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십억 들인 남대문시장 쓰레기 적환장, 10년 안돼 폐지수순

남대문시장(주), 중구청에 위탁운영 협약 해지 요청
지난 2009년 이후 투입된 자금만 13억원 넘어
작년부터 미운영 방치…상인·관광객 불편 초래
"설치 당시부터 문제" 의혹도…중구청 "환경변수 탓"
  • 등록 2019-04-12 오전 6:21:00

    수정 2019-04-12 오전 7:18:38

환경 미화원이 11일 오후 남대문시장 쓰레기 적환장 앞에 쌓여 있는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지하 적환장 입구의 셔터는 굳게 닫혀 있다. (사진= 박순엽 기자)


[이데일리 박기주 박순엽 기자] 남대문시장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십억원을 들여 설치한 지하 쓰레기 적환장이 10년도 채 되지 않아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관리 미흡으로 이미 작동하지 않는데다 관리주체인 기초자치구도 목돈이 들어가는 수리비 부담을 꺼리고 있기 때문. 결국 수십억원의 혈세가 허공으로 사라질 상황이다.

`전통시장 최초` 홍보하더니…10년 채 안 돼 폐기

11일 서울 중구청과 남대문시장 등에 따르면 남대문시장에 설치된 쓰레기 적환장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 남대문시장주식회사(시장상인 출자법인)는 지난달 말 중구청에 위탁운영 협약을 해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중구청은 이 적환장에 대해 약 3개월간의 검토를 진행한 뒤 향후 일정을 판단할 방침이다.

남대문시장 지하 쓰레기 적환장은 시장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지하에 보관했다가 쓰레기 수거업체가 거둬갈 수 있도록 하는 자동화시설이다. 기존 지상에 쓰레기를 보관하는 적환장이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숭례문과 남대문시장의 이미지를 해치고 심한 악취로 상인과 고객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설치됐다. 하루 총 18t 분량의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로, 당시 서울시는 이를 두고 전통시장에 자동시스템을 도입한 국내 최초 사례라고 홍보한 바 있다.

지난 2009년 지하 쓰레기 적환장을 포함한 남대문시장 정비사업에 투입된 자금은 약 70억원, 이 중 13억원이 적환장 지하화사업에 들어갔다. 그동안의 관리비용까지 포함하면 총 투입 비용은 그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010년 본격적으로 운영이 시작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아 이 시설은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장비 고장 등으로 이미 지난해초부터 사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상인들이 적환장 입구 인근에 쓰레기를 쌓아놓기 시작하면서 다시금 쓰레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 남대문시장 한 상인은 “지하 쓰레기 적환장을 사용할 때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사용이 중지되면서 상인들이 적환장 주위에쓰레기를 갖다 버리고 있어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남대문시장 쓰레기 수거업체인 하경기업 관계자는 “적환장 기계를 사용하지 않은지 1년이 넘었다고 들었다”며 “이전에 지하에 쌓여 있던 쓰레기는 우리가 처리했다”고 설명해다.

남대문시장주식회사 요청으로 운영 전반에 대해 점검하고 있는 중구청도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적환장 폐기와 관련해) 아직까진 결정된 사안은 없다”면서도 “쓰레기 적환장은 현재 사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큰 변수가 아니면 폐지 수순을 밟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관리 미숙에 기기 노후화…“설치 때부터 문제” 의혹도

이처럼 수십억원을 투입한 사업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문을 닫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노후화다. 특히 그동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이를 더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적환장 시설에선 지하에 쌓인 쓰레기를 지상으로 끌어올리는 리프트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쓰레기를 지상에 설치된 투입구에 넣으면 지하에서 압축해 리프트 시설로 끌어올려 차량에 싣는 방법으로 처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리프트가 말썽을 부리면 적환장에 쌓인 쓰레기를 꺼낼 수 없다. 리프트가 고장 나면 사실상 적환장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결국 리프트가 고장나면서 적환장 시설은 사실상 그 기능을 상실했다. 중구청으로부터 적환장 설비의 관리와 운영을 위탁받은 남대문시장주식회사가 리프트 수리비용으로 수천만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자 수리를 포기했다. 폐기물을 처리하는 기계의 특성상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대처가 미비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남대문시장주식회사 관계자는 적환장 시설을 포기한데 대해 “과거엔 쓰레기를 적환장에 모았다가 소각장으로 가져가는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위탁업체에서 직접 수거해 소각장으로 가져가고 있다”며 “이제는 적환장이 필요 없게 돼 협약을 취소해 달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계라는 것이 사용하다 보면 노후화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설치 당시부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남대문시장 쓰레기 처리업무를 맡았던 한 관계자는 “개인이 만들었다면 그렇게 짓지 않았을 것”이라며 “남대문시장에 쓰인 적환장 기계는 흔하게 쓰이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구청은 “내구연한이 정확하게 정해진 것이 아니라 토질과 습기 등 환경 조건이 변수로 작용하면 고장이 날 수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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