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도 귀하다"…독박육아 깬 中 한자녀 정책

[지구촌 육아전쟁 탐방기 중국편]
우시웨이 인민대 교수 인터뷰
산아제한정책 후 남여평등 기조 강해져
중국 두자녀 허용했지만 실효성 미미
한국과 비슷한 상황으로 가고 있어
"복지정책과 함께 자율성 부여해야"
  • 등록 2017-12-15 오전 6:30:00

    수정 2017-12-21 오후 1:47:21

우시웨이(巫錫爲) 인민대학교 사회학 교수.
[베이징(중국)=글·사진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중국은 1970년 후반부터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산아제한정책, 일명 ‘계획생육(計劃生育)’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은 한 가정에 한 아이만 낳을 수 있게 허용하다가 작년에 두 자녀로 완화했지만 여전히 산아제한이라는 큰 틀에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두 자녀 출산을 전면 허용했음에도 인구 증가율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중국내 전문가들은 두자녀 출산 허용으로 한해 인구가 300만~800만명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해 중국의 출생인구는 1786만명으로 전년대비 131만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중국인민대에서 인구사회학과 가정학 등을 연구하는 우시웨이(巫錫[火+爲]) 사회학 교수를 만나 중국인들이 육아와 출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었다.

성별 아닌 능력으로만 차별

우 교수는 산아제한정책이 아이러니하게도 양성평등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우 교수는 “중국은 산아제한정책은 가정에서는 물론 사회적으로 양성평등이 정착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한 부모가 자식을 한 명 밖에 낳지 못하니 아들과 딸이 똑같이 귀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에 따르면 중국은 국가차원에서 유교적 관습을 퇴출한 이후에도 여전히 남성의 사회적 지위가 더 높았고, 가정내 권력도 남성이 쥐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1970년대에 들어 산아제한정책을 시행하자 ‘아들 못지 않게 딸도 귀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우 교수는 “기초교육에서 대학까지 양성평등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과목은 없지만, 대부분 사회 부문 교육에서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회사에서도 능력으로 차별하지 성별로 나누는 경우는 절대 없다. 가정과 육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문제는 양성평등이 뿌리내리면서 독박육아에 대한 부담은 사라졌지만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엄마들은 되레 늘고 있다고 한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늘어났고,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젊은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출산과 육아를 기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 교수는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곳곳에 탁아소가 있었고 아이들이 놀고 자랄 어린이집이 많았다”며 “생로병사(生老病死)를 정부에서 모두 책임졌기 때문이다. 특히 국영기업에 일하면 아이 키울 걱정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육아 인프라 부족에 출산 기피

중국이 1990년대부터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외치며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경제는 발전하는데 아이는 키우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산아제한정책을 펼치고 있기에 육아에 있어 정부의 지원이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 경제적인 이유로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우 교수는 “산부인과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종합 병원에서 진찰을 받으려면 예약 시간 때문에 하루를 다 쓰는 경우도 있다”며 “보육시설도 턱없이 부족해 좋은 유치원을 보내려면 며칠 밤을 새워서 줄을 서야하고 돈도 많이 든다. 아이를 키우기 너무 어려운 사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와 같은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출산정책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이유다.

우 교수는 “각 나라의 사례를 보면서 국민들이 아이를 원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나라가 육아를 지원해주는 것은 물론 각 기업 내에서도 출산 장려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성평등을 뿌리내려 가정내 독박육아를 깬 반면 부족한 육아인프라로 인해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중국은 여러 면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정부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수십조원을 쏟아부으며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엄마의 희생 없이는 출산과 육아가 불가능한 사회구조는 변함이 없다. ‘육아는 엄마 몫’이라는 인식과 아이 맡길 곳이 없어 회사를 그만두는 워킹맘이 한해 수십만명씩 나오는 현실을 타개하지 않는 한 저출산 극복은 요원해 보인다.

■계획생육 정책

중국 정부의 인구조절(산아제한) 정책. 1979년1월부터 ‘1가구 1자녀’ 정책을 시행했으며 2016년1월부터 ‘1가구 2자녀’로 완화했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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