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가 아뜨리에`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퐁당 케이크. 왼쪽부터 프로포즈 케이크, 약혼식 케이크, 3단 웨딩 케이크. 오른쪽 앞은 결혼식 하객들에게 선물로 드리는 모자형 미니 퐁당 케이크. 가운데 아래는 각설탕에 슈거 페이스트 리본을 감아 선물처럼 모양을 낸 소품. | |
퐁당은 프랑스어로 ‘녹는다’는 의미를 가진 ‘fondre’(퐁드르)에서 비롯됐다. 케이크에 들어가는 재료 때문이다. 설탕을 달걀흰자에 녹이면 찰흙과 비슷한 질감과 밀도를 가진 하얀 반죽(페이스트)으로 변한다. 먹어보면 아주 달고 약간 질긴 듯하게 씹힌다. 이 페이스트를 겉에 바른 케이크가 바로 퐁당 케이크다. 영어로는 ‘폰던트’, 일본에서는 ‘혼당’이라고 부른다. 설탕 페이스트로 만드는 케이크라 하여 영어권에서는 ‘슈거 페이스트 케이크’라고도 한다. 장식이 화려해 ‘데커레이션 케이크’라고도 부른다.
퐁당 케이크의 역사는 꽤 길다. 퐁당 케이크 전문 ‘슈가 아뜨리에’(Sugar Atelier) 사장 이종열(52)씨는 말한다. “다산·풍요를 상징하는 말린 과일을 쌀과 함께 신부 머리에 뿌리는 풍습이 로마 때부터 있었는데, 여기서 퐁당 케이크가 유래했다고 봐요. 퐁당 케이크가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자리잡은 건 300여년 전 영국이에요. 왕실에서는 결혼이 있을 때 런던 시내 13개 제과점에 퐁당 케이크를 주문한 다음, 제일 좋은 것 하나만 골라 사용하고 나머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네요.”
퐁당 케이크를 정식으로 만들려면 아주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선 무화과, 건포도, 블루베리 등 말린 과일을 브랜디(코냑 등 과일로 만든 증류주)에 3개월간 절인다. 브랜디에 절인 과일과 호두·아몬드 등 견과류를 케이크 반죽에 섞어 원하는 모양대로 케이크를 굽는다. 파운드케이크와 비슷하지만, 말린 과일과 견과류 비율이 훨씬 높다. 말린 과일과 견과류을 밀가루보다 1.5배 더 많이 넣는다. 이렇게 구운 케이크에 다시 브랜디를 뿌려 3개월 정도 숙성시킨다. 여기에 마지팬(marzipan·견과류를 으깨 설탕·달걀·밀가루 등과 섞어 만든 반죽)을 발라 케이크 표면을 매끄럽게 한 다음, 슈거 페이스트를 바르고 색을 입힌 뒤 장식을 붙여 케이크를 완성한다. 마지팬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찰흙처럼 말랑하던 슈거 페이스트는 몇 시간 지나면 단단하게 굳는다.
퐁당 케이크가 한국에 소개된 건 10여년 전. 일본에서 퐁당 케이크를 배운 최두리씨가 1996년 한국에 소개했다. 하지만 퐁당 케이크가 관심을 끌기 시작한 건 아주 최근 일이다. ‘케이크 퀸’(Cake Queen)을 운영하는 이선영(28)씨는 말한다. “파티문화가 활성화되고 개개인의 개성이 강해지면서 남다른 독특한 케이크를 원하는 추세지요. 퐁당 케이크는 이러한 욕구를 반영하죠. 또 요즘은 소수의 하객만 초대하는 ‘하우스웨딩’이 트렌드가 되면서 웨딩케이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어요.” 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퐁당 케이크는 웨딩케이크로 가장 많이 나간다. 프로포즈용으로도 많이 나간다. 약혼반지를 미리 가져가면 슈거 페이스트로 만든 리본에 걸어서 쿠션 모양 케이크에 달아준다. 이종열 씨는 “연애 기간 일어난 일들을 표현해달라는 손님도 많다”고 했다. 물론 가능하다. 작은 보석상자나 모자 모양으로 만든 퐁당 케이크를 하객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기도 한다. 타월이나 우산보다는 훨씬 로맨틱하고 기억에 남지 않을까. 개당 2만~3만원대로 가격이 부담스럽긴 하다. 참고로 부부사이의 ‘에로틱’ 추억도 제작 가능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