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에코백'을 도대체 왜 사는 건데

필요한게 없는 소비자에 물건 팔려면
브랜딩 전문가 3인 '맥락'으로 찾아내
'불굴영업맨' '마케팅전략' 약발 다해
'Z세대' 타깃…브랜드 DNA 유지해야
……………
맥락을 팔아라
정지원·유지은·원충열|312쪽|미래의창
  • 등록 2017-10-11 오전 12:12:00

    수정 2017-10-13 오전 7:31:30

하얗고 두툼한 마시멜로를 까만 초코가 뒤집어쓴 파이를 누가 한 입 베어 문 듯한 이미지를 박은 에코백·티셔츠·휴대폰케이스 등, 식음료계 오리온과 패션브랜드 비이커의 콜래보레이션은 비상한 관심을 동반하며 화제가 됐다. 더 이상 필요한 게 없는 소비자에게 물건 파는 방법 중 하나다(사진=미래의창).


[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음식과 옷이 만나면? ‘얼룩이 남는다!’ 그냥 웃자고 꺼낸 농담이 아니다. 불과 얼마 전까진 정말 그랬으니까. 그렇다면 요즘은 뭐 좀 달라졌단 얘긴가. 맞다. 달라졌다. 어떻게? ‘지갑이 열린다!’ 그것도 마구 열린다.

지난해 말 극적인 만남을 가진 음식과 옷이 있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화려하거나 거대한 생산품을 상상한다면 그것도 ‘오버’다. 그저 소소하게, 하얗고 두툼한 마시멜로를 까만 초코가 뒤집어쓴 파이를 누가 한 입 베어 문 듯한 이미지를 박은 에코백·티셔츠·휴대폰케이스 등이었다. 하지만 이 소박한 결합이 보란 듯이 히트상품의 대열에 올라섰다.

어찌 보면 한 입 깨물어버린 사과를 심벌로 삼은 애플을 흉내낸 거 아니냐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식음료계 오리온과 패션브랜드 비이커의 심상치 않은 콜래보레이션은 비상한 관심을 동반하며 장안의 화제가 됐다. 이뿐인가. 농심과 삼성물산의 에잇세컨즈가 뭉친 ‘새우깡 티셔츠’, 빙그레와 필라가 결합한 ‘메로나 운동화’, 롯데제과와 LF의 질바이질스튜어트가 손잡은 ‘죠스바 블라우스’ 등.

이쯤 되면 슬슬 궁금해진다. 이미 짧게는 10년 길게는 50년이다. 단물 쓴물 다 빠졌다고 평가받는 올드패션한 과자들이 새옷과 새신을 신고 폴짝폴짝 뛰어오르는 이유가 뭔가. 집집마다 한두 개씩은 다 가지고 있는 에코백이고 티셔츠가 아닌가. 왜 굳이 사람들은 ‘초코파이 에코백’ ‘새우깡 티셔츠’를 더 사야 하는 건데.

수요와 공급이 기본인 경제논리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왜?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한 것이 없는 시대를 사는 소비자가 기꺼이 사들인 상품이니까. 영업판에 이젠 없어선 안 된다는 빅데이터 따위가 있을 리 없고, 판매전략이고 마케팅이고 뭐 하나 똑 부러지게 들이댈 것이 없으니까.

△필요한 게 없는 소비자에게 물건 파는 방법

이 복잡한 시장통을 돋보기로 투시한 이들이 있다. 오랜 시간 브랜딩과 씨름해온 전문가 3인방이다. 소비자도 미처 모르는 소비자의 마음을 꿰뚫는 키워드 한 가지로 제멋대로 움직이는 과녁을 맞힐 수 있다는 거다. 바로 ‘맥락’이다. 오로지 맥락이란 개념 하나를 돋보기에 붙이고 소비와 기업, 소비자와 판매자, 소비·소비자와 시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이유는 하나다. 맥락이란 게 바로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란다.

변화를 따라잡으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논지다. 브랜딩이란 것이 별 게 아니라고. 변화하는 소비·기업·시대의 맥락을 하나로 포개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 오늘의 브랜딩이라고. 맹목적으로 결론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자체를 보게 하는 것이라고.

