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9일. 예전 같으면 연말 분위기에 응급실도 취객과 뒤섞인 많은 환자로 힘들었을텐데요. 그 날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넌 중 평온을 깨고 응급실로 걸려온 119상황실에서의 전화 한 통이 있었는데요.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119상황실에서 오는 전화는 절대 반갑지 않습니다. 대부분 중환자가 병원으로 이동하니 의료진들이 준비해달라는 전화이기 때문입니다.
“9살 남아 환자, 11층 추락으로 심폐소생술(CPR)하면서 이송합니다. 준비해주세요.”
이 전화 한 통으로 응급실은 매우 분주해집니다. 우선 원무과 직원들은 119 대원들이 빠르게 병원 응급실에 들어올 수 있도록 응급실 문 앞에서 대기합니다. 그리고 간호사들은 진료 중이던 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바로 심폐소생술에 필요한 물품, 기구와 약물을 준비하죠.
‘ 11층 추락이라는데 왜 떨어졌을까’, ‘혹시 밑에 나무라도 있었으면 다행일 텐데’ 등 환자에게 있을 수 있는 일들을 예상하면서 기관삽관에 필요한 준비와 긴급 수혈 준비, 혈관 확보를 위한 라인 등을 준비합니다.
준비가 마무리되면 119대원들이 환자를 데리고 병원에 들어옵니다. 의료진들은 빠르게 맥박이 없음을 확인 후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면서 옷을 가위로 자르고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시작합니다.
이번 환자는 두개골이 노출되는 상처가 있었습니다. 만져보니 두개골 골절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른쪽 다리은 골절돼 변형됐고 왼쪽 팔도 뼈가 노출되는 개방골절이 있었습니다.
이 정도의 상태라면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의 경우 대부분 부모들이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심폐소생술을 계속하면서 보호자 면담을 합니다.
심폐소생술을 시작한 지 30분이 지나서 보호자에게 아이의 상태를 설명 후 심폐소생술을 중단하겠다고 했습니다. 아이의 부모가 심폐소생술을 더 해달라고 해 다시 무거운 마음으로 치료실로 돌아가 10분간 심폐소생술을 했습니다. 작은 가슴은 심폐소생술에 늑골골절이 생겨 결국 심폐소생술을 중단하게 됐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요즘 전 국민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길어지면서 너무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한참 친구들과 밖에서 뛰어놀아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코로나로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상황을 부모로서 설명하기도 미안합니다.
아이들에 대한 부모들의 사랑과 관심이 더욱 더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