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리포트)잇단 사고..PF괴담 현실화 징후인가

  • 등록 2006-05-03 오전 7:01:00

    수정 2006-05-19 오후 9:27:30

[이데일리 강종구기자] ABS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ABS 시장에 기분 나쁜 일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사업승인이 지연되거나, 시행사 부도가 발생하는 등 올들어 사고가 속출하고 있는 것.

(이 기사는 이데일리 유료뉴스인 `마켓플러스`의 (크레딧리포트) 코너를 통해 5월 2일 오후 9시 43분에 이미 게재됐습니다)

아직까지는 큰 문제없이 마무리되는 분위기이지만 채권시장에서는 지난해 감돌았던 PF 괴담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악의 경우 시행사가 아닌 시공사가 부도처리되고, 이로 인해 ABS의 연쇄부도가 발생하거나, ABS시장 전체가 침체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관련기사 참조)부동산PF 괴담, 채권시장 떠돈다

◇ 잇달아 터지는 불길한 사고들..올해만 6건

채권평가사인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올들어 PF 론(Loan) ABS의 위험발생 사례는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것만 6건에 달한다. 이중 3건은 사업승인 지연 등 사업위험과 관련된 것이고, 나머지 3건은 부도 등 시행사와 직접 관련돼 있다.

사례 1: 시행사인 제이에스건설은 평택시 용이동에 아파트를 신축·분양키로 하고 운영자금과 부지매입대금 등으로 우리은행에서 340억원(1차유동화)과 180억원(2차유동화)를 대출했다. 원리금 상환을 하지 못할 경우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승계한다는 조건이다.

우리은행은 대출채권을 특수목적회사(SPC)에 양도해 유동화했고, 이는 우리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나누어 인수했다. 그러나 제이에스건설은 업무약정서에 정한 때까지 사업승인과 분양승인을 따내지 못했다.

사업승인을 얻지 못해 시행사에게 채무불이행 사유가 발생했으니 강제조기상환이 가능해 진 것. 그러나 6월말까지 인허가 취득 유예기간을 주는 것으로 문제가 봉합됐다.

사례 2 : 진해우림 유동화사채는 분양계획이 변경되는 바람에 약정 위반이 발생했다.

시행사인 디앤에스는 농협중앙회에서 380억원의 대출받아 경남 진해시 이동에 아파트와 근린생활시설을 짓기로 했다. 농협의 대출채권은 현대증권이 양수했고, 현대증권은 SPC에 다시 넘겨 유동화사채를 발행했다. 시공사인 우림건설이 디앤에스의 대출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을 섰다.

그러나 대주(진해우림유동화)의 사전동의없이 분양계획이 5회에서 6회로 변경됐고, 이느 조기상환 사유에 해당했다. 다행히 대출원리금 상환에 큰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 내려져 사후 동의로 문제가 해소됐다.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우림건설의 자체 신용등급 변화가 없다면 유동화사채의 등급변동도 없을 것"이란 의견을 구두로 보냈다.

사례 3 : 피앤에스유동화사채는 저조한 분양률이 문제가 돼 결국 강제조가상환에 들어간 경우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노인복지시설 신축사업을 진행한 시행사 토마스하우스는 기존 대출금 상환을 위해 신한캐피탈에서 400억원을 대출받았고, 이 대출채권은 SPC를 통해 유동화됐다.

그러나 토마스하우스는 취득세와 등록세 체납으로 분당구청으로부터 5억여원 규모의 예금계좌에 대해 채권압류통지서를 받았다. 채권자집회 결과 강제조기상환에 들어가기로 했고 현재 담보 부동산에 대한 공매가 진행중이다.

이 건은 시공사인 현대리모델링이 연대보증이나 채무인수를 하지 않고, 순전히 분양실적에 따라 상환이 되는 구조였다. 결국 분양 실패가 문제였다.

사례 4: 시행사가 부도 등의 이유로 채무불이행에 처한 경우도 올해 3건이 발생했다. 모두 시공사가 연대보증을 섰거나 채무를 인수해 ABS원리금은 정상적으로 지급됐다.

부산시 진구 부전동에 복합상가 신축사업 시행사를 맡은 알디에스는 만기가 도래한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했다. 대출채권은 SC제일은행이 SPC인 서면플라자유동화전문 유한회사로 넘긴 상태였다.

이로 인해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 원금 308억원과 이자 5억여원인 채무를 인수하고 원리금을 갚아줬다.

베스티윙씨앤디가 시행사이고, SK건설이 시공을 맡은 광주광역시 서구 풍암동 아파트 신축사업도 비슷한 사례다. 350억원 규모의 대출채권 만기가 2월 21일 도래했지만 시행사는 원리금 상환을 하지 못했고, SK건설이 채무를 인수했다.

