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가격인상 재개.."왜?"

유가 고공행진 지속..원가부담 `눈덩이`
비싸도 팔리는 국산제품.."경쟁력 높아졌다"
  • 등록 2006-07-13 오후 2:51:21

    수정 2006-07-13 오후 2:51:21

[이데일리 최한나기자] 환율이 고꾸라지는 상황에, 기업들은 왜 수출가격을 올렸을까. 원화 절상이 제품가격에 전이되는 것을 억제하려면 오히려 가격을 깎아야 마땅한 시기였다.

기업들의 가격 인상을 유도한 것은 사상 최고로 뛰어오른 유가 및 원자재가. 기업들은 원가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제품 가격에 반영했고, 이는 수출가격의 4개월 연속 오름세로 나타났다.

가격 인상에도 수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사상 최대를 갈아치우며 급속도로 늘어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국산 제품이 `비싸도 살만하다`고 인정받고 있는 것.

◇ 유가 고공행진..원가부담 `급증`

기업들이 채산성 악화를 감수하면서도 수출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유가 및 원자재가 상승.

2004년말 배럴당 40달러대(WTI 기준)였던 유가는 2005년 50달러 후반~60달러대로 껑충 뛰었다. 올들어 유가 상승은 더욱 가팔라졌고, 배럴당 75달러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각종 금속가격도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으며 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켰다. 작년 5월 톤당 1800달러대였던 알루미늄은 1년새 2800달러대로 뛰었다. 납(950달러→1210달러)과 주석(8000달러→9400달러) 등 주요 비철금속들도 줄줄이 최고가를 경신했다.

유가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가격이 치솟으면서 수출기업들의 원가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실제로 지난해의 경우 100원어치를 팔면 그 중 91.6원이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였지만 올해는 93.3원으로 원가부담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값으로 물건을 팔아도 남는 건 그만큼 적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일정 부분 되돌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된 것.

◇ 가격 올렸는데..수출은 사상 최대

제품 가격이 올랐는데도, 수출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 주춤하는 기색도 없이 오히려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며 고공 행진을 지속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총 수출액은 전년동월대비 19.2% 증가한 283억달러. 사상 최대 규모다. 수출증가율은 지난 2월 이후 다섯달 연속 두자릿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조업일수를 기준으로 한 하루평균 수출액 역시 사상 최대였다. 지난달 일평균 수출액은 12억3000만달러로 전달에 이어 12억달러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일평균 수출액이 한자리수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지만 3월 11.2%, 4월 11.4%, 5월 12.1%, 6월 12.3% 등 올들어 일평균 수출액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올 상반기중에는 특히 LCD패널(125.2%), 자동차 부품(38.2%), 선박(19.8%), 반도체(14.2%) 등 첨단기술을 요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출증가율이 높았다. 1분기 한자리수였던 승용차(16.3%)는 두자리수 증가율을 회복했고,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던 전기·전자제품(1.7%)과 정보통신기기(0.9%) 등은 플러스로 반전했다.

◇ 한국제품 매력있다.."비싸도 산다!"

고유가·고환율의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기대 이상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로는, 우선 양호한 해외 경기가 꼽힌다. 세계 주요국 경기의 둔화속도가 생각만큼 느리지 않아 수출 여건이 나쁘지 않았다는 의미다.

차동형 산자부 수출입과장은 "고유가와 환율 하락 등 불리한 상황에서도 세계 경기 호조세가 지속돼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의 수출물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희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해외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면서 환율에서 손해나는 부분을 가격으로 전가시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우리 기업의 수출 아이템이 과거에 비해 고부가가치화되면서 가격이 비싸도 살만한 물건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도 주요한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수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자동차의 경우 2000cc 이상의 대형차가 중소형차보다 더 많이 수출됐고, 핸드폰과 가전제품도 단위당 단가가 높은 고가형 제품이 많이 팔리고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달 수출에서도 TFT-LCD를 비롯한 액정디바이스 제품과 자동차 부품, 선박 등 첨단기술을 요하는 종목들이 골고루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구 애널리스트는 "환율 하락이 가팔랐는데도 가격을 올렸고, 더불어 사상 최대의 수출을 기록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강해졌다는 의미"라며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이른바 개도국형 산업구조에서 상품의 질로 승부하는 선진국형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정삼용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환율 하락에도 불구, 수출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호조를 보이고 있어 이달 상품수지도 괜찮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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