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시대)<4부>⑮스위스 `DB씨와 DC양의 절묘한 동거`

가상 개인계좌 연금 최저 7.2% 보장
연금규모 세계 6위..2016년엔 86조원
  • 등록 2005-11-29 오전 11:28:00

    수정 2005-11-30 오전 9:34:55

[베른=이데일리 최현석기자] 스위스의 연금시장 규모는 지난해 620억 스위스프랑(약 53조원)으로 세계 6위 수준이며 2016년에는 1000억프랑(약 86조원)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스위스는 네델란드를 제외하고는 연금자산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서는 유일한 국가다.

이처럼 연금 시장을 천문학적 규모로 키우는데는 8000여개에 달하는 연금기금(Pension Fund)들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연금펀드들은 최근 부실이 늘어나자 합병 등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고 있다.

◇ DB와 DC의 조화..위험 최소화

스위스의 퇴직연금의 가장 큰 특징은 확정급여(DB) 형과 확정기여(DC) 형이 혼합된 형태라는 점이다. 

DB Ⅱ로도 불리는 의무적 퇴직연금은 DC형의 특징인 가상 개인계좌(Virtually individual account)를 두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의 개인계정은 연금펀드 장부상으로만 존재하는 가상 계정일 뿐 금융기관에 실제 존재하는 계정은 아니다. 근로자들이 일시금을 받을 경우의 가치를 나타내기는 하나, 실제 연금자산과는 관련이 없는 것.

또한 연방 자문위원회에서 최소 수익률을 2.25%로 보장하고 최소 신용(Credit) 등도 결정돼 있어 변형된 DB 형태로 볼 수도 있다. 연금 급여도 기본적으로 1차와 2차연금을 합해 퇴직전 연봉의 60%를 지급한다.

연령부채라고도 하는 은퇴 신용(Retirement Credit)은 25세부터 10살 단위로 소득대비 비율이 달라져 갹출률도 연령별로 다르다. 

납입기간 동안의 연령부채율을 최소 전환율 7.2%와 곱해 퇴직연금에서 받을 급여를 결정한다. 만약 25세에서 65세까지 신용률이 500%(7%*10년 + 10%*10년 + 15%*10년 + 18%*10년)라 2차 연금인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퇴직전 연봉의 36%(7.2%x500%)로 결정될 경우 총 60%를 채우기 위해 나머지 24%(1차연금 전환율)를 1차연금에서 받게 된다.

이같은 DB Ⅱ는 전체 퇴직연금 가운데 60%를 차지하고 있다. 전통적인 DB형은 주로 대기업과 공기업 정부 연금 기금 등에서 선택하고 있으며 4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DC 형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특히 DC 형이라 하더라로 최저 보장이 이뤄지는 만큼 근로자 독자적으로 연금펀드나 투자 방식을 결정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노사간 합의를 통해 결정토록 해 투자 위험을 최소화시킨 것.

연금 회계사인 클로이드 슈아드 AON 슈아드 컨설팅 사장은 "근로자들이 퇴직연금 투자 방식을 혼자 결정하기에는 정보를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3층 체제인 개인 연금만으로도 위험성은 충분한 만큼 2층 보장은 안전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 8000개 연금펀드, 자산운용 시장 주도 

퇴직연금을 제공하는 기업은 의무적으로 연금 펀드를 설립하거나 보험사 등 제3자가 설립한 펀드에 가입해야 한다. 형태는 재단(foundation)이나 조합(cooperative) 또는 공공기관(institution of the public domain) 등 세가지가 가능하나, 재단형태가 98%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8000개 연금펀드 가운데 250개의 다수기업주(Multiemployer) 연금펀드가 기업 3분의 2를 관리하고 있다. DB형과 DC형 선택이나 자산 투자 등 중요 사항은 연금펀드에서 직접 결정하며 집행 기구는 노사 동수로 구성된다. 연금펀드는 3년에 1번 이상 가입자의 자산액과 위험보장형태, 재단의 정관이나 규정, 수급권 계산방법과 금액, 근로자 부담금 계산방법과 금액 등을 통보해야 한다.

연금펀드는 기업 스스로 설립하더라도 독립 법인이어야 하며 자산 역시 기업 외부에 있어야 한다. 연금 자산이 기업 운용자금으로 사용되거나 기업 부도시 상실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DB 형에 대해 자산의 40%까지 기업내부에 적립토록 허용한 우리나라와는 다른 점이다. 다만 DB형의 경우 자산의 10% 까지는 자사에 투자를 할 수 있다.

