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오락가락 조세정책..무책임한 정부

  • 등록 2002-11-22 오후 2:46:44

    수정 2002-11-22 오후 2:46:44

[edaily 오상용기자] 정부가 한달여전에 내린 조세정책을 정반대로 뒤집는 촌극을 연출했다. 재정경제부는 22일 불과 한달전에 결정한 5인승 레저용 픽업트럭에 대한 특별소비세 부과방침을 철회하고, 이를 위해 이달안으로 특소세 부과기준도 고치기로 했다. 재경부는 미국의 통상압력과는 무관한 결정임을 강조하지만, 미국의 입김에 관련법령까지 고쳤다는 비난은 면하기 힘들게 됐다. 수출의존적인 우리 산업구조를 감안할 때 재경부로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조세정책 손바닥 뒤집듯 재경부는 지난달 12일 건설교통부에서 화물차 승인을 받은 쌍용자동차(03620)의 5인승 픽업트럭 `무쏘스포츠`를 승용차로 간주해 14%의 특소세를 부과했다. 외형상 `화물차`로 볼 수도 있지만, 주된 용도는 사람을 실어나르는 승용차이므로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특소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같은 방침은 한·미 통상점검회의를 앞두고 180도 선회한다. 무쏘스포츠와 동일차종인 미국의 레저용픽업트럭 `다코타`가 한국세관에 도착한 시점과도 맞물린다. 미국이 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로 `레저용픽업에 대한 특소세부과 문제`를 상정하자, 정부는 22일 특소세 부과기준을 건교부의 자동차관리법으로 일원화해 다코타에 특소세를 물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미국측에 공식전달했다. 무쏘스포츠에 대한 특소세 부과방침도 자연히 백지화됐다. ◇책임지지 않으려는 재경부 재경부 관계자는 "특소세법상 승용차기준과 자동차관리법상 기준이 일치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기준 일원화를 일찌감치 준비해 왔다"면서 "최근 부총리도 국회 답변에서 이를 검토하겠다 말한 바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미국의 통상압력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같은 변명은 불과 며칠전 "기준변경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부총리 말씀은 그냥 일반적인 답변일 뿐"이라는 그의 설명과는 판이하다. 무쏘스포츠에 대한 조령모개식 과세방침에 대해서도 준비성이 없었던 관련업체의 부주의를 탓했다. 최경수 재경부 세제실장은 "쌍용측이 무쏘스포츠 출고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문의를 해왔다"면서 "쌍용측이 설계단계에서부터 미리 견해를 물어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다코타`가 통상현안으로 대두하지 않았더라도 특소세를 철회하는 결정을 내렸을지 의문이다. 최 실장은 "무쏘스포츠의 경우 경쟁회사가 있는 민감한 문제였다. 특혜논란이 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과연 미국의 통상압력이 없었다면 재경부가 자신들의 말대로 특혜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레저용픽업에 대한 특소세 부과방침을 법까지 고쳐가며 철회했을지 궁금하다. 결국 무쏘스포츠를 구입해 특소세를 낸 소비자들만 300만원대의 손해를 보고 말았다. 법정소송을 통하지않고는 이미 낸 세금을 돌려받을 길도 없다. 일관성없고 근시안적인 조세정책이 낳은 피해다. 2000만원대 무쏘스포츠를 특소세 한푼 내지 않고 타고다닐 사람과 경제사정상 1000만원대 승용차를 구입하면서 특소세를 내야하는 사람과의 형평성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소탐대실`은 피해야 재경부로서는 소탐대실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재경부 한 관계자는 "미국측은 수년전부터 우리정부에 자동차 특소세를 폐지하거나 과도기적으로 세율을 인하할 것을 요구해 왔다"면서 "작은 걸 탐하다가 큰 것을 놓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재경부 다른 관계자는 "이번 특소세철회방침을 미국과의 협상카드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나 철강 등 다른 민감한 현안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수출 의존적인 우리 산업구조와 미국 수출시장이 갖는 의미를 감안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러나 지난달 무쏘스포츠에 대한 특소세 부과를 결정할 때, 당국자들이 미국의 통상압력을 이미 예상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남는다. 당시 일부 당국자들은 "무쏘스포츠에 특소세를 부과해야만 미국과의 통상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의 결과를 보면 이 당국자의 장담은 `힘의 논리`를 무시한 이상론이었던 셈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런 모습 처음이야!
  • 이제야 웃는 민희진
  • 나락간 '트바로티' 김호중
  • 디올 그 자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