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쥐었다. 20대다. 피부는 하얗고 시원한 테라스를 좋아한다. 그녀에게 아메리카노는 ‘힐링’이다. 까맣고 시원한 커피의 맛은 지루한 하루에 생기를 돌게 한다. 은은한 향에 기분까지 좋아진다.
이 두 사람을 한 번에 사로잡을 음료를 만들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난제에 CU와 국순당은 이렇게 답한다. “그냥 섞어버리자!”
커피의 색을 가진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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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순당이 제조하고 CU가 판매하는 ‘막걸리카노’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진짜 섞었다. 지난달 13일 출시된 이 제품은 곱게 간 생쌀과 함께 로스팅 원두 파우더를 7일간 발효해 탄생했다. 국순당이 에스프레소, 라떼 등 다양한 커피 스타일과 아라비카, 로부스타 등 여러가지 커피 원두를 연구해 막걸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레시피로 개발했다고 한다. 나이 든 술인 막걸리의 회춘을 노린 셈이다.
막걸리카노는 ‘막걸리 색을 가진 커피’가 아닌 ‘커피맛 나는 막걸리’다. 술이란 얘기다. 알콜 함량은 4%. 일반 막걸리(6%) 보다 도수가 낮다. 겉모습은 정갈하다. 한 손에 들어오는 캔에 담겼다. 포장은 온갖 영문으로 도배됐다. 하얀 플라스틱 병에 담긴 채 구수한 정취를 내뿜는 여타 막걸리와는 얼굴부터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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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첫맛, 시큼한 뒷맛
한 모금 마셔봤다. 이상하다. 막걸리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달짝지근하다. 막걸리를 마시듯 꿀꺽꿀꺽 목젖을 움직이고서야, 막걸리카노란 이름이 이해가 갔다. 막걸리는 뒷맛에 있다. 막걸리 특유의 시큼함이 분명 느껴진다. 그런데 물음표가 가시지 않는다. ‘막걸리카노는 누가 좋아할까요?’, 이 단순한 질문에 답을 선뜻하기 어렵다. 막걸리도 커피도 아닌 맛은 신묘하기보다는 기묘하다.
<박 기자의 ‘개인취향‘ 평가>
- 맛 : ★★
- 가성비 : ★★
- 재구매의사 : ★☆
- 총평 : 이름은 재밌고 외관은 고급스럽다. 그러나 등산 가는 아버지도, 카페 가는 여동생도 외면할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