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이슈)무엇이 금리를 떨어뜨리나

콜금리 인상 기대 거의 없어
국고채 순발행 규모 감소..기름 부은 격
`과도한` 강세.."빠른 조정 부를 것" 우려 확산
  • 등록 2006-10-02 오전 9:19:32

    수정 2006-10-02 오전 9:19:32

[이데일리 피용익기자]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가 연일 연중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경기 둔화 지속 예상이 여전한 가운데, 국고채 순발행 감소라는 수급 호재가 급속 부각되며 채권시장은 초강세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장기물의 금리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남에 따라 3-5년 스프레드는 2~4bp 수준으로 좁혀졌다. 또 국고채 3년물과 콜금리 간의 스프레드도 10bp 안쪽으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3년물과 콜금리, 또 3년물과 5년물 간의 금리가 역전될 가능성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금리 역전을 전망케 할만큼 채권시장을 강세로 이끄는 원인은 무엇일까.

시장 전문가들은 우호적인 수급 사정을 첫째 이유로 꼽고 있다. 연말까지의 수급이 예상보다 훨씬 좋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것. 여기에 연내 콜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의 없고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더해져 강세 일변도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 국고3년-콜금리 역전 가능성 높아져

지난 29일 채권시장 장외거래에서 3년만기 국고채 6-3호는 전일대비 2bp 하락한 4.58%에 체결됐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고채 3년물과 콜금리 간의 스프레드는 8bp로 좁혀졌다.



3년물 금리가 콜금리를 하회한 적은 지금까지 3번 있었다. 지난 2001년 2월과 2003년 6월, 그리고 2004년 10월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콜금리 인하 기대감이 강했다는 점에서 현재와는 상황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3년물 금리와 콜금리 역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호적인 수급 사정 때문이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제지표는 과거의 일이지만, 수급은 현재 또는 미래의 일이다. 지금과 같은 수급장에서는 금리 역전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며 "이미 시장은 과열권에 들어왔고, 그 과열은 불가피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선물사의 한 운용자는 "지금과 같은 장에서는 콜금리 역전 가능성을 따지는 것은 의미조차 없어 보인다"며 "금리가 역전되면 비정상이라고 하는데, 요즘 돌아가는 것을 보면 이미 시장은 정상이 아닌 것 같다. 5년물 금리가 콜금리를 밑도는 경우도 불가능하지는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 장단기 금리 역전 가능성에 주목

채권시장은 3년물 금리와 콜금리의 역전보다도 3년물과 5년물의 금리 역전 가능성을 눈여겨 보고 있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5년물 6-4호는 전일대비 6bp 하락한 4.60%를 기록, 3년물과의 스프레드는 2bp로 축소된 상태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 추세대로라면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물의 공급이 상대적으로 더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날 발표된 10월 국고채 발행 계획을 보면, 3년물이 9900억원, 5년물이 1조6920억원, 10년물이 9700억원이다. 또 20년물은 평소의 절반에 불과한 2740억원이다.

시중은행의 한 운용자는 "그동안 장기물 매수를 미뤄왔던 장기 기관이 장기물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그러나 장기물 공급이 부족하니 팔려는 사람이 없고, 결국 장기물을 중심으로 금리는 점점 내려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신사의 운용자는 "장기물 공급은 계속해서 부족한 상황이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며 "지금처럼 시장 금리가 경기를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3-5년 금리가 역전되는 시나리오를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경기회복 지연과 외인 매수세도 한몫

최근 시장은 수급 재료를 반영하며 랠리를 펼쳤지만, 수급 외 다른 여건들도 강세 심리를 지지해주고 있다. 콜금리 인상 기조의 종료와 그칠줄 모르는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 등이다. 

지난 26일 발표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8월 금통위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했다는 점은 적어도 연내 추가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란 전망을 강화시켜줬다.

한 외국계 운용자는 "현재 채권시장에는 매도 요인이 없다"며 "경기 둔화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고 콜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우호적인 수급 여건이 지속되고 있어 금리 하향세가 꺾이긴 어려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에 연동돼 움직이는 외국인의 국채선물 순매수 행진도 최근의 채권시장 강세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외국인은 사상최대치인 8만3000계약 가량의 국채선물 순매수 미결제 약정을 쌓아둔 상태다. 즉 선물이 강세를 나타내면서 바스켓 물건들이 함께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의 한 운용팀장은 "채권을 사기엔 부담스러운 금리대인데도 계속 강해지는 것은 결국 국채선물이 강세를 보이면서 바스켓 물건이 따라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좀 멀리 보면 경기에 대한 비관론과 정권에 대한 비관론도 채권 보유 심리를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랠리, `진행형인가, 마지막 잔치인가` 

연일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시장 금리는 과연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을까. 

적지 않은 시장 전문가들은 채권시장의 강세에 관성이 붙은 상태에서 호재가 잇따르고 있어 당분간 금리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콜금리 인하 기대감 없이도 현 수준의 금리 레벨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투자증권의 박 애널리스트는 "최근 펀더멘털이 회복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이 위협으로 느끼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며 "당장 발행 물량 축소가 크게 느껴지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지표 상에서 확실하게 경기 회복 시그널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수급에 의해 움직이는 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내 경기선행지수의 반전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연말까지는 2개월이나 남아 있다"며 "따라서 현재 채권시장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신사의 한 운용자는 "지난주 3년물이 4.6%대에 진입했을 때도 안착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금리는 계속해서 내려와 결국 이 수준까지 왔다"며 "가격 부담은 있지만, 수급 측면의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강세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의 강세가 다소 과도하다는 점에서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동락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에 대한 비관론과 내년의 우호적인 수급 기대감으로 인해 시장 금리가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콜금리 대비 스프레드가 과도하게 좁혀져 부담스러운 영역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조중재 굿모닝신한증권 채권전략가도 미국 경기의 경착륙 우려로 인해 채권시장의 강세가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 주택경기에 대한 소프트랜딩 기대 확산으로 비관적 경기 기대가 바뀔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도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듀레이션을 축소해야한다"고 권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의 한 관계자도 "경기 회복 신호가 가시화되면 시장은 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금리가 내려올 때는 비교적 천천히 내려왔지만, 올라가게 될 경우 그 속도는 매우 빠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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