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 11년來 최대인데 경기는 둔화…한은 '금리 딜레마'(종합)

연준, 내일 새벽 금리 인상 유력
미국 경제 초호황 발판 삼아 긴축
금리차 1%포인트 이상 가능성도
"급격한 자본 유출 가능성 낮아"
"길게 보면 미국 따라갈 것"
10월·11월 한은 금통위 주목
  • 등록 2018-09-26 오후 6:04:33

    수정 2018-09-26 오후 6:05:39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한·미간 금리 차가 계속 벌어지면서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 이번달 미국의 인상이 유력한 만큼 금리 차는 0.75%포인트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무려 11년여 만의 최대 폭이다.

금리 차만 고려하면 한은도 인상으로 대응하는 게 상식적이다. 외국인 자본 유출 부담감을 덜기 위해서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국제 투자자본 흐름에 민감한 소규모 개방경제다.

문제는 국내 경기가 받쳐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경기 초호황을 발판 삼아 긴축에 나서는 것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오는 10월과 11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한은의 판단이 주목된다.

2분기 美 성장률 4.2%…돈줄 조이는 연준

26일 정책당국과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5~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00~2.25%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 2015년 12월 이후 벌써 8번째 인상이다. 제로금리를 통해 막대한 돈을 뿌렸던 나라가 맞았나 싶을 정도의 가파른 긴축 속도다.

연준이 돈줄을 조이는 건 경기가 워낙 좋기 때문이다. 2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연율 기준)은 4.2%에 달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몸집이 가장 큰 경제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19조4854억달러로 세계 2위인 중국(12조146억달러)보다 1.6배 이상 많다. 우리나라(1조5302억달러)와 비교하면 12.7배 이상이다. 그런데 그 큰 몸집으로 4% 이상 성장한 것이다. 요즘 유럽과 일본 등 웬만한 선진국의 성장률은 2%를 채 넘기지 못한다. 미국 경제가 얼마나 활황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가계의 지갑이 두툼해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2.9% 증가했다. 2009년 5월 이후 9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기준금리(1.50%)와 격차도 0.75%포인트로 벌어지게 된다. 2007년 6월(미국 5.25%-한국 4.50%) 이후 11년3개월 만의 최대 폭이다.

한국 ‘가보지 않은 길’ 접어드나

한·미 금리 역전은 흔한 일이 아니다. 1990년대 말 이후 1999년 7월~2001년 2월과 2005년 8월~2007년 9월, 두 차례였다. 2000년대 초반(2000년 5월~9월)에는 5개월간 1.50%포인트까지 차이가 났으며, 2차 역전기 때는 3개월간(2006년 5~7월) 1.00%포인트까지 확대됐다. 미국은 오는 12월에도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뉴욕사무소의 조사 결과, 주요 투자은행(IB) 16곳 중 13곳은 12월 인상(2.00~2.25%→2.25~2.50%)을 점쳤다. 상황에 따라 1%포인트 이상 금리 차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가보지 않은 길’로 점차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주목되는 건 한은의 대응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급격한 자본 유출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가 더 많다. 한 금통위원은 8월 회의 당시 “정상적인 금리 격차가 자본의 급격한 유출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인상에 기계적으로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 금융시장 인사는 “길게 보면 결국은 미국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적인 근거 못지 않게 심리적인 불안도 시장을 덮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한·미 금리 격차가 0.25%포인트 확대되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최대 15조원까지 감소할 수 있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금리 역전이 장기화할 경우 높아지고 있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에 노출될 수 있다”고 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금리 역전 확대 등으로 한은의 금융안정 필요성은 더 높아졌다”며 10월 인상을 점쳤다.

문제는 한은이 ‘자연스럽게’ 금리를 올릴 여건이 안 된다는 점이다. 미국과 달리 경기가 좋지 않은 탓이다. ‘일자리 참사’가 대표적인 방증이다. 경제계는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2.7~2.8%로 점치고 있다. 미국(2.9% 전망)과 성장률마저 역전되는 것이다. 1979년 이후 40년간 두 나라의 성장률 역전은 불과 세 차례일 정도로 이례적이다.

경기 전망이 어두울 때 섣불리 인상에 나설 경우 둔화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게 한은 내부의 고민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직접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추석 연휴 기간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살폈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매파(통화긴축 선호)’ FOMC를 점치며 연휴 내내 상승했다. 25일(현지시간) 기준 2.8427%까지 올랐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CNBC의 설문 결과 응답자의 98%가 이번달 인상을 점쳤다. 이에 못지 않은 96%는 12월 추가 인상을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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