어찌 보면 1980년대 유머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당시에 뭐라고 했던가. 의지만 있다면 알래스카에서 냉장고를 팔 수 있고 아프리카에서 히터를 팔 수 있다고 했더랬다. 다만 그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못 파는 것 없던 ‘불굴의 영업맨’도 이젠 약발이 다했다는 거. 아무리 포장을 세련되게 하고 상품명을 섹시하게 지어도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말짱 ‘꽝’이란 거.

첫 단추는 생각을 통째 바꾸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이 제품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신념, 마케터와 상품기획자가 늘 해대는 이 실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소비자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로.

△면허도 없으면서 자율주행자동차 원하는 심리

시대가 바뀐 탓이다. 지금이 어떤 땐가. ‘혼자’를 훌쩍 넘어 ‘혼자들’이 즐비한 시대가 아닌가. ‘혼자들’은 도저히 ‘소비자’란 울타리에 가둘 수가 없는 상대다. 그러니 만약 그들이 원한다면 남들이 다 좇아가는 꽃길은 과감히 버려야 한단다. 그들이 큐레이션을 바란다면 온라인매장 대신 오프라인매장을 차리고, 번화가 한복판 대신 한갓진 곳에 자리를 잡으란 거다. 개별 소비자가 필요한 상품 곁에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오브제를 뚝뚝 세워 둬야 한다는 얘기다.

눈치챘나. 더 이상 남자·여자, 장년·청년으로 4등분하는 ‘고객구분’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뜻이다. 맥락을 수용하는 집단만을 따지란 말이다. 시니어시장을 분석했더니 시니어가 없더란 말은 괜한 소리가 아니다.

특히 저자들이 타깃으로 삼은 대상이 있다. ‘제너레이션 Z’, 이른바 ‘Z세대’다. 1995년부터 2010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 Z세대는 디지털 포비아를 전혀 느끼지 않는다. 고향은 ‘인터넷’, 태생은 ‘디지털 네이티브’인 이들이다. 휴대폰이든 사물인터넷이든 새로운 전자기기 앞에선 안달이 나고, 면허증이 없어도 자율주행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다. 남들이 다 좋아하는 TV스타는 영 별로다. 되레 아무도 모르는 매력적인 유튜버에 애정이 솟는다. 글보다는 사진, 사진보다는 영상을 쳐준다. 과연 이들에게 상품라벨이 큼지막하게 박힌 똑같은 브랜드가 먹히겠는가. 이들에게 브랜드는 창조와 표현의 도구일 뿐인데.

△정답은 ‘뜨개질’…연결만이 가치

자칫 ‘전통은 깨버려야 할 것’이라고 들릴 수 있는 오해의 여지도 잡고 갔다. 시간이 지나도 쉽게 변하지 않을 DNA는 살려두는 게 맞다고 했다. 가령 1917년부터 100년 동안 IBM이 고수하고 있는 ‘싱크’, 루이비통이 늘 품고 가는 ‘여행’, 색채회사 펜톤이 놓지 않고 있는 ‘올해의 컬러’ 같은 브랜드 말이다.

저자들의 주장은 분명하다. 소비하는 방식도 이유도 다 변했으니 제발 현실을 보는 시선도 바꾸라는 거다. 필요해서 돈을 쓰는 소비는 저만큼 떠났고, 의미와 즐거움만을 위해 용감하게 지불하는 소비가 코앞에 와 있다. 어쩌겠는가. 상품을 팔려면 의미와 즐거움을 연결해내야 한다. 연결만이 가치를 만드니까.

결국 정답은 ‘뜨개질’이었다. 씨실과 날실을 기본으로 잡고 색도 넣고 무늬도 새겨넣는 ‘맥락 짜기’. 그러니 마케터라면 다 집어치우고 맥락의 설계자부터 되고 볼 일이다.

‘로열티보다는 팬덤’ ‘도달보다는 확산’ ‘홍보가 아닌 정보’ ‘광고가 아닌 콘텐츠’ ‘친숙한 것은 낯설게 낯선 것은 친숙하게’ ‘뜻밖의 발견을 선사’ ‘고인 물 대신 퍼지는 물결’ ‘공감의 코드’ 등등. 책은 저자들이 애지중지 빼낸 주옥같은 팁이 줄줄이다. 그 팁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면 이젠 제대로 알아채야 한다. 주옥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맥락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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