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평론가가 뽑은 ''잊지 못할 페스티벌 6''

  • 등록 2007-08-23 오후 12:00:02

    수정 2007-08-23 오후 12:00:02

[조선일보 제공] 한해 동안 유럽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만 100개가 넘는다는데, 어디를 가야 소리와 악기의 진정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 ‘오페라 순례기’를 쓴 오페라 평론가 박종호씨가 직접 찾았던 페스티벌 중 6개를 추려 소개한다.



::: 브레겐츠 페스티벌(오스트리아·7~8월)

여름 밤 별이 내리는 산 속 호수에서 오페라를 본다는, ‘꿈 속의 한 장면’이 매년 여름 브레겐츠에서 펼쳐진다. 호수 위에 떠있는 거대한 무대를 바라보도록 큰 계단식 좌석을 설치하고 여기에 오페라 공연을 올린다. 2년마다 새 오페라를 선보이는데, 상상력과 연출력이 눈과 귀와 마음을 모두 즐겁게 한다. 1999년에는 주세페 베르디 오페라 ‘가면 무도회’를 위해 거대한 해골이 설치됐고, 2001년 여름에는 파리의 한 카페를 연상케 하는 식탁과 의자 위에서 지아코모 푸치니 ‘라 보엠’이 펼쳐졌다. 2007~2008년 푸치니의 ‘토스카’를 위한 무대에는 거대한 푸른 눈동자가 관객들을 향하도록 설치돼 있다.

::: 바이로이트 페스티벌(독일·7~8월)

리하르트 바그너가 오페라 공연을 위해 직접 세운 ‘축제 극장’이 있는 독일의 조용한 시골 마을이 여름이면 페스티벌로 들썩인다. 오후 4시에 공연을 시작해, 막 사이에 한 시간씩 휴식을 가져가며 느릿느릿 진행되는 바그너의 오페라는 밤 11시가 돼서 끝난다. ‘음악 앞에 만민은 평등하다’고 믿었던 바그너는 극장의 모든 의자를 딱딱한 나무로 만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긴(17시간)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바그너)’는 하루 건너 한 회씩 8일에 걸쳐 상연된다. 오케스트라가 무대 아래 깊이 들어가 있어 몇 번의 반사를 거친 후 관객에게 소리가 전달되는데, 체로 거른 듯한 부드러운 음향은 ‘바이로이트 사운드’라 불린다.

::: 베로나 페스티벌(이탈리아·6~9월)

로마 시대의 유적인 원형 야외 경기장 ‘아레나’에서 열리는 공연에는 지정석 외에도 서서 보는 자유석이 마련돼 있다. 도시락을 싸와서 낮부터 자리를 맡고 기다리는 이들의 모습에서 음악에의 열정이 배어 나온다. 보통 5편의 오페라가 매일 번갈아가며 올라가서, 스케줄만 잘 짜면 한 번 머물 때 너덧 편의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다. 오페라가 시작되면 거대한 경기장에 모인 2만여 명의 관객이 일제히 사랑에 빠진 듯한 눈빛을 하고 무대를 바라본다. 공연이 끝나는 새벽 한두 시. 카페에 앉아 독일 맥주나 이탈리아 와인으로 목을 축이며 오페라 이야기에 밤을 지새다 보면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도 친구가 된다.

::: 루체른 페스티벌(스위스·8~9월)

수십 개의 극장과 전시장이 위치한 최첨단 공연장 ‘루체른 문화회의 센터(KKL)’가 아름다운 피어발트슈테터 호수와 어우러진다. 노장(老壯)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이끄는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유럽의 프로축구 클럽 레알 마드리드와 비교되는 초호화 단원을 자랑한다. 베를린 필하모니, 이스라엘 필하모니,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매년 산속 작은 도시에 모여 음악의 선물 상자를 풀어놓는다.

:::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프랑스·6~7월)

‘프로방스의 중심’이라는 뜻을 지닌 프랑스 엑상프로방스는 플라타너스가 아름다운 휴양 도시다. 축제 기간 중에는 시내의 모든 궁전과 박물관이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오페라가 선보이는 아르슈베세 궁의 무대와 객석은 하늘이 보이는 마당 한가운데 설치돼 있고 의자는 통나무로 만들어져 운치를 더한다. 거리 곳곳의 아마추어 악사들과 노천 시장에 즐비한 프로방스의 꽃과 과일, 보석같이 예쁜 분수들이 페스티벌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 프라하의 봄 페스티벌(체코·5~6월)

독일로부터 체코가 독립한 1946년부터 계속된 음악제다. 구소련이 무너진 1990년, 서방서 망명생활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지휘자 라파엘 쿠벨리크가 눈물을 쏟으며 ‘나의 조국’을 연주한 것으로 유명하다. 베드르지흐 스메타나, 안토닌 드보르작 등 체코 출신 작곡가들의 오페라가 주를 이룬다. 오베츠니 돔, 국립극장, 국립오페라하우스 등 화려하게 장식된 극장들이 페스티벌을 더욱 즐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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