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누굴 위한 채권거래 장내화인지?

  • 등록 2006-04-03 오후 6:32:46

    수정 2006-04-03 오후 6:32:46

[이데일리 황은재기자] 채권시장의 장내 거래 추진에 대한 시장과 관계당국의 불협화음이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이를 지켜보는 채권시장 담당기자에게도 적지않은 숙제입니다. 시장의 생각을 모아가는 입장이기에 어느 한쪽 편을 들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관계당국이 채권거래 시스템에 대해 편협한 시각으로 보고 있는게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채권시장의 장내화 문제에 대해 채권외환팀의 황은재 기자가 전합니다.

우리나라 채권시장은 주식시장과 달리 대부분 장외에서 거래됩니다. 채권이 가진 독특한 특성을 반영해 장내거래보다는 장외거래를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있습니다.

우선 기관투자가들이 100억원 단위의 대규모 거래를 주로 하기 때문에, `아는 사람`과 채권을 주고 받고 싶어하지, 생판 모르는 사람과는 잘 거래를 하지 않습니다. 왜, 주식도 대량거래는 장외에서 서로 가격과 수량 등을 약속을 한 다음에 장내에서는 시간을 맞춰 체결만 하잖아요.

더구나 주식은 종목이나 가격이 표준화되지만, 채권은 그렇지 않습니다. 만기가 다르면 모두 다른 채권이고, 같은 회사가 발행했어도, 발행조건이나 만기 등에 따라 완전히 다른 종목입니다. 주식처럼 표준화시켜서 모든 사람이 쉽게 온라인으로 `믿고 거래`하기란 참 어렵죠.
 
◇ "정부 당국은 채권시장을 알기나 하나?"

증권선물거래소(KRX) 는 웹페이지에서 우리나라의 채권시장의 거래 시스템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부분은 `채권 장외시장`에 대한 설명입니다.

*채권장외시장
=대고객 상대매매시장
 -거래장소, 거래유가증권, 조건의 비표준화 등 유가증권에서 거래가 곤란한 채권에 유통성을 부여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실제 매매정보가 시장참여자들에게 실시간으로 공시되지 않아 시장 가격의 분할로 거래의 비효율성이 높습니다.

 
`실시간으로 공시되지 않아 시장 가격의 분할로 거래의 비효율성이 높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이 말을 접한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코웃음`을 칩니다. `한참 몰라도 너무 모른다` 말도 잊지 않습니다.

채권 장외거래는 주로 메신저를 이용해서 호가를 주고 받습니다. 이전에는 전화로 했지만 메신저을 통해 실시간으로 호가 전달이 가능해지자 이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각 증권사별로 거래 주문을 받으면 연결돼 있는 고객들에게 가격을 전달합니다. 한 고객은 여러 증권사를 통해 호가를 받다보니 가격 탐색도 실시간으로 이뤄집니다.  이 기능을 증권사 브로커(중개인)들이 하고 있습니다.

반면 장내거래는 일부의 국채전문딜러들이 호가를 제출하고 이에 따라 거래가 이뤄집니다. 그러나 이들이 제시하는 호가도 장외시장의 호가변동에 맞춰 집니다. 장내 거래가 많아 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장내거래는 여전히 실제로는 장외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장내에서는 시늉만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당국은 장외거래는 `불투명하고 비효율이 심하다`고 합니다. 메신저에 대한 해킹 위협도 지적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지난주 금요일 장내에서 발생했던 것과 같은 `사고`는 장외시장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호가를 속여 매매를 했다가는 시장에서 아예 퇴출당하는 것이 불문율인지라 몇푼 더 벌겠다고 고객을 속이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 경쟁시장에서 비경쟁을 강요하다?

지난 금요일 장내거래 과정에서 국민은행이 채권 200억원어치를 팔려다 주문 사고가 났습니다. 당시 시장 금리가 4.90%였는데 5.90%에 매도 주문을 낸 것입니다. 거래는 성사됐고 국민은행은 4억원 이상의 매매손실을 기록해야했습니다. 국민은행은 국채전문딜러(PD)기관으로 반드시 장내매매로만 거래하게 돼 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밀어부치기식 장내거래가 주는 폐해가 나타났다고 지적했습니다. 호가를 잘못 입력한 국민은행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주식의 경우도 상한가와 하한가 범위를 넘어가면 호가 입력이 안됩니다. 그러나 채권은 그렇지 않습니다. 시장 금리가 4.90%인데도 5.90%의 호가가 입력됩니다.

