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맛보기] 모두 사라지고 노무현만 남았다

2002년 이후 역대 대선의 중심 키워드는 ‘노무현’
노무현 대선참패 원인 제공자에서 정권교체 아이콘
김무성·박원순·박원순 불출마…문재인, 대세론 질주
노무현 부활 2% 부족…文, ‘비욘드 노무현’ 성공해야
  • 등록 2017-02-05 오후 8:14:16

    수정 2017-02-05 오후 8:18:47

(사진=노무현 사료관 홈페이지)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모두 사라지고 ‘노무현’만이 남았습니다. 이른바 4말5초 봄날대선이 현실화된다면 대선까지는 불과 90일 안팎입니다. 차기 대선의 키워드는 역설적으로 ‘노무현’입니다. 노무현의 정치인생 20여년은 그 누구보다 드라마틱합니다. 2009년 5월 23일 서거 이후에도 노무현은 여전히 한국정치의 중심입니다. 그의 그림자는 길고 짙습니다. 마치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의 대군을 물리쳤다는 삼국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차기 대선은 사실 ‘노무현’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문재인 대세론과 안희정의 상승세가 증거입니다. 문재인은 노무현의 친구였습니다. 안희정은 노무현의 왼쪽이었습니다. 차기 지형은 야권의 압도적 우위입니다.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대세론보다 더 위력적입니다. 그러나 노무현의 영향력은 정반대입니다. 2007년엔 정권재창출의 최대 걸림돌이었지만 올해는 정권교체의 디딤돌이 되고 있습니다. 안치환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마른 잎 다시 살아나’라는 노래처럼 노무현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요?

◇환희·좌절 그리고 영광의 드라마…노무현의 정치인생 20여년

노무현의 정치인생은 극에서 극입니다. 화려하고 달콤한 시절도 있지만 쓰라린 아픔도 있습니다. 1988년 13대 총선을 통해 인권변호사로 여의도 무대를 밟은 뒤 청문회 스타로 국민적 인기를 누렸습니다. 3당합당 반대 이후에는 좌절의 연속이었습니다. 연이은 낙선으로 사실상 정치적 낭인신세에 시달렸습니다. 기적적인 대선 승리 이후에는 질풍노도와 같은 집권기를 보냈습니다. 퇴임 이후 고향 김해 봉하마을에서 푸근한 할아버지와 같은 모습으로 반짝 인기를 누렸으나 그 시간은 길지 못했습니다.

-청문회 스타 노무현과 3당 합당 반대 = 1988년 가을·겨울 5공 청문회 “전두환에게 호통치고 정주영 앞에서 당당” … 1990년 1월 30일 민주통일당 ‘민정·민주·공화 3당합당 결의’ 임시 전당대회 “이의 있습니다. 반대토론 해야 합니다” 외침

-기나긴 낙선과 바보 노무현의 탄생 = 1992년 14대 총선 부산 출마 낙선·1995년 부산시장 선거 낙선·1996년 15대 총선 서울 종로 낙선… 2000년 16대 총선 부산 출마 후 또 낙선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노사모 탄생

-기적의 대선승리와 대통령 탄핵 = 2002년 12월 19일 제16대 대선 이회창 대세론·정몽준 단일화 파기 딛고 대통령 당선 … 2004년 3월 12일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 이후 부활 “국회가 버리고 국민이 구했다”

-대통령 노무현 향한 엇갈린 시선 = 2007년 12월 19일 제17대 대선 참패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 2008년 4월 이후 “노무현 대통령님 나오세요” 봉하마을 관광객 쇄도, 퇴임 후 스타 등극

◇2002년 대선 이후 모든 대선의 핵심 키워드는 ‘노무현’

2002년 대선은 김영삼·김대중·김종필 이른바 3김 시대 이후 첫 대선입니다. 주인공은 노무현이었습니다. △이인제 대세론을 누른 기적적인 민주당 경선 승리 △지지율 하락과 후보교체론의 악몽 △정몽준과의 단일화라는 정치 승부수 △대선 하루 전날 단일화 파기 등 우여곡절이 이어졌습니다. 16%. ‘비주류의 비주류’로 불리던 정치 변방의 아웃사이더 노무현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됐습니다. 예선에서 이인제, 본선에서 이회창을 극적으로 누른 드라마 그 자체였습니다.

