 벌이는 증권사들의 경쟁이 흥미롭다.

생일날 누가 얼마나 선물을 많이 받는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증권사들은 생일날 받은 선물의 크기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영업맨들은 이 실적때문에 윗사람에게 `깨지기`도 한다. 운도 한몫을 한다. 만약 같은 날 증권사 생일이 겹치면 손해다. 또 그날 주식시장 거래량이 크게 늘면 대박이다. 반대로 시장이 급락하며 거래가 위축되면 선물도 적어진다.

그렇다고 운에만 좌우되는 건 아니다.

축하 선물을 받는 생일날이 반드시 공표돼 있는 창립기념일은 아니다. 증권사들이 창립기념일 앞 뒤로 선물받을 날짜를 정한다. 이 날짜를 잘 정해야 한다. 그날 장이 좋으냐 나쁘냐에 따라 선물의 크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증권사들의 시장전망 능력이 발휘될 수 있다. 특히 어떤 증권사들은 이 날을 활용해서 그동안 뚫지 못했던 기관투자가를 확보하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창립기념일과 관련된 이같은 풍습은 외국계 증권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외국계들은 외국 증권사 지점이나 사무소 형태이니 특별히 창립기념일이란 것을 챙기지 않는다. 그렇지만 국내 증권사들이 생일을 기회삼아 약정을 받아가는 것을 보면 배가 아프다. 그래서 외국계 영업담당자들은 아무 날짜나 생일날을 정해서 선물을 받자고 농담을 한다. 실제로 임의로 생일날을 정해서 선물을 받은 외국계 증권사도 있다.

어느 사회에서나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선 소위 `갑-을관계`가 있다. 통상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이 몸을 낮출 수 밖에 없다. 기관투자가와 증권사간 관계는 이 `갑-을관계`가 뚜렷하다. 증권사 숫자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 관계가 군대의 `상-하관계`만큼이나 엄격했다 한다. 그러나 요즘엔 운용사들도 인간관계보다 능력 평가를 통해 주문을 주고 있다. 날이 새면 돈 한푼을 놓고 살벌한 게임을 치러야 하는 기관투자가나 증권사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이런 풍습이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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