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전략)이철환국장은 슈퍼맨인가

  • 등록 2005-06-17 오전 10:41:21

    수정 2005-06-17 오전 10:41:21

[edaily 이학선기자] 외국인의 서슬퍼런 공세에 숨죽이던 국내 투자자들이 마침내 반격에 나섰다. 두달만에 3.9%대에 진입한 지표금리를 보고 배수진을 친 격이다. 엎치락 뒤치락하던 끝에 금리를 소폭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말했다. `아직은 오를 때가 아니야` 오랜만에 들리는 승전보에 도취했는지 금리안정 기대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재정경제부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다. 익히 알려진대로 이철환 재경부 국고국장은 "채권시장이 너무 불안해 조절할 필요성이 있는 상황"이라며 "다음달 국고채 조기 순상환과 바이백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장기물 비중확대로 채권시장을 불태운 이 국장이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어느새 그를 소방수로 믿고 있었다. 금리가 급등할 때마다 `재경부`를 외쳤고 이 국장은 슈퍼맨처럼 그들 앞에 나타났다. 이번에도 이 국장이 나타났다. 빈손으로 오는 게 미안했는지 바이백과 국고채 조기상환이라는 선물을 안고 왔다. 채권시장은 그를 박수로 맞았고 보란듯이 외국인을 향해 칼끝을 겨눴다. ◇조기상환, 바이백보다 낫긴한데‥ 사실 이 국장이 내놓은 선물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먼저 바이백부터 살펴보자. 재원 5조3000억원은 올해 국채발행한도 59조4000억원에 이미 포함된 것이다.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끌어온 뒤 다시 채권시장에 쏟아붓는 셈이다. 물론 체감 발행액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바이백이 있는 달은 순발행액이 5조원을 밑돈다. 그러나 이는 시장에 충분히 알려진 재료다. 바이백은 시기의 문제였지 실시 여부가 쟁점은 아니었다. 그러나 벼랑끝에 몰렸던 채권시장은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재료를 신선도 100%의 재료로 평가하며 채권을 사들였다. 국고채 조기상환은 어떤가. 바이백이 차환발행이라면 조기상환은 순상환이다. 채권시장 입장으로선 바이백보다 낫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재료라며 두 손 들어 반겼다. 바이백에 `2%` 갈증을 느꼈던 투자자들조차 조기상환이야말로 재경부의 금리 안정의지를 확인한 것이라며 높은 점수를 줬다. 조기상환은 만기일 전 채권 원리금을 갚는 것이다. 기금이나 회계등이 정부의 국고채 발행으로 돈을 끌어쓴 뒤 여윳돈이 있을 때 이를 갚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조기상환 종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또 여윳돈이 어디서 나올지도 불분명하다. 이 국장은 국민주택기금이라고 말했고 복수의 실무자들은 아직 확정된 곳이 없다며 발을 뺐다. 다만 57개 기금 중 어딘가와는 교감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재경부 국고국 관계자는 "(이 국장이) 없는 말을 했겠냐"고 반문했다. ◇왜 조기상환인가 이 국장의 말에 따라 국민주택기금을 살펴보자. 지난해 9조398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했고 올해는 차입금 상환액이 7조2777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1조9718억원의 여유자금을 남겼으나 올해에는 3조8676조원을 남기는 계획을 세웠다. 차입금 상환액 감소분 1조8447억원과 여유자금 증가액 1조8958억원이 거의 일치한다. 기금이나 회계 등이 조기상환에 나서는 이유는 운용수익률이 낮기 때문이다. 돈을 빌린 기금 입장에서는 이자를 갚아야 하는데 기금운용 수익률이 지급해야할 이자보다 낮을 경우 조기상환을 하게 된다. 