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시대)<4부>(24)구르만씨의 노후 준비

브라질 공적연금 불신..퇴직연금으로 새 설계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을 것”
브라질정부도 세제혜택 많이 줘 가입 적극 유도
  • 등록 2005-12-08 오전 11:29:05

    수정 2005-12-13 오후 4:00:08

[상파울루 = 이데일리 박동석기자] “나라에서 주는 연금에만 기댈 수 있나요. 그러다간 은퇴후 생활이 비참해질 것 같아 따로 퇴직연금을 들었지요”

중남미 최대의 도시 상파울루에서 외국계 회사 인사매니저로 일하는 파비오 구르만(Fabio Gurman)씨. 올해 41세로 막 불혹을 넘긴 그가 공적연금에 대해 느끼는 불신감은 깊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국민연금을 잘 믿지 못하는 것과 매한가지다.

그가 6년전 퇴직연금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 자식들에게 기대지 않기 위해 퇴직연금 선택

“공적연금만 받는다면 한달에 기껏해야 2000헤알(약 94만원)밖에 안됩니다. 그 정도로 생활이 되겠어요”

구르만씨는 브라질 정부가 주는 연금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별 망설임도 없이 “만족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이전 직장에 다닐 때부터 회사가 부어주는 것 외에 550헤알(약 26만원)씩 퇴직연금을 붓고 있다. 그는 퇴직연금이 올해 14살 중학생 딸과 축구를 유난히 좋아하는 12살 아들에게도 큰 위안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현재 수입은 한달에 약6000헤알(약 283만원)정도. 그는 60세까지 일하는 것을 전제로 은퇴후에는 공적연금을 합쳐 현재 소득의 60%인 3600헤알(약 169만원)정도를 지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정도면 자식들에게 의지 안하고 아내와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그는 내년부터는 개인연금도 하나 더 들 생각이다.

◇ 퇴직연금은 만신창이 공적연금의 보완책

브라질 직장인들에게 퇴직연금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공적연금을 보완적 연금(Complementary pension Regime)성격이 강하다. 브라질의 연금시스템은 공적연금과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포괄하는 보완적 연금(RPC)으로 짜여져 있다. 공적연금은 다시 일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RGPS와 공무원, 군인들을 위한 RPPS로 구분된다.

구르만씨가 퇴직연금에 가입하고 추가적으로 개인연금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은 자신을 위한 공적연금인 RGPS가 주는 연금에 노후를 맡기기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 공적연금의 징수와 지출을 관리하는 노동국(INSS)은 직장인들로부터 소득에 따라 수입의 7.65%~11%까지 4단계로 차등해 연금을 걷지만 은퇴자들에게 지급하는 연금은 월 2400헤알(약 113만원)로 정해진 상한선을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이 상한선도 그나마 2003년 연금개혁 이전에는 1869헤알(약 88만원)에 그쳤었다.

법은 평균소득의 70%, 최대 100%까지도 지급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소득의 재분배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탈 수 있는 연금의 상한을 정해놨다. 대신 연금을 다 못 붓더라도 최소임금수준(2005년기준)인 300헤알(약 14만원)은 보장해준다.

김건영 KOTRA 상파울루 무역관 관장은 “브라질은 연금을 완전히 민영화한 칠레식 모델을 따르는 대신 소득의 재분배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연금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상대적인 손해를 보고 있는 직장인들이 퇴직연금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 정부는 인센티브 확대로 퇴직연금 가입 유도

브라질 직장인들이 퇴직연금에 얼마만큼 관심을 갖고 있는가는 신문에서도 금세 알 수 있다. 브라질 신문들은 종합지, 전문지를 가리지 않고 그날 그날의 퇴직연금 수익률을 게재한다.  

브라질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퇴직연금은 지난 2003년말 현재 820억9000만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15.9%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90년 GDP의 3.3%에 불과했던점을 감안하면 13년새 5배가까이 늘어난규모다.



여기에 개인들이 추가적으로 드는 개인연금까지 합치면 공적연금외 민간연금의 규모가 GDP대비 18.8%에 육박한다.

브라질은 경제적으로 고물가, 고금리, 외채로 더 잘 알려졌으나 민간연금규모로만 따지자면 우리나라보다 한 수 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브라질의 민간연금규모는 캐나다와 스위스 뒤를 이어 세계 7위수준으로 GDP의 3%로 20위에 그친 우리나라보다 13계단이나 위에 있다.

브라질 정부는 앞으로도 퇴직연금에 대한 세제혜택을 더욱 늘리는 한편 너무 후하게 짜여져 다른 연금 가입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공무원연금에 대한 혜택을 단계적으로 줄여 가입을 적극 유도할 계획.

레오나르도 빠이싸웅(Leonardo A. Paixao) 사회보장부 연금국장은 “퇴직연금에 대한 잠재적 수요자들은 RGPS의 상한선보다 더 많이 버는 직장인들로 전체 근로자의 8%에 이르지만 실제 가입자들은 2.2%수준밖에 안된다”며 인센티브와 공무원연금 수술을 통한 퇴직연금 확대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빠이싸웅 국장은 “올해부터는 직장인들이 낸 연금 뿐 아니라 퇴직연금으로 운용해 얻은 수익에 대해서도 세금을 면제해주는 이른바 EET시스템을 도입해 자발적인 연금 가입이 크게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렇게 혜택을 늘리면 퇴직연금 규모가 약 10년쯤후면 GDP의 25%수준으로 급팽창할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 협찬 : 대한투자증권, 마이애셋자산운용, 미래에셋증권, 삼성생명, 신한금융지주, 하나은행,             한국투자증권, CJ투자증권
* 후원 : 금융감독원, 한국증권업협회, 생명보험협회, 자산운용협회, 현대경제연구원
* 도움주신 분들 : 고광수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 권문일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류건식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 재무연구팀장,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신기철 삼성화재 상무, 오영수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장, 이순재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가다나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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