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 인간의 외로움, 그 극적인 표현

[막무가내 영화보기] ‘바벨’
  • 등록 2007-02-09 오후 4:10:00

    수정 2007-02-09 오후 4:10:00

[노컷뉴스 제공] [막무가내 영화보기] 영화 ‘바벨’(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포스터를 대하는 관객이라면 열에 한, 둘은 “저 사람이 브래드 피트 맞어?”라며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바벨’은 그렇게 거칠고 투박한 포스터 속 브래드 피트의 모습처럼 독립영화 보는 듯 한 둔탁한 영상으로 시작한다.

중동지역의 사막을 배경으로 한 첫 장면과 얼핏 봐도 아마추어 같은 유목민 배우들의 모습은 ‘서툴다’라는 느낌을 주기 보다는 실제 상황 속으로 빨려드는 듯한 효과를 준다.

죄라고는 지을 줄도 모를 것 같고 문명사회와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사는 이들의 모습. 전혀 영화의 스토리가 나올 것 같지 않은 그곳에서 꼬이고 꼬여 상상하기 힘든 스토리들이 시작된다.

여러 영화에서 미국인들은 최강대국의 국민이라는 이유로 어딜 가나 보호를 받거나 큰소리 치는 인간으로 묘사되곤 한다 “나는 미국인이요”라고 위기 때 마다 큰 소리로 외치는 미국인들의 모습은 볼썽사납긴 하지만 실재한다.

절대 절명의 상황에서 초라하기 그지없는 한 개인

성경에서 하나님께 대항하고자 하는 교만한 마음으로 인간들이 세웠다는 탑 ‘바벨’을 제목으로 삼은 이 영화는 그만큼 어리석은 인간들이 등에 업은 그 무언가가 없을 때, 홀로 남겨져 누구에게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할 때의 외로움과 처량함을 대변한다.

중동 지역의 사막 한가운데서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에 아내를 잃을 위기에 처한 한 리처드(브래드 피트)에게 미국이라는 국적은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큰소리로 떠들어대는 조국은 작은 중동 국가를 향해 테러 음모를 뒤집어씌우기에 혈안이 돼 있고 개인의 상황은 안중에도 없이 사고를 당한 자국민에게 ‘최선을 다해 노력 중’이라는 상투적인 답변만 늘어놓는다.

누구라도 이 남자의 상황이 된다면 기가 찰 노릇, 아무리 지혜롭고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충만한 남자라 하더라도 그 상황에서는 작아지고 무기력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리처드의 난처한 상황에 관객이 공감할 즈음 영화는 엉뚱하게도 일본 도쿄의 한 청각장애인 여고생에게로, 또 우여곡절 끝에 멕시코로 가게 된 어린 미국인 소년과 소녀에게로 큰 뜀박질을 한다.

아무런 관계도 없을 것 같은 이 세 무리의 사람들, 그리고 간간이 등장하는 이들 주위의 인물들은 뜻하지 않은 부분에서 교묘하게 연결돼 있다.

하지만 각각의 스토리들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은 그저 여느 비슷한 구성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사실.

‘바벨’에서 중요한 사실은 이 모든 사건과 인물들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인간이 가지는 처절한 외로움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2시간 20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묘한 느낌

이 영화 속 인간들은 영화 속 영웅도, 불굴의 의지를 가진 장한 모습을 가진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 얼마나 나약하고 작은 존재인가를 보여주면서 그래서 항상 외로울 수 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를 대변한다.

이야기의 배경이 ‘널뛰기’를 하는 만큼 각 배경이 얽혀있는 시간 역시 순차적으로 연결돼 있지 않다. 그래서 영화를 보기에 약간의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만큼의 급박함을 느낄 수 있는 효과를 이끌어낸다.

영화 속 브레드 피트. 남자 배우는 나이가 들면서 그 매력이 더해진다고 했던가. 예전의 꽃미남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진지한 느낌으로 영화를 끌고 가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의 출연 분량 역시 많지 않다. 그저 영화의 한 부분으로만 존재하지만 그 진지한 분위기 만큼은 관객의 몰입을 돕는데 제 역할을 하고도 남음이 있다.

‘바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음악.

영화 ‘브로큰백 마운틴’의 음악으로 호평 받았던 구스타보 산타올리아의 음악은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독특한 느낌과 템포로 2시간 20분이 넘는 상영시간을 결코 긴 시간으로 느끼지 않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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