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근태의 靑春전략)초년고생은 사서도 한다

  • 등록 2005-11-23 오후 2:00:17

    수정 2005-11-23 오후 2:00:17

[이데일리 한근태 칼럼니스트] 부자 부모 덕에 대학시절부터 차를 끌고 다니던 사람이 있었다. 지금이야 자가용이 별 것 아니지만 그 시절에 자가용이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집안에 재산 있고 편안하니까 당연히 공부는 게을리했고 학교 졸업 후에는 내키는 대로 여러 일을 했다.

부모 회사에서 일을 하기도 했고, 독립을 한답시고 부모가 차려준 가게를 경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슨 일을 해도 신이 나지 않았고 잘 되지도 않았다. 일 보다는 인생을 즐기는데 에너지를 썼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았는데 갑자기 부모 사업이 망하면서 그의 인생도 엉키기 시작했다. 전문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 준비를 한 것도 아니고,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요즘 엄청 고생을 하고 있는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저는 개미와 베짱이에 나오는 베짱이입니다. 남들이 땀 흘려 노력하는 젊은 시절을 아무렇게나 보낸 대가를 지금 받는 것 같습니다.”

청년들이 쉽게 실망하고 좌절하는 이유는 현실을 현실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기대 때문에 실망을 하게 되고, 꿈은 다부지지만 아직은 그 꿈을 이룰 그릇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좌절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세상을 냉철하게 볼 수 있고, 자신이 아직은 그런 그릇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실망 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청춘은 누구나 과대망상증이 있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잘 나고, 자신의 눈 앞에는 탄탄대로가 펼쳐져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바로 그랬다. 사회는 나 같은 유능한 사람이 빨리 나오기를 학수고대할 거로 생각했다. 사람들이 길 옆에 죽 서서 나를 환영하면서 “왜 진작 우리 회사에 오시지, 이렇게 늦게 오신 겁니까?”라고 박수를 칠 줄 알았다. 내가 하는 일마다 사람들이 격려하고 지지할 걸로 생각했다.

아무런 장애물 없이 탄탄대로를 걸으며 살 줄 알았다. 하지만 결코 그게 아니었다. 연구소에 들어간 내가 깨달은 첫 번째 사실은 “아는 것이 너무 없다. 내가 이 회사에 기여를 하려면 적어도 3년은 있어야겠구나, 이런 내가 월급을 받는 것은 너무 미안하다.”는 사실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온갖 불평을 하며 지냈다. 내가 뭐라도 되는 양 폼을 잡고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필라코리아를 만든 윤윤수 회장은 젊은 시절에는 되는 일이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고 고백한다. 부모를 일찍 잃고, 원하는 대학에 떨어지고, 취직 잘 안 되고, 들어간 회사에서도 별로 인정 받지 못하고…그야말로 자빠져도 코가 깨질 정도로 재수도 없고 하는 일마다 꼬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지금의 필라를 만들었다. 지금의 윤윤수를 만들었다.

성공을 위해서는 의도된 초년고생을 해야만 한다. 거친 세상에 자신을 던지고, 이 과정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세상이 얼마나 넓고 거친 곳인지 알아야 한다. 나 같은 사람이 있건 없건 세상은 아무 일 없이 돌아간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우리 자신이 얼마나 별 볼일 없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지도 알아야 한다.

초년 고생과 말년 고생 중 하나를 택하라면 어느 것을 택하겠는가? 당연히 초년 고생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초년 고생을 사서도 하라고 했다. 편한 것이 능사가 아니다. 불편하고 고생스러워야 무언가 깨달음이 오고, 그런 깨달음이 있어야 사업도 잘 하고 가정도 잘 다스릴 수 있다. 우리가 힘든 이유는 의미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일 지금 하는 일마다 꼬이고, 힘이 들고, 어려운 것이 다 나중에 약이 되고 효용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의미부여를 할 수 있다면 하나도 힘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고생을 한 번 해 보자.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해 보자. 내가 지금의 고생을 기억했다 나중에 자서전에 기록해주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고생을 고생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해야 할 질문들…

1) 성공한 사람 중 아무런 고생 없이 성공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 주변에서 한 번 찾아보자.
2) 지금의 고생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3) 초년고생을 통해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깜찍 하트
  • '곰신' 김연아, 표정 3단계
  • 칸의 여신
  • 스트레칭 필수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