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상 두산중공업 중동지역장(상무)이 사우디아라비아 수력청(Ministry of Water&Energy)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고 직원들에게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순간 안 상무를 지켜보던 유호영 부장이 안 상무를 얼싸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두산중공업은 제너럴일렉트릭(G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한 20억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쇼아이바 3단계 담수·발전 프로젝트 계약을 따냈다. 지난 3월 입찰이 시작된 이후 6개월간 지리한 협상 끝에 계약을 마무리 지은 것.
안 상무는 "이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나온 담수·발전 플랜트 사업 중 최대 규모"라며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처음 시행하는 민자사업이기 때문에 의미가 컸다"고 설명한다.
◇`기술력`으로 오일달러 캔다
국내 플랜트 산업의 기술력이 `중동신화`를 새로 쓰고 있다. 과거 70년대 `중동 붐`의 주역이 토목과 건설 공사 관련 노동·집약 산업이었다면 21세기는 기술·자본 집약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 두산중공업 중동 지역본부가 위치한 두바이에는 안 상무를 포함해 현지 직원이 4명뿐이다. 중동지역 전체에 퍼져있는 두산중공업 본사 직원도 12개 공사 현장 인원 110명과 5개 지점인원 10명 등 총 120명에 불과하다.
건설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중동 붐이 극에 달했던 지난 83년 해외 건설 현장 파견 인원은 17만여명에 달했으나 지난해엔 350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83년과 2005년 해외 건설 수주액은 각각 101억달러와 109억달러로 비슷한 수준이다.
안 상무는 "최근 발전·담수설비와 같은 대형 플랜트 공사에서는 기업 기술 경쟁력과 신용도, 마케팅 기술이 공사 입찰을 좌우 한다"고 말한다.
실제 두산중공업은 담수 설비 산업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1위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2월 담수설비 시장 전문기관의 평가 보고서(Water Dessalination Report)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세계 담수 설비시장의 42%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메이저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
두산중공업은 담수 사업을 발전 사업과 연계시켜 메이저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발전과 담수 프로젝트를 함께 건설할 경우 건설·운영비가 분리 시공에 비해 50% 정도 절약되기 때문에 경제성이 뛰어나, 중동지역 대부분 프로젝트들은 발전과 담수 프로젝트가 함께 발주된다. 하지만 규모가 워낙 크고 발전과 담수 기술력을 함께 갖춘 업체들이 많지 않아 컨소시엄을 이뤄 공사를 수주하는 경우가 대부분.
메이저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두산중공업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발전 사업이 원자력 건설 사업.
이를 위해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인수전까지 나섰다. 웨스팅 하우스는 영국 원자력청 산하 공기업인 영국 BNF(British Nuclear Fuels Limited)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업체로 원전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세계 5대 업체 중 하나다.
현재 원전 발주 국가는 원천기술을 지닌 기업에만 프로젝트의 주계약자 입찰자격을 부여한다. 두산중공업은 웨스팅하우스를 인수, 단숨에 세계적인 원전 설비업체로 부상한다는 계획이었다.
입찰 결과는 안타깝게도 `실패`. 일본의 도시바가 올해 초 당초 예상 인수가 25억달러의 두배인 50억달러에 인수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두산중공업이 세계 메이저 발전업체로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김하방 두산중공업 원자력BG 전무는 "지난 40년간 기술 자립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한 결과 최근 미국과 중국 원전시장에 진출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앞으로 차세대 기술 개발과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메이저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