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원더풀(wonderful)’이란 형용사를 두 번이나 반복하면서 “아주 흥미로운 시간이었어요. 용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경험을 언제 또 해보겠소?”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미션’ ‘데미지’ 등의 영화 그리고 연극과 TV(그는 80·90년대 오스카와 토니 그리고 에미상을 모두 받아 ‘연기 3관왕’이란 별명으로도 불린다)를 가로지르며 우아하고 기품 있는 연기를 보여준 제레미 아이언스라는 이름은 이미 그 자체로 ‘신뢰’와 동의어다.
열아홉 나이의 ‘소년 작가’가 써서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원작 소설 ‘에라곤’(국내는 물론 37개 나라에서 번역됐다)이나 ‘시각효과의 귀재’로 불리는 감독 스테판 팽마이어의 이름보다 할리우드 제작자들을 안심시킨 건 결국 조연 제레미 아이언스의 캐스팅이었다.
용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드래곤 라이더의 신화적 상상력을 그린 이 영화에서 그는 악으로부터 세상을 구원할 소년 에라곤(에드 스펠리어스)을 스승과 아버지처럼 돌본다.
그는 “이제 영화가 끝났으니 2주일 뒤면 아일랜드 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그는 “요리는 혐오(hate)하지만, 그래도 집 고치는 일과 정원 다듬는 일은 거의 전문가 수준”이라면서 “나뭇가지를 다듬고, 헐거워진 문짝을 고치고 있으면 내가 다시 충전되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 그는 양해를 구한 뒤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시가 하나를 피워 물었다. 사실상 처음으로 시나리오 하나를 쓰고 있다는 수줍은 고백과 함께. 그는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얘기하고 싶었다”면서 “가족과 집 그리고 아이의 소중함에 대한 내용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득, 28년째 모범적인 가정생활로, 사생활로는 단 한 번도 연예지면을 장식한 적 없다는 그의 ‘전설’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