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츄 보고 뛰었는데 완구매장"..포켓몬고, 일본서 해보니

포켓몬 태생지서 확인한 포켓몬 ‘고(Go)’의 힘
가상과 현실, 과거와 미래 등 극과 극 요소 접목한 새로움
관광 명소·명물 한눈에···창조경제 전형 보여
  • 등록 2016-08-03 오전 6:00:00

    수정 2016-08-03 오전 6:00:00

포켓몬고 아이템 획득 장소를 알려주는 ‘포켓스톱’ 화면에 뜬 피카츄를 포켓몬으로 오인하게 만든 일본 신치토세공항의 포켓몬 스토어.
[글·사진=이데일리 최은영 기자]게임은 모른다. 하지만 ‘포켓몬스터’는 안다.

이 둘을 결합한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 때문에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거리를 배회하며 게임에 몰두하느라 사고가 속출하고, 포켓몬고가 아직 정식으로 도입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도 속초와 양양, 고성 등 일부 지역에서 게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몰렸다.

‘도대체 포켓몬고가 뭐길래...’ 궁금증이 일어 직접 도전해보기로 했다. 마침 이번 여름 휴가를 일본으로 정한 터라 가능했다. 일본에선 지난 달 22일 포켓몬고가 정식 출시됐다.

게임을 하는 방법은 아주 쉬웠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은 뒤 머리색과 의상 등 캐릭터를 설정해 게임을 시작할 준비를 하는데에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몬스터 사냥에 나선 곳은 여름이면 보라색 라벤더 꽃이 만개하는 훗카이도의 후라노였다. 근처에 포켓몬이 나타나면 가상과 현실이 결합된 증강현실 화면이 뜨는데 그때 포켓볼을 잘 조준해 던지기만 하면 포획 성공이다.

후라노에서만 순식간에 10여 마리를 잡았다. 화면 오른쪽 하단 ‘NEARBY(근처)’ 창에서 포켓몬 그림자와 함께 발자국이 뜨면 근처에 포켓몬이 있다는 신호다. 발자국 수가 작을수록 가까이에 있는 녀석으로 포획할 확률이 높아진다.

어떤 녀석은 요리조리 뛰고 나는 탓에 포켓볼 2~3개를 소득없이 날리기도 했다. 잡았다 싶었는데 포켓볼을 뚫고 탈옥한 녀석도 있다. 그렇게 잡은 포켓몬은 ‘포켓덱스(POKEDEX)’에 차곡차곡 쌓인다.

포켓몬을 진화시키고 향·스프레이로 유혹하는 등의 기술도 있다던데 포켓몬의 수를 늘리는데 급급해 그 단계까진 체험해보지 못했다. 이 게임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포켓몬 체육관’에서의 전투는 도전해보고 싶었으나 일정 수준(5레벨) 이상의 자격을 갖춰야 해 할 수 없었다.

놀라운 것은 관광지에서 포인트가 될만한 장소다 싶으면 여지없이 ‘포켓스톱’ 화면이 뜬다는 것이다. 포켓스톱은 포켓볼과 아이템들을 얻을 수 있는 장소로, 핸드폰 화면 속 동그란 화면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터치해 돌려주면 된다. 그러면 화면이 빙글빙글 돌면서 포켓볼이나 포켓몬을 유인하는 향 등등이 나온다.

후라노에선 관광객들이 ‘팜 토미타(Palm Tomita)’라고 적힌 나무 푯말 앞에서 그 뒤로 광활하게 펼쳐진 라벤더 꽃밭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곤 하는데 이 장소 또한 여지없이 포켓스톱 화면으로 쓰였다. 이곳의 명물로 꼽히는 ‘라벤더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에서도 포켓몬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잡았다. 게임에만 충실해도 해당 지역의 관광 명소, 명물 등을 빠짐없이 챙겨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귀국길 신치토세공항에서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출국 시간은 다가오는데 포켓스톱 화면에 포켓몬스터의 마스코트 ‘피카츄’가 뜬 것이다. 노란 몸으로 ‘피카피카’ 소리를 내는 귀여운 녀석을 눈앞에서 놓칠 수 없어 해당 장소로 뛰어갔다. 도착한 곳은 어이없게도 피카츄를 비롯한 포켓몬 인형, 장난감 등을 파는 ‘포켓몬 스토어’였다. 포켓스톱이 아이템 획득 장소를 알려주는 표지라는 걸 잠시 망각하고 동그한 화면 속 피카츄만 보고 포켓몬으로 착각해 흥분해 달렸던 것이다. 물론 그곳에도 포켓몬은 있었지만 피카츄는 아니었다. 딸아이가 졸라 주먹만한 피카츄 인형을 사는데에만 1900엔(2만원)을 더 지출했다.

한국에 돌아와선 더더욱 허탈했다. 지도는 사라지고 들판인지 바다인지 알 수 없는 허허벌판, 망망대해에서 캐릭터가 길을 잃고 헤맸다. 아무리 걸어도 포켓몬은 나오지 않았다. 레벨 5가 되면 체육관에서 전투를 벌일 수 있는데 레벨 4, 그것도 끄트머리에서 멈췄다.

포켓몬고는 일본 닌텐도사의 인기 게임·만화영화 시리즈 ‘포켓몬스터’에 GPS 기반의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해 탄생했다.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한국에는 우리 정부가 안보상의 이유로 지도 데이터를 구글에 제공하지 않으면서 정식으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

포켓몬의 태생지 일본에서 확인한 포켓몬고의 힘은 틀을 깬 혁신에 있었다. 추억의 캐릭터에 신기술을 버무려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오가면서 재미와 더불어 경제적 부가가치까지 창출해내고 있다. 게임은 어두운 PC방 혹은 집안 의자에 앉아서 하는 것이라는 고정 관점도 깼다. 포켓몬고는 집 밖에서 걷고 뛰어야 오히려 제맛이다. 전 세계가 포켓몬고에 열광하는 이유. 누구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했기 때문은 아닐까?

게임 유저가 포획한 포켓몬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포켓덱스’(사진 왼쪽)와 증강현실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 작동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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