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①박병원 경총 회장 "제너시스처럼 명품가치 만들어야 일자리도 선순환"

과잉공급 시대 양적성장 어려워..고부가가치 제고해야
  • 등록 2016-09-12 오전 6:00:00

    수정 2016-09-12 오전 9:19:23

박병원 경총 회장이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대담=이성재 이데일리 산업부장, 정리=신정은 기자] “우리 사회는 질적 향상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모두들 개인적인 비용 부담을 낮춰달라고, 싸게 해달라고만 요구합니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산업을 키우지 못하면 기업들의 투자와 일자리가 줄고, 우리 경제의 미래도 없을 겁니다”

박병원(사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지난 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약 1년 반이 지난 시점이다. 그동안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박 회장은 이제 고부가가치 산업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과잉공급 시대, 고부가가치 제고로 일자리 창출

박 회장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취업하려면 누군가 사업을 새로 일으켜야 한다. 하지만, 아무도 신규투자를 안 하려고 하니 일자리도 생겨나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다못해 구멍가게 하나를 차리려고 해도 밑천이 들어가는데 지금은 투자해도 돈을 벌기 어렵다”며 “어떤 비즈니스를 하더라도 적절한 수준의 이익이 나야 많은 사람들이 사업할 텐데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다”고 토로했다.

박 회장은 그 배경에 환심성 공약을 내세우는 정치인들에게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언급했다. 박 회장은 “국민 모두가 무엇이든 ‘값을 낮춰달라’는 요구만 되풀이하고 있고,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이것이 대의를 위한 일이라해도, 어떻게 보면 누군가의 장사를 망치는 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 기업이 돈을 벌면 기부를 요구하고, 수수료를 깎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한국전력을 둘러싼 전기료 누진제 논란을 그 예로 들었다.

박 회장은 “전기료의 누진이 너무 가파르다면 이를 조절하는 식으로 개선해야 하는데 무조건 전기요금을 낮추려고만 한다”며 “한국전력이 지난 수년간 수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을 때는 도움을 주겠다는 얘기가 없다가 최근 몇년 수익을 냈다고 문제를 삼는 건 잘못된 행태다. 그럼 누가 비즈니스를 하려고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더는 양적 성장이 어렵다면 질적 성장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을 통해 재화와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현대자동차(005380)가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한 을 예로 들며 “자동차도 고급화를 향해가고 있다”며 “제조업은 물론 농업, 관광, 예술 등 산업이 모두 질을 높이고 고부가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건의 질은 그대로인데 가격이 올라가면 인플레이션이지만, 질적 향상이 이뤄지면 고부가 가치 창출이다”며 “이렇게 되면 소비도 늘어나고 일자리도 생기게 된다. 젊은이들이 취직해 내수창출에 기여하면 경제가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 시장 개혁, 노사 간 대립 문제 아니야…근로자 자각 필요

경총은 노사 문제에 있어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다. 노동계는 물론 때때로 정부와도 대립각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박 회장은 노동 시장의 문제를 ‘노사 갈등’으로 보는 시각 차제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일자리나 노동 문제가 발생하면 늘 노사 대립의 구도로 만들어 가고 있다”라며 “적어도 내가 회장으로 있는 한 노사 간 대립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얘기는 듣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기업인들에게 누구 한 사람이라도 고용을 줄이거나 임금을 줄이려는 기대도 하지 말고 추구하지도 말라고 몇 차례 얘기해왔다”며 “경영자들은 노동시장 유연성을 요구해야겠지만, 현행 법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 예로는 성과임금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을 언급했다.

박 회장은 그러면서 대기업 노조가 형성하고 있는 노-노(勞-勞) 간의 갈등이 노동 개혁을 어렵게 만들고 일자리 창출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기업 노조는 3년 정도 정년을 연장하면서 20~30% 정도 연봉을 깎아 청년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에도 반대하고 있다”며 “노동 개혁은 근로자의 자각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기업들이 인건비로 지출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인데 근로자들의 분배 방식이 잘못됐다는 거다. 박 회장은 일부 대기업의 노조가 모든 근로자의 처지를 대변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기간제 근로자 등 근로조건 취약 계층이나 미취업자 등은 더욱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그러면서 “대기업 노조가 근로자 사이의 배분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양극화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며 “노사간의 이해 대립이라고 보지 말고 모든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어떻게 나눠 가질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박병원 회장은?

박병원 회장은 1952년 부산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75년 행정고시 17회에 합격해 경제기획원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부산시·대통령비서실을 거쳐 1988년 이후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에 몸담았다. 이후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차관보, 제1차관을 역임했다. 2007년에는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맡았다. 2008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으로 공직에 복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은행연합회 회장을 지냈다. 지난해 2월26일 경총 회장에 취임했다. 경총 역사상 첫번째 비기업인 출신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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