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첫 주말 맞은 390명 아프간人…국민들 난민인식 전환될까

아프간 특별기여자 4명 확진…21명 재검사
입소자들 평온한 첫 주말…빨래하며 '사색'
아프간인 포용에 국민들도 우호적 시각 늘어
"난민정책도 바껴야…난민수용 확대부터"
  • 등록 2021-08-29 오후 5:37:18

    수정 2021-08-29 오후 5:37:18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탈레반 위협을 피해 한국 땅을 밟은 아프가니스탄인 조력자와 가족 등 390명이 충북 진천의 임시생활시설에서 첫 주말을 보냈다. 대부분이 임시생활시설에서 휴식을 취하며 자가격리 생활에 들어갔지만, 이 중 4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방역당국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가족에 대해 재검사를 지원했다.

우리 정부는 이들의 건강상태를 비롯해 한국 체류 기간 동안 사회적 자립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난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달라질지 주목된다.

아프가니스탄인 조력자 및 가족들이 29일 충북 진천군 공무원인재개발원에 마련된 임시 숙소에서 자가격리 생활 중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다. (사진=뉴스1)
아프간 특별기여자 4명 확진…입소자들 평온한 첫 주말

특별기여자 자격으로 지난 26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국내에 입국한 아프간인 390명은 공항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임시 생활지원시설에 입소했으나, 이들 가운데 일부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29일 법무부는 한국 땅을 밟은 아프간인 390명 중 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확진 아프간 입국자는 성인 남성·여성 각 1명과 10세 남자·11세 여자 어린이 등 4명으로 각각 다른 가족 구성원이다. 이들은 지난 26일 인천공항에서 입국하면서 받은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미결정 판정을 받아 재검 대상자로 분류됐고, 전날 재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아 동반자 등 3명을 포함해 총 7명이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아프간 특별기여자 4명의 가족 21명에 대한 재검사를 마쳤으며 30일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추가 확진자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확진자가 발생한 기숙사 층과 버스에 같이 있었던 사람까지 검사할 필요는 없다는 질병청 의견에 따라 이들은 검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나머지 아프간 입소자들은 진천에서의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들은 법무부 등 직원 40명과 민간전문 방역인력 12명 등 총 59명으로 구성된 생활시설운영팀의 지원을 받고 있다. 돌봄이 필요한 아동이나 장애인이 있는 경우 가족이 같이 있도록 3~4인실을 제공했다.

입소자들은 대부분 휴식을 취하면서 낯선 땅에서 첫 주말을 한가롭게 보냈다. 각 방 발코니에 놓인 빨래 건조대에는 피난하는 동안 못했던 세탁물이 널어져 있었었고, 창문 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긴 입소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연수원에서 14일간 격리된 뒤 정착을 위한 교육을 받게 된다. 약 6주 뒤에는 정부가 마련한 다른 시설로 옮겨질 예정이다. 법무부는 매일 3회씩 체온검사를 실시해 코로나19 증상 여부를 수시로 확인하기로 했다. 7일차와 격리 종료(14일차)에 PCR 검사도 추가로 받는다.

아프가니스탄인 조력자 및 가족들이 29일 충북 진천군 공무원인재개발원에 마련된 임시 숙소에서 자가격리 생활 중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다. (사진=뉴스1)
난민 인식 서서히 바뀌는 한국…난민 수용도 늘어날까

이번 아프간 특별기여자 수용을 놓고 일부 반대 여론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우리나라가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2018년 국론이 분열될 정도로 반대가 심했던 제주 예멘 난민 사태 때와는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당시 제주도로 내전을 피해 도망쳐 나온 예멘 난민 500여명이 대거 입국하자 ‘난민 반대’ 집회가 열릴 정도로 난민에 대한 여론이 싸늘했었다. 반면 아프간 난민들이 머무는 진천 인재개발원 주변에는 진천군민과 시민단체 등이 “아프가니스탄 시민 여러분 한국 입국을 환영합니다”는 현수막이 내걸리는 등 난민 수용에 대한 우호적 목소리가 나온다.

아프간 특별기여자를 수용한 진천군 주민의 포용력에 국민들은 진천 특산물을 적극 구매하며 진천군민을 응원하기도 했다. 진천군에 따르면 아프간 특별기여자를 수용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부터 1일 주문량이 평소보다 3배 가량 많은 100여건에 이른다. 군 관계자는 “평소 주문량이 1일 30∼35건이었는데 보도 직후 주문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쇼핑몰 구매 후기에도 ‘감사한 마음에 구매했습니다’, ‘돈쭐(돈으로 혼쭐) 나세요’, ‘국격을 높여줬다’ 등의 응원글이 잇따랐다.

일각에서는 이번 아프간 사태를 기점으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난민 수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우리정부의 아프가니스탄 현지 협력자들과 가족들에 대한 신속하고 안전한 국내이송을 크게 환영하면서도 “국내에 이미 거주중인 아프간인들이 우리 정부에 난민신청을 한다면 난민법에 따라 심사하되, 아프간의 열악한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길 바란다”면서 “아시아 최초 난민법 제정국가로서의 책임과 국제적 위상을 높이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낮은 난민인정률과 난민 등에 대한 부족한 처우로 인해 국제사회와 시민단체로부터 난민정책에 대한 변화를 요구받아 왔다. 1994년 이후 2021년 6월까지 우리나라에 보호를 요청한 난민신청자 7만2217명 중 인정자는 1112명으로, 3%가 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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