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시대)<2부>②`아직은 퇴직금이 더 좋아`

이데일리 현대經硏 공동 설문..기업들 퇴직연금 관심 부족
중소기업이 제도 도입에 더 소극적..DB형 선호
  • 등록 2005-11-01 오전 11:46:21

    수정 2005-11-24 오전 10:55:12

[이데일리 지영한기자] 퇴직연금은 불안안 노후의 새 소득보장 장치로 도입이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정부의 의지 부족과 이해관계자들간의 대립으로 빠른 정착을 위한 준비가 크게 미흡하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무엇보다 시행 한달을 앞두고도 새 제도 자체에 대한 홍보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게 큰 문제로 지적된다. 퇴직연금 제도 정착의 키를 쥐고 있는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우리나라 기업들은 퇴직연금이 2010년 이후에나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퇴직연금의 출범 원년으로 볼 수 있는 내년 중 퇴직연금을 도입하겠다는 회사는 손꼽을 정도로 적었다. 새로운 퇴직급여제도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느슨하거나 준비가 매우 미흡함을 시사한다.

이같은 사실은 이데일리가 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을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 나타났다. 설문은 31개 기업의 퇴직급여 담당자를 대상으로 팩스와 이메일을 통해 자기기입방식으로 10월19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됐다.

우선 ‘퇴직연금제도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어느 정도 안다’(45.2%), ‘잘 안다’(9.7%) 등 ‘이해하고 있다’는 응답이 절반은 넘긴 54.9%였다. 그러나 35.5%는 ‘보통이다’고 대답했고, 조사 대상자들이 퇴직급여 담당자였음에도 9.7%는 ‘모른다’는 응답을 내놓았다.

기업 규모별로는 ‘어느 정도 안다’거나 ‘잘 안다’라는 응답이 대기업은 71.4%였지만 중소기업은 41.2%로 상대적으로 크게 낮았다.이 때문인지 조사 대상 기업의 87.1%은 퇴직연금제도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필요없다’는 응답은 12.9%에 그쳤다.

◇퇴직연금 "조기 도입 계획은 없다"..중소기업이 더 꺼려

‘퇴직연금제도가 언제쯤 본격화할 것이냐’는 질문에 절반 이상의 기업인 51.6%가 ‘2010년 이후’라고 답했고, 2008년(29.0%), 2007년(12.9%) 등이었다.

향후 2010년 이후라는 응답의 경우엔 대기업(42.9%)보다는 중소기업(58.8%)의 비율이 높았다. 향후 2년내, 즉 2007년까지는 본격화할 것이란 응답도 중소기업(5.9%)이 대기업(21.4%)에 비해 비관적이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만약 회사에서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다면 언제가 적절한가’를 묻자 2010년 이후라는 응답이 40.0%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07년(24.0%), 2008년(16.0%), 2009년(12.0%) 이었고, 퇴직연금도입의 사실상의 원년인 2006년이 적절하다는 기업은 단 8%에 불과했다. 더욱이 중소기업중에는 내년이 적절하다는 응답이 전무했다.

이에 대해 권병구 삼성생명 기업연금팀장은 “기존의 일시 퇴직금제도에서 사외 적립제도로 운용되고 있는 퇴직보험, 신탁제도의 메리트가 좋은 편”이라며 “퇴직연금의 메리트가 기존 제도를 뛰어 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기업들의 관심이 낮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조사대상 기업 10곳중 6곳은 현행 퇴직금제도(61.5%)를 선호한다고 답했고, 나머지 38.5%만이 퇴직연금제도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다만 대기업의 경우엔 절반 이상인 55.6%가 퇴직연금을 선호한 반면 중소기업의 70.6%는 기존 퇴직금제도를 선호한다고 밝혀 큰 대조를 보였다.

◇ 노후가 더 안정적일 것 같아 퇴직연금 선호

기업들이 기존의 퇴직금제도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회사 비용부담의 최소화’, ‘간편해서’, ‘제도변경이 쉽지 않아서’ 등을 꼽았고, 퇴직연금제도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직원들의 투자친숙도’,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 ‘노사양측의 상호이익’, ‘이직률이 높아서’ 등을 들었다.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확정급여(DC)형의 경우 60%정도까지 미니멈으로 사외에 적립하도록 해 기업의 입장에선 그런 부분들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잠정퇴직금 채무를 적립해나갈 경우엔 재정운용의 장기적인 계획과 가시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선 기존 퇴직금제도하의 미적립 상태보다는 퇴직연금의 적립시스템이 더 이익이 된다”고 조언했다.

