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높은 노벨상의 벽..한국인 수상은 언제쯤

매년 노벨상 수상 기대 크지만 한인 과학자 수상 없어
새로운 길 개척, 인류에 긍정적 영향 수상에 중요해져
국내 연구자 성장 속 새 길 개척·영향력 큰 연구 필요
  • 등록 2023-10-12 오전 5:30:00

    수정 2023-10-12 오전 10:55:27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매년 10월이면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 탄생 여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다. 하지만 올해 ‘노벨상 족집게’로 통하는 미국 글로벌 조사분석 기업 클래리베이트가 예측한 수상 후보엔 한국인 연구자는 1명도 없었고, 실제 수상도 하지 못했다. 이웃나라 일본이 의·과학분야 수상자를 27명(일본 출신 외국 국적 수상자 포함)이나 배출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최근 스웨덴 왕립 과학한림원이 과학분야 노벨상의 문호를 기존 유럽·북미, 남성 위주에서 아시아 국가와 여성 등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연구자들에겐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과학기술도 오랜 시간 동안 발전해 온 만큼, 향후 새로운 길을 개척하거나 영향력이 큰 연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면 충분히 잠재력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새로운 길 열고, 인류 영향 준 부분 중요해져

올해 노벨상은 새로운 길을 열어준 연구, 그리고 인류의 건강과 생활에 영향을 준 연구 등에 돌아갔다.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커털린 커리코와 드루 와이스먼은 인류를 코로나19 위기에서 구해낸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연구, 이례적으로 백신 접종 이후 검증기간이 필요하다는 속설을 깨고 발병 2~3년 만에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특히 커털린 커리코는 연구비가 부족해 허덕인데다, 그가 교수를 역임한 펜실베니아대에서 급여 삭감 조치를 받는 등 크고 작은 역경을 이겨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노벨화학상을 받은 양자점(퀀텀닷) 연구나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아토초(100경분의 1) 과학’ 연구도 우리 생활에 기여한 부분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펨토과학(1000조분의 1초)에 이어 아토초 과학까지 상을 받은 만큼, 연구자들은 향후 노벨물리학상도 이 분야의 연구가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양자점 연구도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QLED TV(삼성전자(005930))의 원천기술로 쓰인다. 양자점 연구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올해 노벨상에서는 여성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커털린 커리코와 물리학상의 안 륄리에 등 총 4명의 여성 수상자(경제학상, 평화상 포함)가 나왔다. 안 륄리에는 2020년 이후 3년 만에, 커털린 커리코는 2015년 이후 8년 만의 여성 수상자다.

마그달레나 스키퍼 네이처 편집장은 “올해 노벨생리의학상과 노벨물리학상을 각각 커털린 커리코와 안 륄리에가 받아 고무적”이라며 “과학은 성별·인종·대륙 등 다양성이 바탕이 돼야한다. 보다 다양한 과학을 인정했으면 한다”고 했다.

한국인 잠재력은 충분, 새로운 연구 장려해야

올해도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노벨상을 받지 못했지만, 향후 수상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게 국내 과학계의 평가다. 국내 과학계에선 노벨화학상을 받은 양자점 기술이 원천기술을 대상으로 수상자를 결정했다면, 현택환 서울대 교수의 수상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 교수는 양자점을 산업 측면에서 대량 생산할 길을 연 권위자다. 올해 노벨화학상 한국인 첫 수상자로 기대를 모았지만 불발돼 아쉬움을 삼키기도 했다.

영국,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과학 역사가 짧아 새로운 연구에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글로벌 연구 트랜드를 따라가는 동시에, 새로운 연구에 대한 도전을 대폭 확대한다면 분명 기회가 있을 것으로 국내 과학계는 보고 있다.

노도영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은 “예전 노벨상이 학술적인 가치에 좀 더 방점을 뒀다면 최근엔 인류에게 큰 영향을 주거나 새로운 연구를 시작한 이들에게 수상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우리나라도 새로운 개념이 나왔을 때 이를 쫓아가고 발전시키는 연구는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지만, 새로운 개념을 처음으로 만들어내는 부분은 약하다. 노벨상뿐만 아니라 연구자로서 존재감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주는 연구를 지향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변방에서 한우물을 파는 과학자를 독려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도 본다.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은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커리코 박사가 계속 대학에서 경고를 받고 연구비도 못 받았지만,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가 결국 빛을 발했다”며 “현 시스템에서 연구 수월성을 따져 빛을 발하는 연구만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숨어 있는 연구를 찾아 새로운 평가체계를 적용해 지원해주는 부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벨상은 수상자의 업적이 비슷할 경우 선진국에 주는 경향이 있고, 전 세계에서 추천서를 받기 때문에 과학기술외교도 업적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에 따르면 노벨상 자문위원회는 우리나라 전문가가 거의 참여하지 못할 정도로 문턱이 높다. 노벨위원회로부터 추천해달라고 요청받는 연구자가 나오고, 추천을 받는 연구자도 우리나라에서 더 나와야 수상 가능성이 커진다. 가령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올해 스웨덴 노벨재단과 함께 ‘노벨 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23’을 개최한 것처럼 민간부터 정부까지 모든 외교적 노력도 더해야 한다.

비다르 헬게센 노벨재단 총재는 지난달 한국에서 열린 노벨상 행사에서 “노벨상은 인류를 위한 발견을 한 연구자에게 위원회 논의를 거쳐 주는 상”이라며 “한국은 수년간 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중이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선두권이었고, 과거 가나와 비슷했던 수준에서 짧은 기간 성과를 이뤄낸 만큼 한국도 기회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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