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문건에는 실명으로 표기됨)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96년 11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함께 서울이동통신 CB(전환사채)를 인수한 주인공이다. 이 전무는 서울통신기술 CB 인수로 최대주주가 됐다.
서울통신기술은 이재용 전무가 46%, 삼성전자가 35.7%, 이학수 부회장(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이 9%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그룹 계열사다. 연간 영업이익을 200억원 가량 올리는 알짜 회사다.
삼성 계열사 중에 이재용 전무가 최대주주인 회사는 서울통신기술과 가치네트 뿐이다.
서울통신기술은 93년 삼성전자(005930)에서 분사된 회사로 매출의 절반 가량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한다. 96년 12월 이재용 전무와 박씨를 대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이 전무가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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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당시 발행된 서울통신 CB는 20억원어치. 이재용 전무가 15억2000만원어치(주식 전환시 50.7% 지분)를 인수하고 박 씨가 4억8000만원어치(주식 전환시 15.9%)를 사들였다. 박 씨의 지분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9만6000주. 박 씨는 2000년 4월 이 주식을 당시 삼성 계열사였던 노비타에 주당 7만원에 모두 처분했다.
박 씨는 이에 앞서 삼성그룹 구조본 이학수 실장에게도 이 주식 일부를 팔았지만 삼성그룹 내부 문건에 박 씨가 이학수 실장에게 판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노비타에 넘긴 가격만으로 추정할 경우 이런 거래를 통해 박 씨는 약 60억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과연 박 씨가 어떤 인물이기에 삼성그룹 후계자인 이재용 전무와 함께 단 둘이서회사를 인수하고 그 지분을 이학수 실장과 삼성 계열사에 넘겨 차익을 거둘 수 있었느냐는 의문이다.
삼성그룹에 따르면 박 씨는 삼성그룹 회장실에서 이건희 회장의 개인비서로 일해 온 여성으로 지난 2005년 삼성전자 상무로 승진했다. 이건희 회장이 부회장이던 시절부터 개인 비서로 일해왔다고 알려졌다. 서울통신 CB를 인수한 96년에 박 씨는 30대 중반이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황상 이건희 회장이 박 씨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서울통신 CB를 인수하도록 해 준게 아닌가 싶다"며 "이런 정황을 볼 때 이재용 전무가 서울통신 CB를 인수한 것도 이재용 전무의 단독 결정이라기 보다는 그룹차원의 조직적 배려가 있는 걸로 봐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 그룹 관계자는 "서울통신 CB 발행도 시민단체의 고발로 이미 검찰 수사를 거친 사안"이라며 "(박 씨의 지분 인수를 이 회장의 배려차원으로 보는 건)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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