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워치)"혹시.. 주식 과열 아니요?"

  • 등록 2005-11-30 오전 8:34:21

    수정 2005-11-30 오전 8:34:21

[이데일리 강종구기자] 콜금리목표를 인상한 지난달 10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는 한국은행 본관 15층 금통위 회의실. 한 금통위원이 입을 뗐다.

"우리나라 주가지수가 8월말 이후로 큰 폭 오르고 있습니다. 경제성장에 대한 낙관론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것이기도 하지만 8.31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시장에 몰려 있던 단기부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한데도 일부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가는 올해 거의 내내 추세적으로 오르고 있었다. 3월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를 돌파한 이후 약 두달간의 조정, 다시 8월에 1100포인트를 뚫은 뒤 월말까지 약 보름간의 짧은 하락을 빼고는 이렇다할 브레이크도 없었다. 8월말 다시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한 종합주가지수는 거의 매일 신고가를 기록하며 신바람을 냈다. 11일 금통위를 앞둔 주가는 종가기준 1242포인트의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이후 3일 연속 하락하며 가뿐 숨을 고르고 있었다.

하루에 20포인트씩 주가지수가 움직일 정도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 걱정스러웠을까. 아니면 부동산 버블로 쓸어내린 가슴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드는 빠른 시중자금 이동에 또 한번 놀랐을까.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시점을 하필이면 정부 부동산 대책이 나온 8월말로 잡은 것으로 볼 때 후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어쨌든 이 금통위원은 주식시장 버블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었다.

"8~9월중 외국인과 개인이 순매도를 보였는데도 불구하고 적립식 펀드 등 주식형 수익증권을 중심으로 한 개인 투자에 힘입어 기관이 순매수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간접투자가 활성화되는 것은 바람직한 양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주식시장이 다소 과열되고 있다는 징후로 볼 순 없나요? 어떤가요?"

아닌게 아니라 외국인들은 8월에 1조원 가량의 국내 주식을 팔았고 9월에도 규모는 줄었지만 산 것보다 더 많이 팔았다. 그러나 주가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가파른 상승을 하고 있었으니 전에 하지 못한 경험인 것만은 분명했다.

사실 주식시장에 대한 우려는 9월 금통위 회의에서도 모 금통위원에 의해 거론됐다. 그러나 당시의 우려대상은 주가버블이 아닌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매도였다.

9월초의 상황이니 하반기들어 지속 상승하던 채권금리가 외국인의 대규모 국채선물 매수로 단기 급락하고 주가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가 불러온 8월 하순의 조정이 막 끝난 때였음을 기억하자. 8.31대책이 발표된 직후에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로 미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뒤숭숭한 시기였다.

모 금통위원은 "최근 시장금리가 급락하고 있고 주가는 큰 폭으로 오르고 내리는 상황입니다. 또 부동산대책, 미국 허리케인, 인도네시아 금융불안 등등 해서 금융시장이 혼란스럽고 외국인은 우리나라 주식에 대한 투자비중을 줄인 것 같은데, 그래도 금융시장에서는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견조하고 외국인 투자도 계속될테니 별 문제가 없다고들 평가하고 있는 건가요?"

한마디로 요약해 외국인이 주식 팔아치우는 게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론 때문 아니냐는 것인데 이때 한은 집행부가 내놓은 대답은 이랬다.

"지난 두세달동안 주가가 20% 이상 올랐지만 조정폭은 과거에 비해 작았습니다. 또 외국인들이 8월에 1조원 정도 주식을 매도했는데, 아시아이머징마켓에는 펀드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는 걸 보면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이익실현 차원입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유가가 오르면 주가가 떨어졌는데 최근에는 유가가 계속 올랐는데도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실질유가로 보면 유가상승폭이 과거 2차 오일쇼크에 비해 작다는 주장이 주식시장에서 나오는 걸로 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증시에 대해 그리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주가가 떨어진 것은 많이 올랐기 때문이고, 외국인이 파는 것은 많이 벌어서 파는 것이며, 고유가에도 주가 오르는 것은 경제가 낙관적이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대답이다. 그러자 질문을 했던 금통위원은 헤지펀드가 일시에 빠져나가면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 위험이 있는지 검토해 보자는 말로 화답했다.

그렇다면 `주가버블 우려`를 제기한 10월 금통위원의 질문에 대해 한은 집행부나 다른 금통위원들은 뭐라고 했을까.

집행부의 답변은 `주가가 너무 올라서 외국인이 팔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여러나라에 정해진 비율대로 분산투자하는 게 외국인 펀드들인데 우리 주가가 크게 올라 펀드내 한국비중이 치솟다 보니 분산비율을 맞추기 위해 팔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답변뒤에 이런 해석도 곁들였다.

"오히려 좋은 것 아닌가요. 그동안 외국인 지분율이 과도하게 높았는데 다소 해소되는 긍정적 효과가 있잖아요"

동료 금통위원 한명도 `걱정마시라`며 거들였다.

"요즘 주식시장은 돈의 힘으로 올라가는 유동성장세 성격이 우세한 면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간접투자가 크게 늘어나는 등 증시의 인프라나 투자행태가 바뀌었고 경제 펀더멘털도 개선되고 있다고 봅니다. 전체적인 시스템이 바뀌면서 상승장세가 지속될 수 있는 부분도 있으니 크게 우려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근 2개월이 지났고 주가는 그동안 또 급등했다. 외국인 순매도는 연속 석달째 이어졌고 지난달엔 그 규모가 월간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매도대금의 대부분이 실제로 유출됐다. 이달에는 초반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갈수록 그 규모가 줄고 있어 30일 거래에 따라 넉달째 순매도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회복에 대한 자신감은 9월이나 10월에 비해 더 강해졌다. 한은은 4분기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믿고 있고 내년에는 5%의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다. 연말연초 적립식 펀드에는 재투자 효과까지 겹쳐 자금이 더욱 불어날테고, 새로 공급되는 주식은 거의 없다.

9월과 10월, 그리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12월 금통위는 이처럼 비슷하면서도 점점 더 선명해지는 상황 가운데 놓여 있다. 이번에는 주가에 대해 뭐라고들 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편집자註:내용중 대화체로 인용한 부분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토론 내용을 토대로 재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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