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남편이 고양이 양육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사랑과전쟁]

이혼 전 고양이 입양…3년 후 양육비 청구 소송
"독박양육 고통" 주장…반려동물 양육권 쟁점
현행법 '동물=물건'…법원 "양육권 대상 아냐"
동물권 인정 법안, 국회 제출 1년…논의 실종
  • 등록 2022-08-03 오전 11:00:58

    수정 2022-08-03 오전 11:04:59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결혼 생활 중 함께 키우던 반려동물에 대한 양육권은 인정될 수 있을까.

(사진=전재욱 기자)
결혼 5년차였던 남성 A씨와 여성 B씨는 2018년 초 협의이혼을 통해 갈라섰다. 두 사람이 헤어지기 직전 입양했던 고양이 2마리는 이혼 전 집에서 계속 살게 된 A씨가 자연스럽게 키우게 됐다.

이혼한 지 3년이 지난 지난해 초 B씨는 A씨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제기됐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소장 내용을 확인한 B씨는 어이가 없어 실소가 터져 나왔다. A씨가 “고양이 양육비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반려동물 양육권은 인정될 수 있을까

A씨가 청구한 고양이 양육비 관련 금액은 무려 1500만원에 달했다. 고양이 양육으로 알레르기가 생기는 등 고통을 겪고 있으니 위자료 1000만원과 이혼 후 3년간 고양이 양육에 사용한 비용 500만원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고양이 입양이 B씨의 강력한 의사에 따른 것인 만큼 양육권자를 B씨로 변경해달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사건을 접수한 법원도 난감해했다. 재판부는 소송 접수 두 달 후 화해권고결정을 내렸다. B씨가 고양이들을 인도받고, 그동안 사용한 양육비 일부를 분담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B씨는 법원의 결정에 흔쾌히 동의했지만 정작 소송을 제기한 A씨가 이의를 제기해 화해는 결국 무산됐다.

심리에 들어간 재판에서 핵심 쟁점은 고양이들의 양육권이 법적으로 인정되는지 여부였다. A씨가 청구한 양육권자 변경 청구에 대한 판단이 이뤄지려면 일단 반려동물 양육권이 존재한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양육권 인정 안 되면 양육비 청구도 불가능

법원의 결론은 “반려동물의 양육권은 인정되지 않는다”였다. 법률상 반려동물에 대한 양육권을 규정한 조항이 없는 만큼 이를 인정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양육권자 변경’ 청구는 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은 부적합한 소송이라고 보고 ‘각하’ 판결했다.

아울러 ‘양육비 청구’에 대해서도 양육권이 인정되지 않는 만큼 양육비를 청구할 권리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각 결정했다. 위자료 청구에 대해서도 “A씨 스스로 고양이 인도를 바라지 않는 상황에서 양육에 따른 고통은 근거가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같은 판결은 반려동물 등 동물의 법적 지위를 여실히 드러낸다. 민법상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된다. 이 때문에 이혼 시에도 반려동물은 양육의 개념이 아닌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인식된다.

사회적 변화에 따라 국회엔 이를 바꾸는 법안들이 제출돼 있다.

정부가 입법예고를 거쳐 지난해 10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이성만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반려동물 양육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국회에서 1년 가까이 아무런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

법조계 관계자는 “개정안이 모두 통과될 경우 향후 부부간 이혼 시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녀 경우와 마찬가지로 가정법원에서 양육권자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바이든, 아기를 '왕~'
  • 벤틀리의 귀환
  • 방부제 미모
  • '열애' 인정 후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