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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및 북미 대화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통일전선부장에서 실각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김 부위원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과 협의를 진행하면서 협상 최일선에 섰던 인물이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김영철 부위원장이라고 하더라도 미국과의 협상 과정을 사실 그대로 직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북미 정상이 마주 앉기 앞서 실무선에서 정상간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 정도로 논의가 무르익지 못한 것이 문제로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통전부 라인이 뒤로 물러나면서 그 자리를 외무성이 차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노이 결렬 당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자리를 수습했던 것이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었다. 이들은 지난 4월 김정은 2기 출범과 함께 국무위원회 위원에 이름을 올리며 정치적 입지를 넓혔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적 행보를 앞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협상 전략 변화도 감지된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결렬 이후 두 차례 미사일 발사를 비롯해 군사적 옵션을 과시하는 공개 일정을 수행했다. 물리적 갈등을 높여 군사적 보장조치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때문에 미국이 북한의 경제 보상 요구에 냉담하게 반응하면서 안보 대 안보의 교환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책연구기관 한 연구위원은 “북한이 군사적 위협 해소를 비핵화 상응 조치로 제의하는 전략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라며 “군사적 위협 해소에서 체제 안전 보장 등의 상응 조치로 선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