1390억원의 유동화사채를 발행한 선우유동화는 시행사중 하나인 비젼베이스가 당좌예금부족으로 부도처리되면서 문제가 됐던 경우다. 비젼베이스의 대출채권 550억원에 대해 연대보증인인 대림산업이 상환의무를 지게 됐다.

◇ PF ABS 발행증가는 곧 시공사의 우발채무 증가

지금까지는 다행해 사안이 경미했거나, 시행사의 문제를 신용도가 튼튼한 시공사가 해결해줬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정말로 걱정하는 상황은 바로 시공사가 부도처리됐을 때다. 아무래도 대형 우량 건설사보다는 중소형이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건설사가 우려의 대상이다. 주택건설 경기가 악화될수록 우려는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시공사가 부도처리되면 문제는 일파만파로 확산될 소지가 크다. 대부분 PF-ABS는 시공사가 연대보증을 서거나 채무인수를 하는 조건이 걸려 있고, 한 건설사가 시공을 맡은 사업이 여럿인 경우가 보통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시공사가 부도처리될 경우 그 시공사와 관련된 모든 PF ABS는 한꺼번에 채무불이행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또 특정 PF ABS에서 생긴 문제가 시공사를 매개로 전혀 다른 PF ABS로 전염될 수 있다. 시공사가 같은 PF ABS가 공동운명체인 셈이다.

그러나 건설사가 PF-ABS와 관련해 얼마만큼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일반투자자들은 알기 어려워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정환철 KIS채권평가 애널리스트는 "시공사가 선호하는 신용보강방식은 채무인수"라며 "연대보증과 채무인수는 모두 우발채무의 성격을 갖지만, (연대보증과 달리) 채무인수는 재무제표상의 주석사항으로 기록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장에서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시공사가 부담하는 우발채무 규모"라며 "PF ABS의 발행증가는 곧 시공사가 부담하는 우발채무의 증가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소개한 실제 사례는 충격적이다. A건설사의 경우 올들어 두 차례에 걸쳐 도시개발 사업을 위해 시행사가 조달한 5500억원의 연대보증 채무를 부담했다. 지난해말 기준 A건설사의 총부채는 3953억원, 자기자본은 2044억원. 결국 우발채무 규모는 총부채규모를 크게 상회하고 있고, 최악의 경우 우발채무가 현실화되면 부채비율은 200% 미만에서 단숨에 400%를 훌쩍 넘어서게 된다.

◇ ABS시장의 45% 차지.."자칫하면 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도"

PF ABS가 무서운 것은 건설업계 뿐 아니라 문제가 터졌을 경우 개별 금융기관이나 채권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말 기준 ABS 전체 발행액은 3조원 가량(KIS채권평가 기준). 이중 45%를 PF Loan ABS가 차지하고 있다. 카드사 ABS가 급감하고 있는 와중에도 그나마 ABS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 이유는 바로 PF ABS 발행이 꾸준하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동안 발행된 규모는 1조3000억원 수준이다.

발행된 PF ABS중 신용등급이 다소 낮은 BBB급은 주로 리테일 시장에서 팔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방의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등 영세한 금융기관들이 상대적 고금리 메리트에 이끌려 한편으로는 걱정을 하면서도 손을 떼지 못하고 있는 것.

한국신용정보 관계자는 "요즘 리테일시장에서 팔리는 채권은 대부분 BBB급인 PF ABS라고 보면 틀림 없다"며 "리테일시장에서 PF ABS 비중이 너무 커지고 있어 상당히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혹시라도 PF ABS에서 사고가 나 신용등급이 하락하거나 원리금상환이 안될 경우 해당 채권에 투자한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등은 상당한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다. 한신정 관계자는 "신용등급 하락할 경우 이를 반영해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데, 영세한 신협이나 금고의 경우 존립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마저 들린다"고 전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리테일 채권시장은 비오이하이디스의 투기등급 전락으로 긴장감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리테일 시장에서 대규모로 팔린 비오이하이디스가 투기등급이 되면서 투자자들은 이미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됐다. 이와 관련해 일부 증권사들이 비오이하이디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막거나 지연시키기 위해 신용평가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투자기관뿐 아니라 리테일영업을 주로 한 증권사들이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다. 팔기 위해 인수한 채권이 팔리지 않을 경우 그대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나, 차입한 자금을 이용해 리테일 대상 채권을 사들인 증권사들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자칫 ABS 시장 전체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정 PF ABS문제가 전체 PF ABS의 투자기피로 이어지게 되면, 발행이 끊기다시피 해 시장규모가 급감할 수 있다.

장 애널리스트는 "PF ABS의 급성장과 함께 이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안감의 최대 원인은 특정 시공사의 부도발생시 ABS의 연쇄부도 및 카드 ABS사태에서 볼 수 있었던 ABS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위험의 현실화 가능성은 결국 건설 업황의 변동에 따라 대형 건설사와 중소형 건설사간에 차별적으로 나타나는 양극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사별 옥석을 가리는 투자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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