스위스는 부동산과 주식에 대한 연금펀드의 투자한도를 각 50%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자산과 부채를 각각 계리사(Actuary)와 회계사(Accountant)에 보고해 양측으로부터 일정 기준 이상의 합격점을 받을 경우 전액 주식에 투자할 수도 있다. 
 
2000년 유럽 증시 폭락때 주식에 60%를 투자한 펀드들이 유일하게 손해를 보고 2002년까지 상대적으로 많은 손실을 기록했으나, 2003년 이후로는 3년연속으로 주식비중 25%와 40%인 펀드들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베른주 공무원 연금펀드인 프레비스(Previs)의 이레나 오비엘룸 사장(사진)은 "안정성을 중시해 스위스내 부동산에 가장 많은 비중을 두고 투자하고 있다"며 "그러나 자산-부채 종합관리(ALM) 등 리스크 관리만 잘 이뤄진다면 주식 투자를 통한 수익률을 높일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스위스 연금퍼드의 자산은 채권  43%, 주식과 부동산, 기업주에 대한 청구권에 각 15%, 모기지 9% 등으로 운용되고 있다. 

◇"위험을 회피하라"..연금펀드 이합집산

연금펀드는 지난 85년 1만6000개에 달했으나, 기업 부도와 투자 실패 등으로 지난해 절반수준으로 줄었다.

연금펀드 파산으로 연금급부보장기금(PBGF)의 지원금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지난 90년 540만프랑에 그쳤던 지원금은 93년 3810만프랑으로 7배이상 급증했고 97년에는 1억1240만프랑으로 추가로 3배 가량 늘어났다.

PBGF는 85년 연금법(Pension Benefit Act)에 근거해 설립된 기금으로 원래 가입자의 연령별 불이익이 있는 퇴직연금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주목적이었으나, 92년부터 연금 파산에 따른 지원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PBGF는 연금펀드 파산에 따른 부담 증가를 상쇄시키기 위해 매년 지급불능 대비 부담률을 조정하고 있다. 지난 90년 1인당 갹출 금액은 15프랑 수준이었으나, 98년에는 48프랑 수준까지 올랐다. 그러나 최근에는 재정여건 개선으로 98년 0.1%였던 갹출률을 0.03% 수준으로 낮췄다.


▲ 스위스와 주요국 연금자산 규모 비교
PBGF의 다니엘 뒤르씨는 "모든 연금펀드는 PBGF에 가입해야 하고, PBGF는 필요시 당국 승인하에 언제든 갹출금액을 조정해 전체 연금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며 "한국도 연금 보증기관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이 악화되자 연금펀드들은 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투자 방법을 보수화하고 있다. 전체 연금펀드가 급격한 감소세를 보인 것과 반대로 지난 85년 180개에 그쳤던 다수기업주 연금펀드가 지난해 250개로 늘어난 점이 이같은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정부 역시 기존 4%였던 최저 수익률을 지난해 2.25%로 낮춰 연금펀드의 부담을 완화시켰다. 여성 근로자의 퇴직연령을 기존 62세에서 64세로 조정해 65세인 남성과 비슷하게 맞춘 것도 연금 같은 맥락이다. 2003~2004년 연금개혁을 통해 모든 연금을 통틀어 가입 가능한 금액을 75만9600파운드(약 6억5000만원)로 제한했다.

알퐁스 베르거 연금교육센터(PEC) 수석 컨설턴트는 "연금펀드 투명성 강화를 위해 현재 회계기간이 끝난 지 6개월 뒤에 이뤄지는 연차보고서 발표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며 "한국 역시 퇴직연금 도입 시점에 투자와 안정적 시스템에 대한 교육을 통해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 협찬 : 대한투자증권, 마이애셋자산운용, 미래에셋증권, 삼성생명, 신한금융지주, 하나은행,                              한국투자증권, CJ투자증권
* 후원 : 금융감독원, 한국증권업협회, 생명보험협회, 자산운용협회, 현대경제연구원
* 도움주신 분들 : 고광수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 권문일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류건식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 재무연구팀장,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신기철 삼성화재 상무, 오영수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장, 이순재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가다나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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