만약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할 경우엔 절반인 50.0%의 기업이 확정급부(DB)형 퇴직연금제도를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DC형 퇴직연금제도’는 20.0%로 상대적으로 적었고, 30.0%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DB형을 선택하는 이유로는 ‘근로자들의 예측가능한 노후설계’(46.7%)와 ‘회사가 안정적으로 운용,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40.0%) 등이 꼽혔다. 또 ‘근로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거나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란 대답도 13.3%였다.

DC형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선 ‘제도관리가 DB보다 간편해서’란 대답과 ‘장기적으로 자급부담이 DB보다 작아서’라는 응답이 각각 33.3%로 가장 많았다. 이어 ‘회사가 적립금운용을 책임지지 않아서’와 ‘근로자 수급권이 100% 보장되어서’란 대답이 각각 16.7%로 뒤를 이었다.

권 팀장은 “미국의 경우 처음엔 DB가 일반화되어 있었지만 80년대 DC제도인 401(k)가 도입되면서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다”며 “특히 90년대 들어선 DB가 DC로 전이 되면서 최근엔 기업연금자산측면에선 DB보다 DC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퇴직금이 퇴직보험이나 퇴직신탁 등으로 어느 정도 사외에 적립되어 있느냐’는 질문에는 20% 미만(36.7%)이 가장 많았고, 40~60%(20.0%), 60~80%(20.0%), 20~40%(13.3%), 80% 이상(10.0%) 등의 순이었다. 20% 미만을 적립한 경우 대기업(14.3%)보다는 중소기업(56.3%)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물론 이는 회사 부도 등 최악의 경우 중소기업 근로자의 퇴직급여 수급권이 상대적으로 취약함도 시사한다.

기존의 퇴직금제도를 DB형 퇴직연금으로 전환할 경우엔 과거근무채무(PSL)를 상각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만약 PSL 상각에 부담을 느낀다면 몇 년에 걸쳐 상각을 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란 질문에 5년이란 응답이 50.0%, 10년이 42.9%, 20년이 7.1%였다. 이중 10년 이상이란 응답기업은 대기업(63.60%)이 중소기업(41.20%)보다 높았다.

조사대상 기업들의 48.4%는 퇴직연금이 근로자의 노후보장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대답했고, 3.2%는 ‘매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는 절반 이상(51.6%)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나머지 응답 기업중에선 ‘보통이다’가 25.8%였고,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22.6%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퇴직연금은 DB형, 안전한 금융기관 가입 선호 

‘퇴직연금과 생산성 및 경쟁력`과의 관계, 즉 퇴직연금을 통한 노후생활 보장이 근로자의 생산성과 기업의 경쟁력에 도움을 줄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보통이다’란 응답이 38.7%로 가장 많은 가운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29.0%)와 ‘별로 도움이 안된다’(29.0%)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응답은 3.2%여서 부정적인 응답이 다소 우위를 점했다.

기업들은 퇴직연금사업자를 선정할 때는 ‘금융기관의 안정성, 자산규모’를 선정기준으로 삼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기업 10곳중 8곳 이상인 83.9%는 이 같은 안정성과 자산규모를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고, ‘리스크관리, 투자 가이드라인 준수’(12.9%), ‘자산운용 수익률’(3.2%)가 뒤를 이었다.

이데일리가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금융기관의 안정성’(55.8%)이 ‘자산운용 수익률’(23.4%) 을 크게 앞질렀다. 퇴직급여제도 선택이 노사합의를 요구하는 만큼 안전성이 돋보이는 금융기관이 초기 퇴직연금시장에서 두각을 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은 재무와 인사 등 기업 경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시점은 생각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위원은 따라서 “정부는 기업이 조기에 도입할 수 있도록 기업들의 목소리를 듣고, 제도적인 측면에서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업과 근로자는 DB와 DC형 선택시 신중한 고민과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협찬 : 대한투자증권, 마이애셋자산운용, 미래에셋증권, 삼성생명, 신한금융지주, 하나은행,                              한국투자증권, CJ투자증권
* 후원 : 금융감독원, 한국증권업협회, 생명보험협회, 자산운용협회, 현대경제연구원
* 도움주신 분들 : 고광수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 권문일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류건식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 재무연구팀장,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신기철 삼성화재 상무, 오영수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장, 이순재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가다나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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