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인플레에 과감한 금리 인상”…물가 대응 우선
한은은 8일 발표한 ‘2022년 9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주요국의 빅스텝 인상은 2000년대 초반 이후 20여년 만이며 한은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한 것은 지난 7월 금통위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지난 5월 빅스텝을 밟은 뒤 6월과 7월 연이어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긴축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고강도 통화긴축 정책을 펴는 것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 필요성 때문이다. 최근 주요 선진국의 물가 상승률은 198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높은 8~10% 수준으로 상승했다. 미국, 캐나다, 스위스, 호주, 뉴질랜드,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 및 유로지역 등 9개국을 기준으로 한 주요국 물가 상승률(가중평균치)은 지난 7월 1일 기준 8.5%로 1982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과 임금 상승률도 빠르게 오르는 중이다. 미국의 향후 1년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020년 2.7%에서 올해 5.2%까지 2배 가까이 올랐고, 민간부문 시간당 임금 기준 임금상승률은 6.6%를 기록하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981년 7.2% 이후 최고치, 임금상승률 역시 같은해 8.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美 긴축에 따른 환율 상승이 다시 물가 자극해 악순환
한은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추가 물가 상승 압력도 이번 빅스텝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환율의 물가 전가율 추정치를 2022년 1분기 0.06 기준으로 적용해 산출한 결과 올 상반기 중 환율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0.4%포인트 정도 높인 것으로 추정됐는데, 최근 연준의 통화긴축 기조 재확인에 따라 환율이 급격히 치솟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7일 기준 장중 고가, 종가 기준으로 1388.4원, 1384.2원으로 치솟았다. 고가 기준으로는 2009년 4월 1일(1392.0원), 종가 기준으로는 2009년 3월 31일(1383.5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자본유출 위험성이 커지고, 이는 다시 원화 절하 압력으로 작용하는 악순환도 우려된다. 한은이 작년까지 최근 20여년의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한 결과 원·달러 환율 변동률과 국내총생산(GDP)대비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비율은 서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변동률이 10%포인트 오르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해당 분기에 바로 0.5%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약세 기대는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압력을 높이고 이는 다시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비율이 1%포인트 떨어지면 이는 1분기 시차를 두고 환율 변동률을 1%포인트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높은 물가와 환율 상승에 따른 추가 물가 상승 압력 등을 고려하면 단기적인 성장 손실을 보더라도 인플레이션에 우선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한은 관계자는 “고인플레이션 대응 과정에서 단기적인 성장 손실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며,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물가를 빨리 안정시키는 것이 성장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이익이 더 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