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오후 자동차를 타고 병원 밖으로 나왔다. (사진=CNN 보도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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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박한나 기자] 코로나19 감염으로 입원 치료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차를 타고 병원 밖을 나오는 이른바 ‘돌출행동’을 했다. 전날(3일) 공개한 동영상에도,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직접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11월3일 미 대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마음이 급한 나머지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준수사항을 정면으로 어긴 데다 근접 경호에 나선 경호원들에 코로나19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CNN방송·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입원 사흘째인 이날 오후 자신이 입원한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州) 베데스다에 있는 월터 리드 군 병원 밖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SUV 차량을 탄 채 ‘깜짝 외출’에 나섰다. 노타이 정장차림에 마스크를 쓴 트럼프 대통령은 뒷좌석에 앉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든 뒤 다시 병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번 외출은 자신이 소셜 미디어 동영상에서 ‘깜짝 방문’을 하겠다고 예고한 직후 이뤄졌다. 당시 병원 주변에는 지지자들이 모여 트럼프 대통령의 치유를 기원하며 지지 응원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 지지자들의 영상을 리트윗 하며 “매우 고맙다”고 적었고, 오후에도 “병원 밖 모든 팬과 지지자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깜짝 외출 직전 올린 73초짜리 별도 영상에선 자신의 상황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여행이었다”며 “나는 코로나19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진정한 학교”라며 학교에서 ‘책을 읽자’식의 배움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언급한 뒤 “나는 그것을 알게 됐고 이해하게 됐다. 정말 흥미로운 일”이라고도 했다. 병원 밖 지지자들을 향해선 “위대한 애국자”라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돌출 행동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거세지고 있다. 일단 코로나19 확진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 14일간의 격리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차량에 탑승한 비밀경호국(SS) 요원 2명을 코로나19의 늪에 빠져들게 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이들은 보통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이 사용하는 N95 마스크만 썼을 뿐 방호복 착용 등의 조처는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대노’했다. 조너선 라이너 조지워싱턴대 교수도 “무책임함의 극치”라며 “병원밖의 즐거운 드라이브를 함으로써 경호원을 중대한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했다. 월터 리드 병원의 내과의사인 제임스 필립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미친 짓”이라며 “차량에 탑승한 모든 사람은 14일간 격리해야 한다. 그들은 병에 걸리고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사드 오메르 예일대 글로벌헬스연구소 국장은 마스크가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을 주겠지만,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CNN방송은 “코로나19는 치료제가 없는 감염병”이라며 “대통령 홍보 행사 지원을 위해 비밀경호국 직원들의 건강에 위험을 초래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