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등산객이 마음 놓고 관악산을 오를 수 있으니 충분한 보답이죠.”
강력반 신참 여형사가 한 달 잠복 끝에 관악산 일대를 흉흉하게 만들었던 ‘관악산 다람쥐’를 붙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02년 경찰에 입문한 서울 남부경찰서 강력2팀 이희정(25) 순경. 관악산에 사제총을 소지한 강도 출몰 신고가 잇따르자 이달 초부터 동료들과 잠복근무를 시작했다. 범인이 여자 등산객·무속인을 상대로 범행한다는 점에 착안, 등산객 복장으로 관악산에 출근해 매일 우발지역을 돌았다. 그럼에도 추가 범행이 발생했다.
“또 당했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고요. 하지만 잡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잠복 한 달째인 지난달 31일 오후 4시30분쯤. 무속인 기도터 부근에서 등산객 차림의 이 형사에게 키 170㎝, 모자·마스크 차림의 50대 중반의 남자가 다가왔다. 피해자들이 말한 인상착의에 “이 남자”라는 직감이 왔다고 한다.
이 형사에게 “뭐하러 왔느냐”고 말을 건 이 남자는 갑자기 흉기를 꺼냈다. 이 형사가 가스총을 꺼내 겨눴는데도 계속 접근하자, 이 형사는 잠복 중인 동료 형사들을 불렀다. 범인은 사제총을 발사하며 저항하다 격투 끝에 붙잡혔다.
범인은 보안장비업체를 운영하는 차모(54·서울 시흥동)씨. 사업이 어려워지자 2003년 6월부터 30여차례 ‘관악산 다람쥐’ 강도를 벌여온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