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오래 간다…중립금리 적어도 2%보단 높아"

[만났습니다]박양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 ①
연쇄적인 공급쇼크 발생, 기대인플레이션 자극
올 중반 GDP갭률 0으로 전환, 경기상승기 중반 신호
중립 명목 기준금리 최소한 2%를 넘을 전망
신냉전 체제에서 공급망 다변화·장기거래계약 필요
  • 등록 2022-03-08 오전 5:43:00

    수정 2022-03-08 오전 5:43:0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코로나19 확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물가 상승을 자극할 만한 공급 쇼크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을 수출한다는 세계의 공장, 중국의 인구구조가 저(低)출산으로 변화하고 있고 저탄소 정책이 이른바 `그린 인플레이션(Green inflation)`을 부추기는 등 인플레이션 시대의 귀환을 알리는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이 지난 달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소공별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양수 한은 경제연구원장은 지난 달 25일 서울 한국은행 소공별관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오래갈 것이란 의견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인플레 장기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 원장은 경제전망·조사연구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는 3년간 경제통계국장을 하다 작년 7월께 경제연구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빠르게 변하는 대내외 환경과 한은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밝히며 중립금리가 잠재성장률 하락 등에 떨어졌다고 해도 최소한 2%는 넘는 만큼 기준금리를 추가 상향 조정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박양수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지금의 인플레는 과거 인플레 시대로의 전환일까.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전에는 저(低)인플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플레가 단기에 목표보다 더 높아진다고 해도 고용을 빨리 회복시키려는 욕구가 강했다. 거시경제학에선 수요 압력이 높아지면 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인플레 국면 전환은 전쟁, 자연재해 등 공급 충격이 더해지면서 발생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팬데믹, 우크라 사태 등 여러 공급 쇼크가 겹치고 인플레 기대심리가 자극되면서 인플레 국면으로 전환됐다.

팬데믹으로 글로벌 분업체계(GVC)가 (비용 절감보다) 복원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기 때문에 물가 상승 압력이 구조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과거엔 중국의 인구 증가에 저인플레로 갈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기후변화 대응 관련 그린인플레이션 얘기까지 나온다. 높은 인플레가 오래갈 것이란 의견들이 많아지고 있다.

- 우리나라에선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까지 자극하는 `세컨라운드 이펙트(Second Round Effect)`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물가가 오른 만큼 임금이 안 오르면 ‘실질 임금’만 떨어지는 것 아닌가.

△ 인플레가 높아지면 기대인플레가 높아지고 이에 따른 임금 조정이 이뤄지고 이것이 다시 물가를 높이는 ‘임금-물가 상호작용(wage-price spiral)’은 과거보다 약해졌지만 여전히 작동한다. 최근 연구를 보면 소비자 물가가 상승한 다음 해 정도에 명목 임금 상승률이 높아지고 순차적으로 개인서비스 물가가 높아진다. 물가 상승만큼 임금 보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실질임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저소득층의 소비 비중이 높은 식료품, 농산물 등의 품목의 경우 가격 경직성이 낮다. 가격 경직성이 낮다는 것은 물가 상승 요인이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기에 저소득층의 물가가 고소득층보다 높을 수 있다는 내부 연구 결과가 있다. 저소득층의 소비 바스켓의 가격이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임금은 안 늘어나면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 다만 경제 전체 영향은 좀 더 살펴봐야 한다.

-한은 경제전망을 보면 물가가 올해 3.1%, 내년 2.0%이다. 내년이면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다다른다. 이미 기준금리를 세 차례 올렸고 통화정책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올해의 높은 물가에 맞춰야 할까? 내년 안정된 물가에 맞춰야 할까?

△ 물가는 올해 3.1%, 내년 2.0%로 전망되고 성장률은 올해 3.0%, 내년 2.5%로 전망된다. 내년엔 물가가 목표 수준(2.0%)에 근접하고 성장은 2%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고려하면 잠재보다 높게 성장한다. 이를 고려해 한은 조사국에선 올 상반기엔 마이너스 GDP갭률(잠재와 실질 성장률 차이)이 닫힌다고 발표했다. GDP갭이 0이고 인플레가 목표 수준에 있을 때 한은의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에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즉, 경기는 상승 국면이 지속되고 물가가 목표 부근이라면 물가안정 뿐 아니라 금융안정도 고려해야 하는 한은으로선 금융안정 쪽에 계속해서 신경을 써야 한다. 이것만으로도 기준금리를 상향 조정할 논리적 근거는 충분하다.

-팬데믹 이후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중립금리도 낮아지지 않았나?

△ 잠재성장률 뿐 아니라 국채 등 안전자산 선호, 소득 불평등 심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수요 감소 등이 실질 중립금리를 떨어뜨린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선 어느 정도의 기준금리가 중립적 수준이냐에 관심이 많다. GDP갭이 0이고 물가상승이 목표치 근처에 있어 인플레갭(잠재인플레와 실질 인플레간 차이)도 0일 때, 즉 경기가 상승기 중간 국면에 있을 때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명목 중립금리 수준에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실질 중립금리가 0이라고 하더라도 여기에 물가목표치 2%를 더해야 하므로 2% 정도가 대략 명목 중립금리가 된다. 즉, 경기 상승기 중반쯤에는 기준금리가 2% 부근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중립금리는 추정방법에 따라 모두 다르다.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 성향의 금통위원 출신인 신인석 중앙대 교수는 작년 말 한 세미나에서 실질 중립금리는 0% 내외로 추정되고 명목 중립금리는 실질금리에 추세인플레이션율을 더해 1% 중반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소공별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크라 사태로 한은 전망보다 성장률이 더 하락할 수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빠른 정책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바뀔 수도 있는데 우리나라 역시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한은 경제전망은 우크라가 전쟁으로 가는 것을 전제하지 않았다. 현 상황이 길게 갈지, 짧게 끝날지 명확하지 않다. 서방국가의 러시아 제재 움직임으로 석유, 가스(러시아산 수입 비중 5~6%) 등의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 기후변화, 코로나, 우크라 사태까지 연이은 공급 충격으로 석유, 가스, 석탄, 팔라듐 등의 가격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 반도체, 항공 등도 수출 제재 대상이 됐다. 이런 요인들은 경제전망의 수정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유동성이 풀려 있는 상황에서 인플레 방향을 바꿀 만한 이슈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가스, 석유 등의 계약은 장기계약 형태라 단기 수급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 사태를 계기로 신냉전 체제로 전환된다면 우리나라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반도체, 2차 전지 등 잘 나가는 산업이 있지만 다른 나라의 부품 조달 없이는 생산이 어려운 실정이다.

△과거 일본이 반도체 관련 소재, 부품 등을 (우리나라에) 수출을 하지 않으면서 타격을 본 바 있다. 엔데믹(endemic·전염병의 풍토병화)으로 가더라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면 클수록 공급망이 문제가 될 것이다. 복원력이 높은 공급망 체제를 구축하고 수입선 다변화, 장기 계약 노력 등이 필요하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 약력

△1966년 7월 출생 △함평 학다리고·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한은 조사국 팀장 △조사국 계량모형부 부장 △금융안정국 금융안정연구부 부장 △광주전남본부 본부장 △경제통계국장 △경제연구원장 재직 중 △[저서] 경제전망의 실제, 21세기 자본을 위한 이단의 경제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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