증권사의 한 채권관계자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데 오히려 거래소가 거래당사자에게 전화를 해서 거래 자체를 취소하라고 압력을 넣는다"며 "근본적으로 잘못된 시스템을 가지고 시장 탓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말이죠. 장내거래는 비공개 경쟁시스템인데 매매실수가 날 때마다 KRX가 사사건건 관여한다고 합니다. 거래당사자들을 우선 보호해야하는 입장인데 오히려 암묵적인 거래취소를 요구하고 있다는 게 장내거래의 투명성 자체도 생각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지난 금요일 거래 사고에 대해 관계기관에 전화를 한 결과 "거래 상대방과 협의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거래 체결 상대방이 누구인지 국민은행은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관계기관인 KRX는 거래 상대방을 노출한 것입니다. 주식 거래에 있어 누가 샀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지난달 2일에도 장내거래 시스템은 전산 오류 등으로 거래가 마비돼기도 했습니다. 단 4일간의 시험가동후에 새 장내거래 시스템을 연게 화근이었습니다. 그래도 증권선물거래소는  새로운 장내거래 시스템을 개통하면서 "현재 장외 거래의 고비용 구조를 해결하고 장내거래를 더 육성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전자거래 활성화를 통해 채권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외국인 투자를 늘리는 등 선진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 "외국인이 못들어오잖아요"에 대한 의문

장내거래를 활성화해야 하는 중요한 단골 이유중 하나가 외국인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브로커들과 채권딜러들간의 밀착관계가 너무 심하고 메신저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외국인이 국내 채권시장에 진입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럼 외국계 금융기관의 국내 지점들은 어떻게 채권을 거래할까요? 딜러는 우리나라 사람이 많지만 책임자(헤드)는 대부분  외국인들이 맡고 있는데요. 그런데도 우리나라 채권시장에서 거래 잘하고 있습니다. 국내 증권사가 미덥지 않으면 외국계 국내 지점에 거래 창구를 터 놓고 거래하면 됩니다.

외국인들이라고 해서 채권가격을 속이거나 할 정도로 우리 시장이 미숙하지 않습니다. 채권시장도 거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투명함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미국, 일본 등도 장외거래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데 우리나라는 장내거래를 해야한다는 명제는 다소 앞지른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 증권사의 채권운용관계자는 "외국인들이 못들어온다고 하는데 장내거래의 가격탐색 기능이 빠른지 장외거래가 효율적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관계당국의 기본적인 채권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 채권브로커는 수수료에만 혈안이 돼 있다(?)

KRX가 장내거래를 유도하면서 내세운 것 중에 하나가 `장내거래는 수수료가 싸다`였습니다. 장내거래를 하면 100억당 100만원이나 하는 장외시장의 거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KRX는 100억원당 2만5000원의 거래 수수료를 받습니다.

2만5000원과 100만원. 차이가 아주 큽니다. 그런데 정작 브로커에게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는 금융기관이나 펀드매니저들은 별 불만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이상한 일이죠? 이는 브로커가 하는 일이 단순한 중개에 그치지 않기 때문인 듯 합니다. 2만5000원의 장내 수수료는 수수료일 뿐이지만, 100만원에는 브로커의 정보 탐색비용, 시장조성(Market Making) 역 등에 대한 대가가 포함돼 있다고 보여집니다.

100만원이 싼 것인지 비싼 것인지 판단하기란 어렵습니다. 다만 무엇을 대가로 지불하는 수수료인지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만약 장내거래로 수수료를 대폭 낮출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시장참가자들이 받을 수 있다면 그렇게 바꿔야지요. 그러나 그 전에 따져는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시장참가자들은 오히려 "거래소 수익 창출에 장외시장을 죽이려 드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합니다. 거래소 입장에서야 당연히 장내거래가 늘어날수록 수익이 늘지요.  이런 오해를 풀려면 일방적으로 장외거래를 `나쁜 것`으로 몰아붙일 게 아니라, 장내거래가 더 좋은 이유를 실제 시장에서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장내거래를 둘러싼 갈등, 채권시장이 풀어야할 과제입니다. 회원사인 증권사들의 반발, 당국의 채권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대화의 고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장내거래가 의무화돼있지 않은 한 투신사의 채권운용본부장은 "장내거래를 강요한다고 해도 장내거래의 불편함을 생각하면 할 이유가 없다"며 "정부의 밀어붙이기는 시장 이해부족"이라고말했습니다.

정부와 관계당국은 밀어붙일 기세입니다. 강하게 밀어붙일수록 저항도 강합니다. 혹시 금융시장에 대한 당국의 시각이 `불투명하고 비리의 온상이다`는 시각의 접근은 아닌지 노파심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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