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뉴욕증시를 보고 있노라면 이런 증시 격언만 떠오른다. 기업실적 호조니, 가격 메리트니 해봐야 증시 전체를 뒤덮고 있는 부채협상 이슈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우려를 걷어낼 순 없을 것 같다.
나름 꿋꿋이 버텨내던 미국 금융시장도 경제지표까지 부진하게 나오면서 서서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시장 상황을 보면 주가지수가 장 막판으로 갈수록 투매에 가까운 매도공세에 하염없이 밀렸다.
장중에도 5년만기 미 국채 입찰이 한산한 모습을 보였고 시장상황을 가장 빠르게 반영해주는 단기금리는 5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뛰는 등 불안의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흔히 `공포지수`라고 말하는 VIX지수가 23에 육박하면서 5주일만에 최고수준까지 올라섰고 국채 디폴트 리스크를 반영하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가산금리는 사흘째 오른 62bp로, 지난해 2월8일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더 비관적인 시각들까지 나오고 있다.
브라운브러더스사의 앤드류 버클리 시장 스트래티지스트는 "시장이 아직 불확실성을 제대로 프라이싱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대체로 부채협상이 막판에 극적으로 타결될 것이고 신용평가사들이 미국 국가등급을 강등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0일 이동평균선을 깨고 내려갔는데, 버클리 스트래티지스트는 S&P500지수가 1250선에서 다음 지지를 받겠지만 상황에 따라 1230선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아랫쪽으로의 관성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그 만큼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두 가지 가능성에 함께 대비해야할 상황이다.
물론 그렇다고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날 새내기주로서 기세를 높은 던킨브랜즈에서 보듯이 선별적인 대응이 가능한 종목이나 업종은 분명히 있다.
스튜어트캐피탈 어드바이저스의 매튜 디필리포 리서치이사는 "현재 시장은 부채협상 리스크와 양호한 기업실적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며 "기업실적이 좋게 나오고 있어 오히려 변동성 확대가 매수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켓필드애샛매니지먼트사의 마이클 애런스타인 매니저 역시 "시장은 지금 분명히 혼조상태"라며 "어떤 업종이나 종목, 국가는 대외 불확실성에도 굉장히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업종, 종목, 국가도 있다"며 선별적 대응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