국민주택기금의 경우 지난해 여유자금 2000억원 이상 대형기금 4개를 대상으로 한 자산운용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당시 기금운용평가단은 "국민주택기금이 유동성과 안전성만을 고려해 주로 단기상품 위주로 운용하고 있다"며 "투자기간을 1년 이상 장기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주택기금으로서도 운용수익률이 떨어지니 아예 원금을 상환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 재경부도 금리급등으로 전전긍긍하던 터에 이 같은 재료를 쓸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 관계자는 "조기상환의 목적 중 하나가 채권시장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돈 굴리는 곳만 바뀐 것뿐인데‥ 여기까지 보면 국고채 조기상환은 바이백보다 더 확실한 `흥행 보증수표`다. 직접적인 국고채 매입수요가 등장한 셈이기 때문. 그러나 한꺼풀 뜯어보면 `조삼모사(朝三暮四)` 성격이 강하다. 우선 단기로 운용되는 기금의 여윳돈이 MMDA 등 단기상품에서 장기채권으로 흘러가면서 단기금리 하방 경직성이 강화될 수 있다. 국고채 금리만 떨어지고 단기물 금리는 되레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는 것. 단적으로 국고채 금리는 떨어지는 대신 연기금의 주된 매입종목 중 하나인 통안증권 금리는 상승압력을 받을 수 있다. 또 매입주체만 민간에서 정부로 바뀌었을 뿐 채권시장 전체에 새롭게 공급되는 유동성 규모는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국민주택기금은 연기금 투자풀에 5000억원 이상의 평균잔고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맡길 돈을 조기상환으로 돌린다면 투자풀이 채권을 사는 것이나 정부가 사는 것이나 큰 차이가 없게 된다. 이밖에 조기상환액만큼 추경용 국고채 발행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등 살펴야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수급재료, 돌파구 될까 최근 금리 급등의 트리거(trigger)는 외국인이었다. 그런데 엉뚱한 수급재료에 국내 투자자들은 쾌재를 불렀다. 왜일까. 이미 채권시장을 둘러싼 주변 여건은 다소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부동산 문제로 금리인하 가능성이 사라졌고 경기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금리인상을 계속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여기에 환율마저 오르고 있다. 국채선물에 투자하는 외국인으로선 환차손을 우려해야할 상황이다. 돈의 흐름도 바뀌고 있다. 채권형펀드의 자금은 빠지고 주식형으로는 돈이 몰린다. 종합주가지수는 어느덧 1000포인트를 넘어섰다. 그동안 미뤄졌던 국채발행이 본격화되고 추경까지 편성될 경우 수급도 장담할 수 없다. 유일하게 남은 게 펀더멘털이다. 그런데 왠지 찜찜하다. 정부나 한국은행이나 민간연구소나 할 것 없이 모두 하반기 경기회복을 예상하고 있다. 그 하반기가 이제 보름도 남지 않앗다. 비록 소비의 회복속도가 미진하다고는 하지만 살아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부분 부동산 투자자금이라고는 하지만 은행의 가계대출은 눈에 띄게 늘었고 중소기업 대출도 확돼됐다. 민간의 자금수요가 살아날 조짐이 지표상으로는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돈값이 귀해질 징조로 볼 수도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시간이 필요했다. 당장은 반기말 결산이 신경쓰였겠지만 더 당하기 전에 판단할 시간을 갖는 게 절박했다. 이런 가운데 채권시장을 구할 슈퍼맨으로 이 국장이 등장했다. 그가 들고온 선물이 약인지 독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당장은 외국인의 뭇매를 피하는 게 중요했고 숨쉴 시간을 갖는 게 소중했기 때문이다. ◇숨돌릴 때 아니다 바이백과 조기상환 얘기가 나왔던 날 채권시장은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국내 투자자들이 외국인에 맞선 것도 그렇고 외국인이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칼을 받아준 것도 그렇다. 외국인은 시장이 `롱`으로 돌아설 때조차 국채선물 순매도 규모를 늘렸다. 승부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해보인다. 시간이 있을 때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한다는 것이다. 약은 과도하면 독이 된다. 많이 먹을수록 오히려 몸에 안좋다. 수퍼맨이 준 약에 취해 금리가 안정될 것이라고 마음놓다가 뒷통수를 호되게 맞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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