5년이 흐른 2007년 대선 역시 노무현은 대선무대에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표면적으로야 한나라당 이명박 vs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의 대결이었지만 사실상 ‘이명박 vs 노무현’ 대결이었습니다. 한나라당의 초점은 정동영이 아닌 노무현 공격이었습니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 이명박의 압승이었습니다. 530만표 차이라는 사상 최대의 격차였습니다. 2012년 대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선구도는 새누리당 박근혜 vs 민주통합당 문재인의 맞대결이었지만 실상은 ‘박정희 vs 노무현’의 대리전 구도였습니다. 새누리당은 여전히 노무현을 물고 늙어졌습니다. 승자는 박근혜였습니다. 108만표 차이의 승리였습니다.

2017년 조기 대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노무현은 없지만 대선판의 키워드는 역시 ‘노무현’입니다. 문재인 대세론은 뒤집어보면 노무현의 또다른 이름입니다. ‘문재인 vs 비문·반문 단일후보’의 대선구도는 어쩌면 노무현 부활의 시험대입니다. 10년 전 2007년 대선에서 ‘폐족’이라는 멍에를 안겼던 노무현이 완벽하게 부활했습니다. 노무현의 부활은 MB가 퇴임 이후 별다른 정치적 영향력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나 박근혜가 아버지 박정희의 통치모델을 붕괴시키며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이라는 최대 위기에 직면한 것과 뚜렷하게 대비됩니다.

◇김무성·박원순·반기문 모두 불출마…문재인은 문재인과 싸운다

5년 단임제 대통령제 하에서는 현직 대통령의 임기 시작과 더불어 사실상 차기 레이스가 시작됩니다. 최근 몇 년간 차기 지지율 1위 자리는 대혼전 양상이었습니다. 김무성이 2015년 하반기 한때 1위를 기록한 적이 있지만 대체로 야권의 초강세였습니다. 2014년 하반기에는 박원순의 강세가 두드러졌습니다. 2015년 상반기에는 문재인, 2015년 6월 메르스정국 이후 또다시 박원순, 2016년 20대 총선 정국에서 안철수, 총선 이후에는 반기문이 각각 패자였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분당 과정에서 최대 고비에 직면했던 문재인은 총선 이후 더디지만 꾸준한 상승세로 지난해 하반기 1위 자리에 올라선 데 이어 최근 30%대 초반의 대세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의 양자·가상 대결에서는 늘 압승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그동안 문재인의 라이벌이 하나둘 불출마를 선택했습니다. 새누리당 유력주자였던 김무성은 총선참패, 전대패배, 지지율 하락 등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해 11월 최순실 게이트의 와중에서 불출마를 선택했습니다. 박원순 역시 올초 지지율 하락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설 연휴 직전 불출마를 결단했습니다. 설 연휴 직후에는 범여권의 구원투수였던 반기문이 전격 불출마를 선택, 보수진영 전체를 패닉에 빠뜨렸습니다. 반기문 지지층을 흡수한 황교안이 도약하고 있지만 그의 출마는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라는 코미디적 상황 때문에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안희정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고 반(反)문재인·비(非)문재인 연합구도가 가시화되고 있지만 사실상 문재인의 적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2012년의 뼈아픈 패배는 이른바 ‘친노의 본선 경쟁력과 확장성’에 대한 의문을 낳았습니다. 2002년 이회창의 패배를 보수세력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처럼 현 야권 역시 당시 허망한 패배를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참여정부 말기와 다를 바 없는 이명박 레임덕 분위기 속에서 완벽한 일대일 구도로 대선을 치렀는데 “왜 졌느냐”는 비판입니다. 친노는 열정적이고 강력한 고정 지지층이 있지만 비토세력 또한 그만큼 강력하기 때문에 외연확장의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문재인을 내세워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것입니다. 야권 안팎에는 이러한 주장을 신념처럼 믿고 있는 정치인들이 사실 한둘이 아닙니다. 문재인의 적은 어찌보면 문재인입니다. 2012년의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문재인 “나야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유서)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문재인 저서 ‘문재인의 운명’ 中)

문재인의 정치적 종착점은 대선승리가 아닙니다. 그것만으로는 노무현의 부활을 거론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2% 부족합니다. 집권한다면 참여정부 통치 모델의 근간이 실패가 아니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재벌·언론·검찰 개혁,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정상화, 사드배치를 둘러싼 미·중 외교적 갈등의 중재, 가계부채 해결, 미래 성장동력 확보, 복지강화와 일자리 대책 등 막중한 과제들이 문재인 앞에 놓여져 있습니다. 벌써부터 5년 단임제라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구조적 폐해로 실패하고 말 것이라는 비관전 전망이 적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문재인은 제2의 박근혜”라는 혹평도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노무현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는 문재인은 과연 어떤 길을 걸을까요? 분명한 것은 노무현의 완벽한 정치적 부활은 문재인이 노무현을 반드시 뛰어넘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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