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현주소]①성창익 “셀프 개혁은 한계…외부 강한 의견 절실”

민변 사법센터 초대 센터장 맡은 지평 성창익 변호사
"대법 개혁방향, 사법수요자인 국민 생각과 다른 듯"
'서오남' 벗어나 대법관 실질적 다양성도 따져야
  • 등록 2020-04-02 오전 9:03:00

    수정 2020-04-02 오전 9:03:00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상고심 제도의 개선도 사법신뢰 회복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최종심이자 법률심으로서 사회의 규범적 가치 기준을 제시하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 각계의 의견을 두루 수렴해 실정에 알맞은 상고제도를 만들고 정착시키는 데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자신의 취임 자체로 사법부의 변화와 개혁을 상징한다`는 `김명수 코트(Court)` 출범 2년 반. 임기 절반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상고제도 개선 방안을 연구·검토할 `상고제도 개선 특별위원회`는 올해 초 겨우 첫 발을 뗐을 정도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사법농단의 발단이 된 상고법원 설치를 포함해 대법관 증원, 고등법원 상고심사부 설치 등 여러 개선안이 검토 대상이다.

대법원의 이원적 구성, 고등법원 상고부, 상고허가제를 거쳐 1994년부터 심리불속행 제도를 운영 중이나 상고 사건의 숫자나 내용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상고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단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새로운 대안이 무엇인지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지난달 발족시킨 사법센터 초대 센터장을 맡은 성창익(50·사법연수원 24기) 지평 변호사는 “개선의 필요성은 모두 공감하지만 대법원이 생각하는 방향과 사법 수요자들이 생각하는 방향이 다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권위 유지나 업무 부담 감소의 관점이 아니라 사법수요자인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 보장의 관점에서 추진돼야 하는데 대법원과 법조단체, 시민사회단체 간 방향성이 제 각각이란 얘기다.

성 변호사를 만나 총선을 앞두고 상고제도 개선 등 21대 국회가 완수해야 할 사법개혁 과제와 김명수 대법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었다.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에서 벗어난 인선이 진행되면서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이 강화됐다. 과거사 바로잡기나 소수자와 약자의 인권 및 권익 보호, 경제민주화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판결이 여럿 나왔다. 다시 `사법 개혁`이 화두인 이유는.

△사법 개혁이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된 결정적 계기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사태다.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력이 남용되는 바람에 문제가 된 것 아닌가. 대법원장에 집중된 사법행정권이 법원조직법 등에 그대로 주어져 있고, 사법행정자문회의는 문자 그대로 `자문 회의` 수준의 논의로 비상설적 기구로서의 한계가 분명하다. 누가 대법원장이 되느냐에 따라 불씨는 그대로 남아 1인 선의에만 맡겨 둘 수 없는 불안한 형국이다. 본질적인 사법 개혁은 외부에서 강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한 자체 동력으로는 힘들지 않나 생각한다.

`서오남` 프레임에 갇히면 지역·학벌·성별 등 형식적 다양성만 생각할 수 있다. 개인이 걸어온 이력을 살펴 철학과 가치관 등 실질적 다양성을 따지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성과 평가를 한다면.

△서열식 법관 인사구조의 핵심이자 법관 관료화의 원인으로 지목된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폐지하고 윤리감사관을 개방형 직제로 하는 등 일부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 법관 독립과 사법행정 개혁을 토론하고 의결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도 대법원 규칙으로 뒷받침했고, 법원장 후보 추천제도 늘어났다. 하지만 일부 시혜적 조치 정도 선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다.

사법발전위원회(사발위)의 핵심적인 주장이 대법원장의 총괄적 권한을 사법행정회의 등 합의제 기구에 이관해 그 기구가 총괄적 권한을 행사토록 하는 게 골자였는데 결국 채택 안 됐다.

-각계에서 상고심 개편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

△개선 필요성은 모두 공감하지만 대법원이 생각하는 것과 일반 국민, 사법 수요자들이 생각하는 방향성이 다른 것 같다. 상고법원이나 상고 허가제, 대법관 증원 등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모든 가능성을 연구·검토한다지만 내심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과도한 업무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게 기본 생각 아닐까. 희소성은 유지해서 권위를 지켜 정책 법원으로서의 위상을 갖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헌법재판소가 정책 법원 기능의 상당 부분을 수행하고 있다. 대법관 수를 늘려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사건을 끝낼 게 아니라 실제 판단을 하는 권리 구제형을 지향해야 한다.

-대법관 증원이 비현실적이란 지적도 많다. 이미 2010년에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는데.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보면 재판 안 하는 대법관이 없도록 하면서 수를 26명(대법원장 포함) 늘리는 것이다. 소부는 대법원장을 제외한 25명을 5개로 운영한다.

대법관 증원은 구성의 다양화와 직결된다. 자릿수가 적으니 외부에 한 자리 내어주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증원이 되면 소부 마다 고위 법관이 아닌 법원 외 인사들도 참여해 의견 개진이 다양해 질 수 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최소 50명 정도로 해야 한다는 내용을 각 당 공약에 반영하려 하고 있다.

-50명 이상으로 늘면 전원합의체 운영에 문제는 없나.

△지금도 대법관 전원이 아닌 3분의 2이상 참석이면 된다. 안 의원 개정안 경우 26명으로 늘리면 2분의 1 이상이 참여해 합의체를 구성해 하는 식이다. 다 모일 필요 없이 민·형사, 지재 등 분야별로 대합의체로 운영할 수도 있다. 전원이 참석해야 된다는 건 일종의 `도그마`(dogma)다.

대법원 규칙에서 구성 방법을 미리 정할 수도 있다. 각 소부에서 선임자별로 , 아니면 무작위로 돌아가면서 한다든지 편중되지 않게 공정한 기준을 설정해 놓으면 된다.

-상고제도 개선 논의 결론 도출이 유독 어려운 이유는 어디 있다고 보나.

△기본적으로 대법원 개혁 방향과 법조단체, 시민사회단체 방향 간 거리가 있다. 국회는 어느 한 쪽 손을 들어주기 부담스러워한다.

새로 구성될 21대 국회는 상고심 개혁도 본격 논의를 해야 한다. 과거 참여정부 때는 사법개혁추진위 구성을 해 합의를 하고 국회도 속도감 있게 통과시켰다. 문재인정부 청와대가 초기에 추진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주로 검찰·경찰 개혁은 많이 얘기 했는데 대통령도 법원 개혁은 스스로 추진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법원에만 맡겨서는 개혁 다운 개혁 추진이 힘들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다양한 의견을 개진해 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결과적으로 국민들까지 생각한 제도 개혁으로는 나아가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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