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소설]"오케이, 계획대로 되고 있어"…바이든과 파월의 진짜 의도

1일 바이든 2.2조달러 규모 인프라 부양책 발표
재원 중 상당 부분 '증세'로 마련…3월간 빠르게 구체화
오바마 정부 당시 '부자 증세' 단행해 단기간 금리 하락
"오히려 증세 논의 금리 상승 압력 완화하는 역할하는 듯"
연준도 주식시장 거품 빼는 금리 인상 놔뒀을 수
  • 등록 2021-04-01 오전 5:30:00

    수정 2021-04-01 오전 9:17:08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요새 금융시장에서 특히 채권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을 믿지 못하겠다는 얘기가 많이 들립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이 괜찮다’고 하지만, 시장은 ‘관리 못하고 긴축할 거 같은데?’란 의심으로 채권을 매도, 여전히 금리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불신’ 자체가 연준과 바이든 정부가 의도한, 준비된 시나리오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1월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축하 행사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활짝 웃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증세 구체화에도 잠잠한 시장

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를 방문, 취임 이후 두 번째 부양책을 내놓습니다.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소비 진작 부양책에 인프라 투자를 위한 부양책입니다. 애초 3조달러대가 예상됐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두 차례에 걸쳐 4조달러가 넘는 규모의 부양책을 꺼낼 수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일단 계획된 건 이날 2조2250억달러의 인프라 구축 관련 내용을 먼저 발표하고 추후 4000억달러의 청정 에너지 크레딧 내용도 밝힐 것으로 전해집니다.

중요한 건 소요 재원 중 상당 부분이 증세를 통해 마련된다는 것입니다. 지난 23일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에 출석해 “인프라 정책을 실현하려면 증세가 필요하다”며 이미 운을 띄워놓은 참입니다. 더 앞서 15일 블룸버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법인세와 소득세 등을 포괄적으로 연방세율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당시 세금 감면 축소 등을 추진한 적이 있지만 전방위적인 증세를 검토하는 건 1993년 이후 처음으로, 거의 30년 만의 일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당시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올린다는 공약을 한 바 있습니다. 3월 한 달간 미국에서의 증세 논의가 빠르게 진전된 모습입니다.

정리하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역사에서 손꼽히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30년 만에 기업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서 진행하겠다는 것입니다. 인프라 투자라는 동전을 뒤집어 보았더니 증세가 적혀 있는 격입니다.

그럼에도 시장이 크게 반발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오히려 3월 초에서 중순에 있었던 금리 상승 때와 비교하면 조용할 정도입니다. 옐런 장관이 증세 얘기를 꺼냈던 23일부터 30일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되레 0.5% 상승했습니다.

최서영 삼성선물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증세 정책은 논의가 테이블 위에 올려지고 실제 도입되는 과정 동안 마찰과 저항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데, 특히 지금처럼 코로나 국면을 겪은 직후라면 저항은 더 강할 것”이라며 “하지만 30년 만에 추진된다는 정부의 증세 논의가 예상보다 빠르게 언급되는데도, 생각보다 저항은 강하지 않은 듯한 모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장준비제도(Fed) 의장. (사진=AFP)
‘증세 논란 줄이려면, 인플레가 필요하다’는 아이디어

미국 대통령이 증세를 대놓고 얘기하고 있는 분위기에도 시장이 잠잠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정신이 딴 데 가 있기 때문’이란 해석이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논란과 금리 급등입니다.

연초 0.9%대의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30일 1.726%로 마감했습니다. 3개월도 채 안 되는 기간에 80bp 이상이 올랐습니다. 잠시 안정되는 흐름도 있었습니다. 채권 투자자들의 1분기 말 리밸런싱(자산배분)으로 매수세 유입이 예상돼 19일 1.730%까지 오른 금리는 24일1.614%까지 하락했지만 이내 또 상승했습니다.

기대 인플레이션(BEI)도 30일 기준 2.35%포인트를 기록, 연중 최고치인 전날 2.36%p 수준에 있는 등 상승 추세입니다. BEI는 명목금리(국채 금리)에서 실질금리(물가연동채 금리)를 뺀 값으로, 기대 인플레가 오르면 금리도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금리 상승이 더 진행될 수 있단 얘깁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방준비위원회(FOMC) 정례회의 등 3월에만 수차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지만, 시장은 이를 믿지 않고 앞으로도 금리가 오를 거란 생각에 채권을 던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변덕스러운 금리는 S&P500 지수가 4000을 코앞에 두고 두 달 가까이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로도 꼽힙니다.

금리를 안정화하는 한 방법으로는 증세가 있습니다. 지난 2012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부자 증세를 단행한 적이 있는데, 당시 단기간이지만 실제로 금리가 내렸습니다. 국가 재정건전성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 채권시장이 이를 호재로 판단, 매수세로 전환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역방향으로 틀어 보면 ‘증세 논란을 덜 일게 하려면 인플레이션 과열 및 금리 급등 기간에 발표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가능합니다. 일부러 인플레이션 논란을 부풀린 뒤 기습적으로 증세를 추진하면, 금리에 집중해 있던 시장은 ‘증세? 찜찜하긴 하지만 금리는 안정될 수 있겠군’이란 심리를 갖게 되면서 증세에 덜 민감해 진단 것이죠.

최서영 연구원은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어쩌면 대규모 부양책 강행의 배경에는 증세 논의를 보다 빠른 시점에 본격화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며 “오히려 증세 논의는 최근 시장이 가장 경계하면서 바라보는 금리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은데, 우려되는 시점에 나오는 증세 논의는 저항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과열 리스크를 상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일 수 있겠다”라고 전했습니다.

“제 역할 하는 장기금리 상승” 연준도 ‘윈(Win)’

최 연구원의 말처럼 ‘어쩌면’ 미국 정부가 연준에 인플레이션 과열 논란을 주문해 이를 조성한 다음 증세를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일지 모릅니다. 연준은 말로는 인플레를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SLR) 조치를 연장해주지 않았고 아주 낮은 속도로 점도표의 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겼으며 테이퍼링이란 단어까지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이 걱정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면서, 계속해서 말로만 걱정하지 말라며 자신만만해하는 태도는 시장의 불신을 더 부추기게 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일부러 이러는 게 아닐까는 의심이 듭니다.

연준 입장에서도 인플레 과열 조장은 나쁘지 않습니다. 밈(Meme) 주식과 몇몇 주가매출비율(PSR)이 10배가 넘는 기술주 등이 출현, 주식시장 거품 논란에 휘말리던 차에 금리가 오르면 이러한 종목은 자연스레 거품이 꺼집니다. 장기금리는 부동산 시장에, 단기금리는 기준금리에 연동된 미국의 이원화 시스템 덕에 장기금리가 올라도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상태이기도 합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오랫동안에 걸쳐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은 장기금리에 연동되도록 했다”며 “이렇게 하면 연준은 자산시장 버블 걱정을 하지 않고 실물경제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저금리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연준의 저금리가 버블을 낳을 상황이 되면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가 올라가서 자산가격 상승을 막으면 된다”며 “최근 미국의 장기금리가 크게 오르고 있는 것은 주택가격이 급상승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렇게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장기금리의 상승을 연준이 나서서 막을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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