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의 북한TV 아나운서는

  • 등록 2007-10-13 오전 10:17:17

    수정 2007-10-13 오전 10:17:17

[조선일보 제공] ] 김일성 사망이나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굵직한 사건이 발생할 때 새삼 주목을 받는 이들이 북한 중앙텔레비전의 아나운서들이다. 북한에서는 아나운서를 ‘방송원’이나 ‘보도원’으로 부른다.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강한 어조와 웅변대회 연설 같은 목소리로 소식을 전하는 북한 아나운서들은 누구이고 그들은 어떤 선발 과정을 통해 아나운서로 되는 것일까.

이번 남북정상회담 때 여성 메인 앵커로 나선 북한의 여성 아나운서는 30년째 아나운서로 활동하는 ‘인민방송원’ 리춘희와 그의 뒤를 잇는 류정옥이었다. 남자 아나운서는 지난해 9월 숨진 전형규의 뒤를 이어 차세대 남자 메인 아나운서로 주목받는 차수일이다. 전형규 아나운서는 북한 최고 아나운서였던 이상벽(1997년 사망)의 뒤를 이은 아나운서였지만 1994년 김일성 사망 때 방송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은 것이 문제가 돼 방송활동에 타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실력을 인정 받아 결국 ‘인민방송원’ 칭호와 북한 최고 훈장인 ‘노력영웅’ 메달을 받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의 빈소에 화환까지 보냈다.

북한 중앙방송에서 근무했던 탈북자 장해성씨에 따르면 “차수일 아나운서는 연극영화대학 텔레비전방송학부를 졸업하고 외모와 실력, 출신성분에서 완벽한 점수를 얻어 승승장구했다”고 한다.

그는 북한에서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출신성분에서 최고의 점수를 받아야 하며, 발음의 정확성과 속도감, 교양 등 3가지 기본원칙을 가지고 상황에 따라 억양과 말투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남한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를 할 때는 격앙되고 분노에 찬 어조로, 김일성이나 김정일에 관한 보도 때는 장엄하고 존경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바꾸어야 한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에서 발행하는 월간잡지 ‘조국’ 1월호는 TV아나운서를 양성하는 기관인 평양연극영화대학 텔레비전방송학부를 소개했다. 잡지에 따르면 이 대학은 73년부터 방송화술에 관한 교육을 시작했으며 수백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고 밝혔다. 교수 5명이 50 여명의 학생을 지도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아나운서의 중요성을 인식해 선발에서 모집에 이르기까지 엄격한 절차를 정해두고 있으며 화술과 외모, 발음 등 1차 테스트를 한 뒤 본시험에 응시할 기회를 준다고 한다. 메인 아나운서로 나서기 위해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준이 필요하다.

이런 엄격한 조건을 통과한 아나운서여서 이들에 대한 북한당국의 대우도 각별하다.

아나운서들은 평양 창광원 미장원에서 최우선으로 머리를 다듬을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물론 창광원 내 사우나나 식당도 이용할 수 있다. 북한의 아나운서들은 북한의 패션 유행을 주도하기도 한다. 평양 피복연구소에서 생산된 다양한 의상들은 아나운서들이 먼저 입게 된다. 방송원들에게는 이런 의복들이 무상 지급되거나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판매된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 아나운서들은 고정된 딱딱한 이미지에서 탈피해 다양한 머리스타일과 옷차림으로 북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메인 여성 아나운서들이 하고 나온 머리 모양은 북한 최고의 미용사들이 모인 창광원 미용사들이 다듬어주기 때문에 북한여성들이 선호하는 모델이 되기도 한다. 아나운서들이 입고 나오는 한복이나 의상은 전국에 유행된다.

최고의 대우를 받으면서 높은 지위를 유지하는 아나운서들이지만 그들 역시 항상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말’ 실수 하나가 아나운서의 정치적 생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6년 7월 25일 북한의 한 아나운서가 김일성 주석 사망을 김정일 사망으로 잘못 읽는 실수를 저질렀는데 그 이후 그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다시 들을 수 없게 됐다. 때문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방송을 할 때에는 최고로 긴장할 수밖에 없다. 밖에서도 아나운서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입’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조심해야 한다.

‘방송원’들에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각별한 관심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한 고위탈북자는 1990년대 말 북한에 최악의 기근이 덮쳤을 때 아나운서들에게도 공급이 끊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무리 천재지변이 닥쳐도 아나운서에게만은 모든 것을 보장하라”고 특별지시를 내렸고, ‘방송원’들은 먹고사는 걱정에서 해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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