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음모론對 결과론`

"애플에 낸드 할인 공급..국내 MP3P업체 고사 의도"
"총괄별 경쟁체제 감안하면 음모론적 해석 지나쳐"
  • 등록 2005-09-26 오후 2:10:24

    수정 2005-09-26 오후 2:10:24

[이데일리 안승찬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애플에 파격적인 가격으로 낸드플래시메모리를 공급하는 것을 놓고 해석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켠에서는 `음모론`이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통해 국내 전문 MP3플레이어업체들을 고사시키려고 한다는 주장이다. 다시말해 `적을 이용해 또다른 적을 제어한다`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라는 것.

하지만 또다른 한켠에서는 이에 대해 손사래를 친다. 삼성전자의 총괄별 경쟁체제를 감안하면 이같은 해석은 너무 단선적이고 지나치다는 반론이다.  

◇"삼성이 국내 전문 MP3P업체들 다 죽인다"(?)

애플의 MP3플레이어 신제품인 `아이팟나노`가 나오자 국내 업체들은 뾰족한 대책을 마련지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애플이 삼성전자로부터 최대 50% 할인된 가격으로 낸드플래시를 조달, 국내 경쟁에 비해 30% 이상 낮은 가격에 제품을 내놨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애플에 낸드 반값에 공급」기사 참고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애플이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낸드플래시형 MP3플레이어를 출시하면서, 국내 MP3플레이어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애플이 삼성전자의 낸드플레시 물량을 상당부문 가져가면서 낸드플래시의 원활한 조달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에 의도적으로 낮은 가격에 낸드플래시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같은 `음모론`의 바탕에는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이 애플에 낸드플래시를 싼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MP3플레이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DM총괄을 돕기위한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뒤늦게 MP3플레이어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중소업체들에게 밀려 그동안 고전해 왔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애플에 대한 낸드가격 할인은 국내 전문 MP3플레이어업체들을 고사시키기 위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과 DM총괄의 합작품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총괄별 경쟁체제인데, 글쎄…"

그러나 삼성전자의 GBM(Global Business Management) 체제를 감안하면, 이같은 음모론적 해석은 과도한 것이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2000년부터 도입한 GBM 체제는 각 사업부가 생산·판매 뿐 아니라 재무·인사까지 모두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사업 결과는 모두 철저하게 사업부별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같은 삼성전자 직원이라도 총괄별 평가에 따라 보너스가 천차만별이다. 철저한 내부경쟁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는 것.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휴대폰, LCD를 모두 만들지만 부품을 쓸 때 꼭 삼성 것을 고집하지는 않고, 대략 3분의1은 다른 회사 것을 사용한다"고 강조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총괄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같은 회사라도 봐주는 법이 없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싼 가격에 낸드플레시를 공급한 것은 전적으로 반도체총괄의 사업전략에 따른 것으로, DM총괄의 MP3플레이어 사업의 전략과 연결시켜 이해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MP3P 업체에 타격..음모론은 지나쳐"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이 애플에 싼 가격으로 대량의 낸드플래시를 공급함으로써 국내 전문 MP3플레이어 업체들을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같은 `결과`를 삼성전자의 `의도`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삼성전자 `애플효과`를 둘러싼 논란」기사 참고

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삼성전자의 사업부는 각자 최대의 실적을 내기위해 경쟁적으로 노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른 사업부를 돕기위해 헐값에 제품을 제공했다는 식의 해석은 과도한 음모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의 실적이 나빠지면 회사에서 이를 감안해주겠느냐"며 "애플 공급건은 반도체총괄의 독자적인 결정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하반기 내부경쟁 더욱 치열"

삼성전자 DM총괄이 일본 샤프의 패널을 들여와 37인치 LCD TV를 내놓은 것도 삼성전자 GBM 체제가 낳은 대표적인 사업부별 내부경쟁의 사례다.

삼성전자 LCD총괄 입장에서는 `40인치·46인치` LCD 표준화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는 터에  DM총괄이 최대 경쟁업체인 LG가 밀고 있는 37인치 제품을 내놓았다는 것은 야속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DM총괄측은 당연하다는 듯 "시장의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LCD총괄 역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낼 수 없다. LCD총괄은 삼성전자 DM총괄의 경쟁자인 소니에 LCD 패널을 대량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사업부별로 실적을 극대화하기 위해 더욱 고삐를 죄고 있는데다 윤종용 부회장의 뒤를 이를 차기 CEO 후보군의 경우, 실적관리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어서 최근에는 사업부별 독자노선이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품 개발단계에서 사업부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을 거쳐 시너지를 높이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은 각 총괄에서 사업의 모든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며 "사실상 삼성전자라는 이름으로 여러개의 회사가 묶여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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