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제2의 키프로스될까 '덜덜'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국내 은행 자산의 부실화로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서 슬로베니아, 헝가리 등 일부 동유럽국가들이 제2·제3의 키프로스로 지목되고 있다고 주요 외신들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나라들은 유럽 내에서도 부실 채권 보유 비율이 높은 나라로 알려져있다.

이중 슬로베니아는 상황이 긴박하다. 슬로베니아는 지난해 말 총선을 치른 후 ‘긴축 반대’ 성향의 내각이 구성돼, 대통령 선거 직후 구제금융을 타결한 키프로스와 닮은 꼴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슬로베니아에 있어 가장 큰 골칫거리는 은행들의 부실 채권 문제다. 슬로베니아 은행들은 부실채권으로 해마다 막대한 양의 손실을 보고 있다. 예컨대 슬로베니아 최대 은행인 노바류블랸스카는 지난해 2억7500만유로(약 3927억원)의 손실을 봤다. 4년째 적자다. 다른 은행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슬로베니아 은행 부실 채권 규모는 국내총생산(GDP)대비 20% 수준으로 전문가들은 위험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S&P는 슬로베니아 정부가 부실 은행 지원을 하면서 재정 부담을 크게 받을 것이라며 지난달 국가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웠다.

이에 대해 슬로베니아 정부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슬로베니아 정부는 자체적으로 부실 채권 문제를 해결해 구제 금융 우려를 없앨 것이라고 단언했다. 슬로베니아 중앙은행도 국내 은행의 자산 규모가 GDP의 1.4배에 불과해 8배에 이르는 키프로스는 물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평균 3.5배보다 낮다고 항변했다.

부실채권 규모가 GDP의 20%에 근접한 헝가리도 노심초사다. S&P는 최근 보고서에서 헝가리 내 부실자산이 유럽지역 경기 침체로 급속히 늘어 우량자산마저 부실화되는 ‘악순환’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겨우 안정세를 찾은 헝가리 포린트화도 금융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급속히 평가절해돼 헝가리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