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잇단 제재에 압박감을 느끼던 러시아가 결국 이란 핵협상 문제를 반격 카드로 꺼내 들었다. 이는 이란 핵 개발 저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미국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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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19일(현지시간) 인테프팍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크림 자치공화국과의 합병으로 우크라이나에서의 서방세계와의 긴장이 더 고조된다면 이란 핵협상에서 러시아의 입장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어떤 식으로 입장을 바꿀 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그는 “우리는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란 핵문제를 이용하고 싶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미국과 EU가 우리를 더 압박하는 행동에 나선다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랴브코프 차관의 발언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EU가 취한 제재에 대해 러시아 정부가 취한 가장 수위높은 것으로 꼽힌다.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는 독일을 포함한 ‘P+1’ 자격으로 이란과의 핵개발 중단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는 이란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에 협조해왔다.
랴브코프 차관은 “지난 몇주일간 크림반도에서 진행돼온 역사적인 정의의 회복과 크림과의 재통합은 역사적으로 볼 때 이란 이슈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일들이었다”며 크림 문제가 이란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