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2005)④은행, 종합격투기 場으로

펀드 `각광`속 금융융합 본격화‥복합점포도 대세
어슈어뱅크‥금융업권간 경계 허물기 백미될듯
  • 등록 2005-12-20 오후 2:30:00

    수정 2005-12-20 오후 2:17:12

[이데일리 오상용기자] "입식타격기에만 능해서는 승산이 없다. 레슬링과 유도, 브라질리언 주짓수 기술에 이르기까지 두루 섭렵해야 살아남는다." 종합격투기 선수들의 명예가 걸린 `프라이드FC` 무대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5년은 은행들에게 종합격투가로서 자질을 시험받은 한 해였다. 단순한 예금상품의 판매 뿐만아니라 누가 더 다양한 영역의 상품을 고객 입맛에 맞게 마련해 제대로 안내하고 뒤탈없이 팔 수 있는가가 은행의 경쟁력으로 자리잡았다.

이종결합형 금융상품과 파생상품, 다양한 펀드상품이 은행의 수익원 다변화, 교차판매 전략과 맞물려 봇물을 이뤘다.

금융권역간 칸막이 규제가 허물어지고 이(異)금융간 융합이 대세로 여겨지면서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 더 가속화할 전망. 은행들은 종합격투가로서 진정한 승부는 내년부터라고 말한다.

◇금융의 융합과 경쟁지형의 변화

업종간의 융합, 모든 것이 한점으로 모이는 컨버전시(convergency) 현상은 올 한해 금융권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주식투자와 예금이 결합된 주가지수연동예금(ELD)이 고객들의 꾸준한 관심을 끌었고, 보험상품과 신용카드 예금상품 펀드상품이 한데 묶인 패키지형 상품이 속속 등장했다.

저금리에 목말라 하던 고객들은 주식형펀드 등 간접투자상품으로 눈길을 돌렸고, 금리경쟁으로 축소된 예대마진을 만회하려는 은행들도 펀드 판매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주식시장이 살아나면서 적립식펀드는 물을 만난 고기였다.


1080여개 지점을 총동원해 고객잡기에 나섰던 국민은행. 대투증권 인수후 `1인 1펀드 갖기 운동`을 전개하며 기선제압에 나섰던 하나은행. 지주회사로서 짜임새 있는 상품을 무기로 내걸었던 신한지주와 우리금융. 이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펀드 상품을 쏟아냈다. 고객 호응에 힘입어 은행의 펀드 판매 실적도 급증했다.

일선 영업점의 풍토도 달라졌다. "취급하는 상품이 너무 많아요. 쫓아가기에 벅찰 정도죠." A은행 무교동 지점에 근무하는 김 대리는 은행업무에다, 방카슈랑스 판매 교육, 펀드판매 교육으로 올 한해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여전히 고객이 상품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 오면 말문이 막힐 때가 적지 않다.

◇복합금융점포의 등장

종합격투에 적합하게 은행지점도 변신중이다. 금융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은행·증권·보험·펀드 상품을 한번에 쇼핑할 수 있는 복합금융점포가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했다. 우리금융이 지난달 7개층에 각 금융권역별 상품을 판매하는 우리금융프라자를 개점한데 이어 이달 8일에는 하나지주가 하나금융프라자를 열었다. 신한금융지주는 내년초 복합금융점포를 통합·관리할 파이낸셜센터를 설립한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의 잇따른 복합금융점포 개설로 과거의 단순한 지점형태에서 복합다양한 형태로 영업패턴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간 리딩뱅크경쟁은 금융상품의 계열사간 교차판매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전초전에 불과했고 본 경기는 내년부터"라고 덧붙였다.

이들 금융지주회사들은 은행과 증권사 지점을 판매망으로 하고, 증권·자산운용·생명보험·카드 자회사들에 금융상품개발을 맡겨 고객들에게 복합금융서비스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사라지는 경계‥다양한 실험

금융권역간 칸막이 규제를 제거하겠다는 정부 의지는 확고하다. 작업도 착착 진행중이다. 우선, 증권·자산운용·선물회사의 벽을 허무는 자본시장통합법이 예고돼 있다.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간 영역도 허물어진다. 어슈어뱅크(보험사의 은행업 겸영)의 도입이 멀지 않았다는 기대도 나온다. 은행의 자본시장내 역할도 강화된다. 은행이 유가증권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가 높아지고, 금속·원유 곡물 등 일반상품에 기초한 파생상품을 만들수 있는 법적 토대도 마련된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융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면서 "경계가 사라진 곳에선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펀드 종류별로 운용 자산을 한정해 놓은 현행 규제가 철폐되면 펀드 시장은 다양한 실험의 장이 될 것"이라며 "하나의 펀드에 주식과 채권 부동산 원유 금 등 다양한 기초 자산이 편입될 수 있는 만큼 진정한 고객맞춤형 투자상품 개발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재테크 전문가들은 새해 재테크의 `키워드` 역시 투자형상품이라고 말한다. 조흥은행의 김은정 재테크 팀장은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확정금리형 상품에 일부 자금을 예치하더라도 역시 (재테크 흐름의) 대세는 투자형 상품"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조우석 재테크 팀장도 "향후 금리가 변동한다 해도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확정금리 상품을 통한 재테크는 물가상승분을 감안하면 절대적으로 수익수준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 상품을 통한 재테크는 불가피한 선택이 되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팀장은 "내년 재테크 시장을 이같이 전망할 때 향후 리딩뱅크 경쟁의 승패는 결국 누가 더 다양한 영역의 투자상품을 고객에 맞게 조합하는가, 그리고  복잡하고 다양한 상품들을 얼마나 고객에게 제대로 안내해 뒤탈없이 팔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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