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공 모드' 왕들이 성공했다

조선시대 왕들의 인문학 세미나 '경연' 정리
세종·성종은 우등생…세조·연산군은 낙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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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연, 왕의공부
김태완|432쪽|역사비평사
  • 등록 2011-08-29 오후 1:09:15

    수정 2011-08-29 오후 1:09:15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대학에서 이르기를 덕이 근본이요, 재물은 말단이라 하였다. 재물은 말할 필요가 없는데도 말한 까닭은 무엇인가.” “옛사람 말에 `먹는 것이 백성에겐 하늘`이라 하였습니다. 살아가는 이치는 반드시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이니 하루도 재물이 없으면 안 됩니다.” 선조와 당대의 대학자 고봉 기대승이 마주앉아 문답을 주고받았다. 1567년 행해진 `경연`이란 공식적인 자리에서였다.

조선의 왕들이 한 공부가 경연이다. 이 자리에서 군주들은 유가의 경전을 배우거나 중국 또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공부했다. 경연의 목표는 왕을 성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방법은 하나였다. 시도 때도 없이 가르치는 것이다. 유학에서 성인은 바로 배움에서 최고봉에 이른 것을 의미한다.

해가 뜰 무렵 아침식사도 하기 전 조선의 왕들은 공부를 했다. 조강(朝講)이다. 정오엔 주강(晝講), 오후 두 시엔 석강(夕講)을 했다. 사이사이 과외도 있었다. 소대(召對)가 그것이다. 밤에 이뤄지는 특강 형식의 이 모임은 야대(夜對)라고 불렀다. 왕은 이렇듯 하루 최대 다섯 번씩 공부 모임을 가졌다. 철학과 역사를 깨치고 연이어 국가정책까지 토론했다. 교재는 동양의 모든 고전을 망라했다. `사서삼경`에 `예기` `춘추좌씨전` 등 유교경전들이 주교재로 쓰였다. 부교재는 `자치통감` `사기` `한서` `동국통감` `고려사` 등 역사서와 `대학연의` `근사록` `무경` `병서` 등이었다.
▲ 성균관친림강론도. 왕이 성균관에서 유생들과 강론과 문답을 실시하는 모습(사진=역사비평사).
조선의 지식인들, 특히 퇴계와 율곡에 관심을 가져온 조선 성리학 전문 연구자가 조선 왕들이 행한 이른바 `인문학 세미나`를 정리했다. 국왕들의 경연에서 언론의 중요성, 권력의 공공성이 피력된 데 방점을 찍었다. 실제 명종 19년인 1564년 2월13일에 행한 주강에서 기대승은 이렇게 말한다. “언로(言路)는 국가에서 매우 중대한 것입니다. 언로가 열리면 국가가 편안하고, 언로가 막히면 국가가 위태로워집니다.”

군주들이 행한 경연의 정도가 정치적 성패와 정비례했다는 점도 눈여겨봤다. 결국 공부를 잘한 국왕들이 성공한 군주가 됐다는 얘기다. 조선 유교문화에서 최고 전성기를 이뤘던 세종과 성종 때 경연이 가장 활발했다. 물론 정치체제도 안정기를 이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들 왕들의 아들인 세조와 연산군은 경연을 가장 등한시한 왕으로 꼽혔다. 세조는 경연을 아예 폐지해버렸고 연산군은 경연을 관장하던 홍문관을 탄압하는 폭정까지 일삼았다. 조선역사에서 피 비린내를 가장 많이 풍긴 왕이 된 불명예를 안은 것도 공통점이다.

사실 국왕을 교육시키는 경연은 반강제적으로 이뤄졌다. 국격은 국왕의 학문적 위상에서 판가름 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경연이 봉건시대 지도자가 똑똑한 신하들에게 나라 통치의 지혜를 구하는 효과적인 제도적 장치였던 것은 분명하다. 현대 통치자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게 된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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