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당첨..목돈 없으니 지하방으로 이사할 각오"

판교 당첨자 발표 하던 날, 모델하우스에서는

  • 등록 2006-05-05 오후 4:46:36

    수정 2006-05-05 오후 4:58:26

[오마이뉴스 제공] 판교에 몸을 던지다

"아싸, 붙었어."

대학 입시 합격자 명단 발표 현장을 연상케 했다. 성남에 살고 있는 김경숙(40)씨는 4일 오후 2시, 대한주택공사의 모델하우스 앞 판교 중소형 당첨자 명단에서 남편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환호성을 질렀다.

당첨 사실을 알고 왔지만 막상 이름을 보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 오는데 어찌나 흥분이 되는지, 가슴이 막 뛰는 거예요."

김경숙씨 남편 노아무개(47)씨는 경기 성남 거주자로 40대 이상에 10년 무주택자다. 최우선 대상인 셈. 거기다 청약저축을 10년 넘게 불입했다. 그 금액만 해도 1340만원.

아파트 당첨은 남편 이름으로 됐지만, 실제 판교 당첨은 김경숙씨가 이뤄낸 작품이다. 그는 판교를 위해 몸을 던졌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판교 분양을 한다는 이야기를 3~4년 전쯤 듣고, 오직 판교만 생각했어요. 판교 보도가 나오면 다 보고, 분양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거기에 맞춰 적금과 계를 들었지요."

김씨는 성남에 있는 한 병원에서 청소를 하고 있고, 남편은 철재가구를 만드는 공장에 다니고 있다. 김경숙씨는 월세와 전세를 전전하며 남의 집 생활을 한지 17년 만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제가 계속 '판교, 판교'하니까 남편이 당첨 안 되면 쓰러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까지 하더라고요. 그래도 꼭 될 거라고 확신했어요."

그러나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남편과 자신이 부지런히 일하지만 고1, 중2 아이들 교육시키고 살기에는 경제 상황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돈을 준비했냐"고 묻자 "필요한 돈의 1/3(1억 1000만원)를 마련했다"면서 "나머지 돈을 어떻게 만들지 머리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우선 7년~8년은 전세를 놔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당장 전세도 2000~2500만원 정도로 줄이고요. 지하방으로 갈 각오까지 하고 있어요. 이제 두려울 게 없죠."

확장,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판교 당첨자 발표와 함께 4일 모델하우스가 일제히 공개됐다. 2073:1로 민간아파트 중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던 동판교 풍성 신미주 아파트와 서판교 최고의 입지를 자랑하는 한림 아파트는 인기를 반영하듯 첫날부터 당첨자들로 붐볐다.

두 업체 모두 발코니 확장 마케팅에 공을 들였다. 33평이 8평 이상 늘어나 40평 대의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도우미들의 설명에 소비자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발코니 확장 비용으로 30평대의 경우 15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추가 비용이 든다. 하지만 발코니 확장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다.

한림 아파트 34D형 당첨자인 60대 주부(송파구 잠실 거주)는 모델 하우스를 둘러보고는 "양파망 하나 놓을 곳도 없고, 장독 하나 놓을 곳이 없네. 살림하는 입장에서 보면 꽝이야"라면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지금 우리 집도 남향 아파트인데 경험상 발코니 확장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면서 "아무리 온돌을 깔아도 겨울에는 열 손실이 많고, 여름에는 덥지"라고 말했다. 옆에서 함께 모델하우스를 둘러보던 남편은 이렇게 중얼거렸다.

"확장,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거실 발코니 확장으로 빨래 건조 공간이 사라지는 것도 문제였다. 이 때문에 건설업체들은 방 3개 중 하나의 발코니 공간을 남겨두고 확장 공사를 하는 옵션을 제시하기도 했다. 

판교 절대 투자가치 있다?

'불법 거래 행위자 :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판교 모델하우스 주변에는 빠짐 없이 건설교통부의 '경고문'이 세워져 있었다. 이 뿐 아니라 당첨자에게는 중부지방국세청 명의의 '불법 거래자 및 투기 혐의자 세무조사 안내문'이 전달됐다.

하지만 판교 모델 하우스 주변에는 '투자 상담' 안내문을 배포하는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눈에 띄었다.

안내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판교 절대 투자가치 있다.'

판교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건설업체 관계자는 "판교에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서 "10년 전매 금지는 다음 정권에서 반드시 바뀔 수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그는 "건설업체에 이렇게 저렇게 묶여 있는 사람들이 가족들을 포함하면 1000만명에 육박하는데 정부가 마냥 옥죌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판교는 되기만 하면 로또"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10년 전매금지가 고수될 경우 대출 이자가 시세 차익 보다 높아 재미를 못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판교를 위해 몸을 던진 40대 주부, 15년(180회) 동안 한결 같이 청약저축을 부어 주공아파트 33평에 당첨된 70대 노인. 언론 보도만 믿고 청약했다가 실제 모델 하우스를 보고 "실망"이라고 말하는 60대 부부.

내 집 마련의 꿈꾸는 서민들에게 판교는 선망의 대상이자 엄청난 시세차익을 안겨주는 로또요, 아파트 가격을 들썩이게 하는 공적이다. 4일 하루 청약을 접수했던 수도권 46만7000명은 판교 때문에 울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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