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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국제유가와 곡물값…물가 정점 지났을까
미국과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지났다는 주장의 근거는 국제유가, 곡물가격 하락이다. 국제유가 현물가격이 90달러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다 미래 석유 가격 예측을 반영한 선물가격도 하락하는 추세다. 2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38% 오른 배럴당 93.81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까지 100달러대를 웃돌았던 것에 비하면 최근 큰 폭 하락한 것이다. 여기에 미국이 핵협상을 통해 이란산 원유를 투입하고자 노력하고 있어 향후 국제유가도 하향 안정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밀 등 곡물가격도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갔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 선물 가격은 지난주 부셸(1부셸=27.2㎏)당 7.7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5월에 비해선 40% 이상 하락한 것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초 9~10월께에서 7월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6.3%를 기록한 뒤 8월중엔 이보다 더 낮을 가능성도 점쳐지는 중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8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8월 물가상승률이 7월(6.3%)보다 낮아질 것”이라며 “당초 물가가 3분기말·4분기 초에 고점을 찍을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금리인하 아직 논하지말라”…중앙銀 ‘신중론’
이런 상황에서도 중앙은행들은 쉽게 통화긴축 기조를 바꿀 수 없단 입장이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연말 미국 금리가 3.75~4.00% 정도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이외에도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와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총재 등도 모두 매파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중앙은행이 인플레 정점론에도 긴축 기조를 고집하는 이유는 근원물가의 하락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7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만 봐도 그렇다. 7월 PCE 물가지수가 전월보다 0.1%, 전년 대비 6.3% 올랐다. 시장예상치와 동일한 수준이나 제롬 파월 의장의 잭슨홀 발언은 매파적이었다. 그는 “또 한 번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면서 “단 한 번의 월간 (물가지표) 개선만으로는 물가상승률이 내려갔다고 확신하기에는 한참 모자라다”고 주장했다.
한은이 전날 발표한 8월 수정경제전망에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상반기 4.6%에서 하반기 5.9%로 높아졌다가 내년엔 4.6%, 2.9%로 점차 3%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는 올해 연간 3.6%에서 내년 3.1%로 예측됐고,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는 올해 4.1%, 내년 3.6%로 전체 소비자물가 하락분에 비해 크게 둔화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우리가 그동안 저물가에 익숙해져서 그렇지 인플레가 그렇게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 오르지 않는다고 해도 기조적인 물가는 내년까지 ‘개마고원’처럼 높은 평지가 이어지는 그림일 수 있고 떨어졌던 에너지류 가격이 튀면 상황이 급변할 리스크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